비자도 땄겠다, 일본에 가서도 재택근무 형태로 계속 업무를 하기로 회사와 정리도 됐겠다, 이제 정말로 집 구하고 비행기 표를 끊을 일만 남았다. 사실 이 말인즉슨, 가장 어려운 일이 남았다는 거다. 바로 집 구하기. 그러면 그전에 먼저 어디서 살지부터 정해야 한다. 처음에는 후쿠오카도 잠시 고민해봤고, 퍼스트 러브 하츠코이를 보고 삿포로도 혹했다. 하지만 어느 정도 인프라는 되어있는 곳에서 워홀을 하고 싶었다. 그래서 오사카와 도쿄 중에서 고르기로 했다. 하지만 이 두 선택지 사이에서 대체 어디로 갈지 고민을 반년도 넘게 한 것 같다. 나는 일본에 아는 사람도 없고, 맨땅에 헤딩식으로 맨몸으로 부딪혀야 하기에 오히려 다른 고려사항 없이 오직 도시의 장단점만 고려해서 결정을 할 수 있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도쿄로 정했다. 왜냐?
MAUM이라는 언어교환을 할 수 있는 전화 어플이 있는데, 여기서 마주치는 일본인들마다 붙잡고 내가 내년에 워킹 홀리데이를 가려고 하는데 어느 지역을 추천하는지 물어봤다. 내가 막연하게 가지고 있는 오사카와 도쿄에 대한 인상이 실제와 비슷한지, 다르면 어떻게 다른지 물어봤다. 오사카는 부산, 도쿄는 서울 같은 느낌이 있었는데 일본인들에게 물어봤을 때도 비슷하게 느끼는 것 같다.
도쿄의 장점
도쿄로 가면 표준어를 배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나는 언어 공부가 워킹홀리데이를 결심한 가장 큰 목적이라 이게 결정에 큰 영향을 미쳤다. 많은 영상 컨텐츠로 공부를 하다 보니 웬만한 사투리도 알아들을 수 있지만 그래도 표준어가 훨씬 알아듣기 쉽다. 그리고 나는 주변의 말투를 금방 흡수하는 편이라 어디에서 지내느냐에 내 말투도 영향을 많이 받을 것 같다.
사람이 많은 만큼 인프라가 잘 되어있고, 일자리도 많다. 나는 한국에 있는 회사랑 계속 일을 하면서 워홀을 가서 현지에서 일자리를 구할 필요는 없지만 그래도 워홀을 갔다면 주에 하루나 이틀이라도 아르바이트를 해보고 싶다. 하지만 퇴근하고 일을 가야 해서 집 근처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많은 곳이 좋을 것 같았다. 그리고 가서 수영이나 주짓수를 배우거나 정 안되면 헬스라도 끊어 꾸준히 운동을 하고 싶은데 이것도 역시 도쿄여야 가능할 것 같았다.
나는 일본에서 디저트를 먹어보는 것도 꼭 해보고 싶은 일 중 하나다. 디저트를 밥보다 좋아하는 편이라 디저트의 성지라고 불리는 프랑스와 일본에 막연한 로망이 있었다. 그래서 오사카가 맛있는 음식이 많다고 생각하고 일본인들에게 물어보니 지방에 있는 가게도 웬만하면 다 도쿄에 분점이 생긴다고 도쿄를 추천했다. 도쿄에는 다 있다고. 서울에 모든 게 다 모이는 것과 비슷한 것 같다. 나는 점심시간이나 퇴근하고 뛰어나가 맛집에서 점심 식사를 할 수 있는 환경에서 살고 싶었다.
도쿄의 단점
집 값이 비싸다. 오사카와 비교하면 1~20만 원 정도는 더 비싼 것 같다. 이것도 물가 상승률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오사카에서 살다가 도쿄에 온 사람들이 말하는 걸 보면 도쿄 원룸 가격이면 오사카에서는 투룸에서 살 수 있다는 것 같다. 집 값뿐만 아니라 생활 물가도 더 비싸다. 식비도 한 끼에 몇 천 원 정도 차이가 나는 것 같다. 하지만 나는 한국에서 일을 계속하는 상태로 가는 거라 이 부분에서는 부담을 많이 덜 수 있었다. 그리고 특히 요즘처럼 엔화가 800원대까지 떨어지는 때는 엔화를 한화로 환전하는 것보다 원화를 엔화로 환전할 때 훨씬 부담이 덜하다.
정이 없다. 이건 지방 사람들이 서울 사람들에 대해서 생각하는 편견과도 비슷한 것 같다. 나는 아직 직접 경험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도 결정할 수 있도록 사람에게 주어진 편리하고도 불편한 추측과 편견만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 나는 정말 여기저기서 많이 살아본 편인데 부산과 서울, 대전, 경상도에서 다 살아본 결과 사람은 정말로 내가 하기 나름이고 사람 바이 사람이라는 걸 안다. 그럼에도 확실히 도쿄는 퍼스널 스페이스나 프라이버시를 지켜주는 분위기 같다. 서로에게 깊이 간섭하지 않고,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는 곳. 같은 아파트에 살아도 인사하지 않는 문화 같은 느낌. 사실 나도 한국에서는 서로 적당히 모른척하고 거리를 두고 사는 게 좋은데, 1년 동안 많은 걸 경험하고 싶은 욕심이 들어서 좀 더 서로에게 간섭하는 문화인 곳과 도쿄 중에서 고민했다.
오사카의 장점
내가 생각한 오사카의 장점은 음식과 사람이었다. 오사카 사람들은 유머를 정말 좋아하고 정 많은 사람들 같아 보였다. 간혹 오사카 사람들을 인터뷰 한 짧은 컨텐츠 같은 걸 보면 빵! 하면 윽! 하고 받아주는 식으로 언제 어디서든 개그로 받아질 준비를 하는 사람들 같았다. 이런 컨텐츠를 볼 때면 아 역시 진짜 워킹 홀리데이가 끝나고 한국에 와도 계속 만날만한 친구를 만들고 싶으면 오사카인가 싶은 생각이 들곤 했다. 오사카에 사는 한국 사람들도 도쿄 사람들보다는 오사카 사람들한테서 진짜 우정 혹은 정을 느낄 수 있다고 해서 정말 이것 때문에 가장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고민했다.
그리고 오사카는 오꼬노미야끼와 타코야키의 고장이다. 또, 디저트의 고장 디저트의 천국이라고도 불리는 고베와도 가깝다. 그런데 일본 사람들에게 오사카에 맛있는 것 많지 않냐고 물어보니 오꼬노미야끼랑 타코야키 밖에 없다는 답변을 들려줬다.
집 값이 저렴하고, 생활 물가도 저렴하다. 사람도 도쿄에 비해서는 적다.
오사카의 단점
오사카의 단점은 도쿄의 장점과 바로 직결된다. 표준어를 익힐 수 없다. 일본어를 쓰는 일을 하는 게 아니라서 상관이 없을 것 같다가도, 워홀의 목적인 언어공부를 생각하면 표준어를 익힐 수 없다는 게 치명적으로 느껴졌다.
집세가 싸지만 도쿄에 비해서는 일자리가 적고, 월급도 싸다. 많이 벌고 많이 쓰느냐, 적게 벌고 적게 쓰느냐의 문제인 것 같다. 물론 많이 버는 것보다 적게 쓰는 게 쉽다. 워홀이 끝나고도 일본에서 취직을 고민하는 사람들은 특히 일자리가 적은 게 치명적인 단점인 것 같다.
주로 오사카와 도쿄 중에서 고민했지만 처음 고민을 시작할 때는 후쿠오카나 삿포로도 다 열어두고 고민했기 때문에 삿포로와 후쿠오카의 장단점도 정리해 보았다.
삿포로의 장점과 단점
삿포로는 모두의 마음속에 로망처럼 자리하고 있을 것 같다. 러브레터의 촬영지였기도 하고, 최근에 넷플릭스에서 나온 드라마 퍼스트 러브 하츠코이도 삿포로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삿포로 하면 조용하고 고즈넉한 겨울의 풍경이 절로 떠오른다. 제주도처럼 한 달 살이의 로망이 절로 피어나는 곳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삿포로는 단점이 너무나 뚜렷했다. 확실히 인프라나 교통이 불편하다. 가까운 곳에서 놀거리가 많이 없다. 주변 도시들과도 아주 멀기 때문에 도쿄나 오사카에 여행을 하려면 교통비가 어마어마하게 든다. 나는 삿포로에서 살면서 다른 도시로 여행을 하는 것보다는 삿포로로 가끔씩 여행을 가는 게 좋겠다는 판단이 들었다.
후쿠오카의 장점과 단점
일본은 사방이 바다로 둘러싸인 곳이지만 특히 후쿠오카 하면 바다가 연상된다. 모모치 해변과 텐진 지하상가, 라멘이 유명하다. 하지만 일주일 여행이면 둘러볼 수 있을 정도로 많은 볼거리가 있지는 않다. 또 후쿠오카 역시 일본의 끝에 위치하기 때문에 다른 지역으로 여행을 가려면 교통비가 많이 든다. 후쿠오카도 후쿠오카에 사는 것보다는 가끔 여행을 오는 게 좋겠다는 판단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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