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중 문장 부호인 ~(물결표)를 사용해도 되는 사람은 누구일까? 1번 기획자, 2번 마케터, 3번 디자이너. 정답은 3번 디자이너다. 주관견인 견해와 내용을 담았으니 재밌게 읽어주시길 바란다.
물결표의 쓰임새
물결표는 [7월~8월]과 같이 기간이나 [서울~부산]과 같이 구간을 나타낼 때 사용한다. 물결표의 앞~뒤는 띄어 쓰지 않고 붙여서 쓴다. 읽을 때는 "에서"로 읽는다. [7월~8월]은 [7월에서 8월], [서울~부산]은 [서울에서 부산]이라고 읽는다.
두 번째 쓰임새는 정해지지 않은 어떤 말의 앞이나 뒤에 들어가는 문장을 대신해서 쓴다. 외국어 문법 공부를 할 때 이런 쓰임새를 자주 봤을 것이다. [~をすべきだ]는 [~을 해야한다.] 는 의미다. 이와 같이 쓰인다. 읽을 때는 주로 "무엇"이라고 읽는다.
물결표의 정해진 쓰임새는 이게 전부다. 하지만 한국, 중국, 일본 사람들은 물결표를 일상에서 어마어마하게 많이 사용한다.
그 외의 활용
정해진 용법은 아니지만 말의 끝에 물결표를 붙이는 경우가 많다. 마침표, 쉼표, 물음표, 느낌표를 대신해 사용하기도 하고, 물음표와 마침표는 함께 사용하기도 한다. [밥 먹었어.]와 같은 표현에서 마침표를 [밥 먹었어~] 이와 같이 물결표로 바꾸면 더 부드럽게 받아들인다.
읽을 때도 [밥 먹었어.]는 “밥 먹었어”로 읽는 반면 [밥 먹었어~]는 “밥 먹었어어”하고 뒤를 길게 늘여서 읽는다. 물음표와 함께 쓰면 [밥 먹었어~?] 상냥한 질문이 되고, 느낌표와 함께 쓰면 [밥 먹었어~!] 경쾌한 대답이 된다. 감정을 전달하기 힘든 텍스트로 상대에게 '기분이 좋은 상태임'을 알리는 수단이다.
또는 누군가의 말투나 특징을 따라할 때, 노래 가사나 박자를 따라 할 때도 쓰인다.
느긋하고 말 끝을 길게 늘리는 충청도 지역의 사투리를 텍스트로 표현하고 싶을 때 [밥 먹었슈~?], [먹었슈~]와 같이 쓰고, 노래 가사에서는 [우~ 영원할 줄 알았던 스물다섯, 스물하나]와 같이 긴 박자를 표현한다.
물결표를 쓰는 곳
물결표는 텍스트로만 쓰인다. 기간이나 구간을 표현하는 정해진 쓰임새 대로는 공식적인 포스터나 사석을 가리지 않고 쓰인다. 하지만 그 외의 활용법으로는 주로 개인끼리 주고받는 메시지에서 쓰인다. 이 물결표의 발달은 휴대폰으로 빠르게 메시지를 주고받으면서 시작되지 않았을까? 한국, 중국, 일본과 같이 예의를 중요하게 여기고 다른 사람의 기분을 고려하는 나라에서만 활용되는 것도 유의미하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 서양에서 물결표가 전혀 사용되지 않는 건 아니지만 구간, 기간을 기재할 때도 물결표보다는 -(붙임표)를 사용을 선호한다. 그 외의 활용법에 대해서는 어떤 의미로 사용되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왜 일본, 한국, 중국 사람들은 쉼표나 마침표 대신 물결표를 쓰는지 궁금해 하는 위와 같은 질문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적재적소에 사용할 것
메세지나 카카오톡을 주고받을 때 이 물결표를 쓰는 건 좋다. 하지만 기획안에는 넣지 말자. 기획자나 마케터에게 물결표 사용을 권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 번째로는 앞에서 본 것과 같이 정해진 쓰임새가 아니다. 사회적으로 합의된 쓰임새이기는 하지만 문법적으로 맞는 쓰임새가 아닌 표현을 브랜드 차원에서 보여주거나 또는 공적인 서류에서 사용할 필요는 없다.
두 번째, 문어체와 구어체를 구분해서 사용해야 한다. 메신저의 발달로 문어체와 구어체의 경계가 많이 흐려졌다. 우리는 메세지를 쓸 때 구어체를 텍스트로 옮긴다. 하지만 공적인 메세지와 사적인 메세지를 구분해야 한다.
이 물결은 글로 적을 수 없는 말의 음률을 표현하기 위해 쓰인다. 처음부터 구어체를 텍스트에 옮기기 위해 만들어진 표현이다. 소설책에서도 이 물결은 산골 소녀가 친구를 “누구야~” 하고 부르는 정도에서만 쓰였을 거다. 우리가 평소에 "내일은 비가 올 것입니다." 하고 문어체로 말하는 사람을 어색하게 여기듯, 구어체로 쓰인 문장은 읽는 사람에게 어색함을 안긴다.
세 번째, 이 물결표는 그 외의 용법에서 상냥함을 위해 쓰인다고 했다. 하지만 이 상냥함은 젠틀하고, 스마트한 상냥함이 아니다. 친근하고 구수한 상냥함이다. 내가 판매하는 상품이 토속적이고 구수한 이미지와 어울린다면 활용해도 좋다. 예를 들어 '작년에 왔던 각설이 죽지도 않고 다시왔네~' 에 들어갔을 때 어울릴만큼 구수한 상품이라면 말이다. 하지만 그게 아니라면 자못 올드하고 촌스럽게 느껴진다. 뒤에 느낌표를 붙이거나 물음표를 붙여도 세련된 이미지를 기대할 수는 없다. 브랜드 차원에서 내는 목소리와는 어울리지 않는다. 글을 읽는 사람은 브랜드 보다 브랜드 안의 글 쓴 사람을 먼저 느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마케터나 기획자를 파는 게 아니라 브랜드를 사람들에게 판다. 그렇다면 브랜드의 이미지와 어울리는 문장 부호를 선택해야 한다. 모르겠다면 그냥 마침표를 찍자.
마지막 예외 사항은 디자이너의 경우다. 디자이너라면 대부분 기획자나 마케터가 넣지 않은 문장 부호를 굳이 추가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비주얼 적으로 물결표가 매우 잘 어울리는 경우가 있다면, 그때는 넣어도 좋다고 생각한다. 단, 매우 잘 어울린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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