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 지나 새해가 오면서 연봉협상을 한 친구들이 많다. 고작 연봉 100만 원 올라놓고 월급이 100만 원 오른 사람처럼 쓴다며 푸념을 늘어놓았다. 월급은 작년에 비해 앞자리 숫자도 바뀌지 않는데 결제하는 금액은 작년에 비해 0이 하나 더 붙는다. 돈을 벌기 시작하면서 날로 날로 커지는 이 씀씀이를 어떻게 하면 좋을까? 월급이 통장을 스쳐가게 방치할 게 아니라면 충동구매를 방지할 장치를 만들어두자. 나는 단 두 가지 방법만으로 50% 이상 소비를 줄였다. 그리고 이미 충동구매를 저질렀다면 되돌릴 수 있는 마지막 한 가지 방법까지 알려드리겠다.
1. 장바구니에 넣어놓고 3일 뒤에 결제하기
이 방법은 특히 의류를 구매할 때 용이하다. "고민은 배송을 늦출 뿐이다." 같은 마케팅 문구에 속지 말자. 고민은 충동구매를 막는다. 아무리 예쁘고 마음에 들고 이 옷을 입은 내 모습이 상상돼도 장바구니에 넣어놓고 딱 3일만 기다려보자. 3일 동안 장바구니에 들어가서 몇 번이고 들여다봐도 좋다. 하지만 결제는 3일 뒤에 해보자. 이 과정에서 이미 질리는 옷이 절반 이상이다. 사서 입어본 적도 없는데 이미 옷을 사서 몇 번은 입은 것 같고, 질리는 기분이 든다. 이렇게 사진을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도 질리는데 사서 여러 번 입을 리가 없다. 이런 옷들은 덜어내고 3일이 지나도 여전히 사고 싶은 옷이 있다면 옷장 정리를 한 번 해보는 것도 추천한다. 분명 비슷한 옷이 나온다. 아니면 옷장만 봐도 옷을 사고 싶은 욕구가 뚝 떨어질 거다.
할인과 특가를 놓쳐라
장바구니에 넣어놓고 3일 동안 기다리기를 실천하다 보면 한정세일이나 초특가 기간이 끝나버리는 경우가 많다. 특가를 놓친 게 분하고 안타까울 수 있지만 특가가 아니라면 살 이유가 없다. 안 사면 0원이다. 휴지 같은 생필품은 지금 사놓아도 썩는 게 아니니 특가가 떴을 때 구매하고 싶을 수도 있다. 생필품 업체들은 소비자의 이런 마음을 부추겨 돈을 번다. 하지만 내가 월세와 관리비를 매달 내고 있는 집의 공간, 창고를 차지하는 것도 비용이다. 필요하지 않은데 미리 구매할 필요는 없다. 그리고 정말 다 떨어져 구매해야 할 때, 조금만 검색해 보면 할인해서 판매하는 곳은 아주 많다. 아무리 특가라 해도 손해 볼 만큼 싼 가격에 판매하지는 않는다.
2. 금액을 정하기
물건을 구매할 때 이 정도 금액 이상은 구매하지 않겠다고 스스로 금액을 정해두자. 월급에 따라 이 금액은 달라질 수 있겠으나 나는 스스로 5만 원 정도로 정해놓는다. 모든 제품을 구매할 때 5만 원보다 저렴한 물건만 구매하라는 건 아니다. 최소한 충동구매에만 이 제어 장치를 걸어놓아도 효과가 있다.
떨어지면 꾸준히 채워야 하는 생필품, 식자재는 예상되는 소비다. 이런 소비는 회 당 비용보다는 달 단위로 예산을 정한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소비로 내 통장을 텅장으로 만드는 진짜 구멍은 대부분 충동구매에서 발생한다. 광고를 보고 눌렀는데 제품 금액이 5만 원이 넘는다면 쳐다도 보지 않고 나간다. 이렇게 자신과 약속을 만들어두면 소비의 절반은 막을 수 있다.
또 계획적인 소비를 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꼭 필요한 게 아닌데 사고 싶은 물건이 생겼다면 내가 정한 5만 원이라는 금액을 매 달 모은다. 그렇게 그 물건을 살 수 있는 금액이 모이면 그때 구매한다. 이렇게 하면 장바구니에 넣어놓고 기다리는 시간 동안 내가 이 물건을 정말 가지고 싶은지, 나에게 정말 필요한 지 확인할 수도 있고, 다달이 모아놓은 금액으로 결제하기 때문에 지출할 때 큰 타격도 없다.
3. 환불하기
택배 박스가 도착했는데 대체 뭘 시켰는지도 기억이 안나는 경우가 있을 거다. 이게 바로 충동구매의 증거다. 결제하는 순간에는 마케팅 문구와 이미지에 홀려 나에게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며 결제 버튼을 눌렀는데 막상 받고 보니 꾸준히 바르기 귀찮은 크림, 사이즈가 안 맞는 옷, 한 번 쓰고 처박아 둘게 뻔한 운동기구인 경우가 많을 거다. 이럴 때는 환불하자. 대부분 왕복 택배비 5000원이 아깝고 귀찮아서 몇 만 원을 버린다. 왕복 택배비 5000원은 내 취향을 알기 위한 체험비라 생각하자. 오프라인으로 옷을 입어보거나 제품을 보려고 하면 교통비만 해도 5000원이 들고, 나의 시간은 더욱 많이 든다.
나는 집에서 편안히 앉아 제품을 체험해 볼 수 있었다. 하지만 눈으로 보니 마음에 들지 않았을 뿐이다. 이럴 때는 체험비를 지불했다 생각하고 과감히 반품하자. 배송비를 빼고 나면 천 원, 이천 원만 남아도 괜찮다. 필요 없는 상품을 내 집에 보관하는 것 역시 비용이다. 주차장에 차를 댈 때 비용을 지불하고, 코인 로커에 짐을 보관할 때 비용을 지불하듯 내 집에 짐을 쌓아두는 것도 비용이다. 당장 천 원, 이천 원이 눈앞에서 사라지지 않을 뿐 우리는 이미 월세, 전세 대출금, 관리비로 이 짐을 쌓아두는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작은 물건이 하나하나 쌓여서 '옷장이 더 필요하다', '서랍이 더 필요하다' 하며 큰 지출로 이어진다.
특히 옷은 받아서 입어보면 안다. 사이즈가 안 맞는 옷, 안 입을 게 분명한 옷은 환불이 가능한 기간이 끝나기 전에 빨리 접수해 버리자. 계절이 바뀌면서 옷장정리를 할 때 분명 후회할 것이다. 그리고 환불하는 편이 환경적으로도 훨씬 이롭다. 내 옷장에 처박혀 있는 것보다 반드시 필요한 사람에게 갈 수 있게 다시 돌려보내자. 택배가 오가면서 발생하는 탄소보다 쓸데없는 쓰레기가 생기는 게 훨씬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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