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 지시도 업무 능력이다. 같은 일도 대체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 건지 막막하게 시키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어떤 자료를 참고해서 언제까지 할 수 있도록 제대로 가이드를 잡아주는 사람이 있다. 당신이 이 회사에 새로 들어온 신입 직원이라면 누구랑 일하고 싶겠는가? 반복해서 막연한 업무지시를 주면 나중에는 상사가 말만 걸어도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당신은 어떤 상사가 되고 싶은가? 터무니없는 업무지시로 말만 걸어도 짜증 나는 상사와, 명료한 업무지시로 후배를 빠르게 성장시키는 상사.
같이 일하고 싶은 상사가 되기 위해서는 딱 이 세 가지만 지켜보자. 기본만 지켜도 반은 먹고 들어간다.
1. 마감일(데드라인)을 알려주자
데드라인을 설정해 주는 것이 업무지시의 출발점이다. 데드라인만 확실하게 알려줘도 스스로의 스케줄을 관리하는 훈련을 할 수 있다. 업무가 익숙한 사람도 일을 하다 보면 우선순위와 데드라인 사이에서 갈팡질팡 하게 되는데 신입이 일의 중요도를 파악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대부분 우선순위를 구분하지 못하고 상사가 급하게 시키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반대로 데드라인이 없는 일이라도 일을 시킬때는 데드라인을 지정해 줘야 일이 된다. 또, 데드라인이 있는 일인데 본인만 알고 알려주지 않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최대한 빨리’ 같은 식으로 일을 시킨다. 그러면 얼마나 급한 일인지 이해도가 없는 신입은 무리하게 밤을 새워서 다음날까지 가져오기도 한다. 그리고 상사는 “이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었는데.” 하고 대답한다. 이 대답을 들은 신입은 어떤 기분이 들까? 이건 일을 주는 사람이 업무 관리를 제대로 못한 거다. 일을 잘못 준거다.
예시로 이해가 안 되는 사람을 위해 공식을 정리했다.
1) 마감일이 정해져 있지 않는 업무
마감일이 정해져 있지 않더라도 업무 지시를 할 때는 데드라인을 알려준다.
2) 데드라인이 정해진 업무
데드라인이 8일까지라면 6일 정도까지 해올 수 있도록 일을 시킨다. 수정하고 피드백 거치는 시간을 고려해서 마감일자를 여유 있게 알려주는 것이 서로를 위해 좋다. 처음 일을 해보는 사람에게 완벽하게 해오기를 기대해서는 안된다. 내가 다시 작업을 해야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여유 시간을 두고 마감일을 전달하자.
3) 작업시간 확보
여기서 말하는 데드라인을 알려주라는 것은 오늘 시키면서 "내일까지 주세요." 같은 걸 말하라는 게 아니다. 정말 간단한 일이 아니라면 적어도 2-3일은 작업할 시간을 확보해서 업무 지시를 내려야 한다. 내가 반나절 만에 할 수 있다고 신입이 반나절 만에 할 수 있을 리가 없다. 상사가 반나절만에 할 일을 신입도 반나절만에 해결한다면 상사가 그 돈을 받고 그 자리에 있을 이유가 있겠는가?
2. 레퍼런스와 양식을 함께 전달하자
개구리 올챙이적 기억 못 한다고 했던가. 5년 10년 같은 일을 하다 보면 신입 직원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를 모르는지 짐작이 안 될 때가 있다. 모르면 물어보라고 하지만 바빠 보이는 상사에게 물어보는 것조차 신입에게는 어려운 일이다.
신입의 눈에는 당신이 혼자 회사의 모든 일을 떠맡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신입을 가르치는 건 상사의 일이 맞음에도 불구하고 신입은 그 바쁜 와중에 도움을 요청하는 게 업무를 보태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정말로 모든 질문에 상냥하게 대답해 주는 상사가 있을까? 바쁘면 예민해지고, 반복되는 질문에 점점 날카롭게 대답하게 되기 마련이다. 당장 부모님이 같은 걸 반복해서 물어봐도 짜증이 나는데 신입 직원에게 얼마나 상냥하게 대답했는지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 보자.
내가 모든 걸 가르쳐줄 수 없다면 나보다 친절한 참고 자료를 함께 주면 된다. 작년에 사용한 자료, 타사의 자료 등 구체적인 레퍼런스뿐만 아니라 양식이 있다면 양식을 함께 주자. 그리고 파일의 위치도 반드시 함께 알려주자. 우리 머릿속에는 파일 위치가 동네 지도처럼 훤하고, 검색하면 나오는 걸 왜 못 찾나 싶지만 신입은 뭐라고 검색해야 필요한 파일이 나오는지 모른다. 아니, 자신이 무슨 파일을 찾는지 조차 모른다. 더군다나 최종, 최최종, 최최최종 또는 날짜가 잔뜩 붙어 업데이트된 파일 사이에서 제대로 된 파일을 찾는 건 무리다.
1) 레퍼런스(참고 자료)를 함께 전달한다.
2) 양식 파일을 함께 전달한다.
3) 파일 위치를 알려준다.
3. 히스토리를 설명하자
신입에게 업무의 A-Z를 맡기는 경우는 없다. 보통 업무의 전 단계에서 E 하나 혹은 E-2 등의 일부분만 맡긴다. 그러면 전체 흐름을 파악하지 못해 쉬운 일도 어렵게 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또는 너무 똑부러지는 경우, 일을 하다 보니 앞 뒤의 흐름을 고려해 이 것도 필요하지 않은가? 싶어 쓸데없는 일을 하는 경우도 있다.
일을 맡기는 사람은 업무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 그래서 오히려 상대의 업무 이해도에 대한 배려가 떨어진다. 업무를 줄 때는 상대가 아무것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이 업무의 대상 혹은 광고주가 누구인지 목적이 뭔지, 앞 뒤 맥락, 진척도 등을 함께 공유하자. 5분만 들여서 설명하면 훨씬 좋은 결과물이 나온다. 신입을 위해서가 아니라 나와 회사의 성과에 직결된 문제니 반드시 챙기도록 하자.
+ 중간에 방향성을 점검하자
위 세 가지만 제대로 알려줘도 일을 받는 사람의 업무 효율도는 올라가고, 스트레스는 내려간다. 결과물을 받아보면 알게 될 것이다. 업무에 대한 이해도를 가지고 레퍼런스를 참고해 작업을 했으니 그렇지 않은 사람과의 결과물과는 천지차이일 것이 분명하다.
여기서 후배를 더 끌어주고 싶거나, 2번 일하는 상황을 방지하고 싶은 사람은 중간점검 단계를 추가하자. 업무의 히스토리와 레퍼런스를 줬다고 해도 안 해보고 설명을 듣는 것과 파일을 열어보고 레퍼런스도 읽어보고 작업에 착수한 뒤에 설명과 충고를 듣는 건 완전히 다르다. 제대로 방향성을 잡았는지 중간에 확인해 보자. 끝까지 다 하고 수정을 요청하는 것보다 업무도 한결 수월해진다.
새로 입사한 사원이 업무에 익숙해지려면 적어도 1년은 필요하다. 1년 동안 한 바퀴 돌아가며 겪어보면 그때서야 이제 조금 알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때까지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생각을 가지고 알려주자.
'회사는 학교가 아니다.' 같은 말을 하는 삭막한 어른이 되지 말자. 회사는 하루에 8-9시간을 보내야 하는 공간이고 회사 사람들은 가족보다 많은 대화를 나누는 대상이기도 하다. 구태여 하루의 1/3을 지옥으로 만들지 말자. 즐겁게 일하고 같이 일하기 좋은 사람이 되어보자. 나는 사회에 나와 학교에서보다 더 많은 걸 배웠다. 어떤 날은 강의를 들으러 가는 마음으로, 어떤 날은 놀이터에 가는 기분으로 회사에 출근했다. 회사가 놀이터나 학교여서는 안 되는 이유가 뭐란 말인가. 알려줄 수 있는 사람이 회사 안에 있는데 굳이 맨땅에 헤딩하도록 내버려 둘 이유가 뭐란 말인가. 나는 쿠션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어른이 되고 싶다.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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