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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잘하는 회사생활

포토샵 저장 버튼을 누르지 않아 원본 파일이 날라갔다

by 디자이너 유디 2024. 2.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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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와 포토샵에서 많은 파일을 켜놓고 작업을 하다 보면 포토샵이 저 혼자 과부하가 오더니 픽 꺼져 파일을 날리게 되는 경우도 있지만, 작업을 끝내고 창을 끌 때 나오는 저장하시겠습니까? 에서 아니오를 누르고 비명을 지르는 경우도 있다. 아마 전자든 후자든 모든 디자이너가 이런 경험을 한 번씩은, 아니 수 없이 했을 거다.
 
저장을 습관화 하자, 임시저장을 켜자 같은 다양한 대처 방법을 찾는 것도 중요하고, 당장 사라진 파일을 복구하는 방법을 찾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어떻게 해도 파일을 되돌릴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빠르게 멘탈을 케어해 회복하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나의 상황을 점검해 다시는 그런 실수를 하지 않도록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포토샵을 이용하는 디자이너
글과는 무관한 이미지

 
 

1. 내가 놓인 상황을 점검하다

 
평소라면 3분 전에 저장 파일을 눌러서 저장할 필요가 없다는 걸 알더라도 저장하시겠습니까? 버튼만 보면 습관적으로 저장을 하던 나다. 그런 내가 왜 저장 버튼을 누르지 않았을까?
 
'아니오' 버튼을 누르던 순간의 나는 마음이 무척 조급했다. 내가 늘 해왔기 때문에 해야 하는 일과 여태까지 해보지 않아서 새롭게 배워야 하는 일들이 산적해 있었다. 빨리 이 일을 끝내고 다음 일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 마음이 너무 조급해 저장하는 시간조차 아까웠다. 창에는 수십 개의 파일이 열려 있었고, 내가 저장한 파일이 뭔지, 저장하지 않은 파일이 뭔지 구분하지도 않고 나라면 당연히 저장을 했거니 하며 아니오를 눌렀다. 파일을 하나하나 확인할 시간, 저장하는 시간을 절약하려다 원본 파일을 날려먹은 거다.
 
아니오를 누르고 창이 꺼진 순간 소름이 돋으며 식은땀이 났다. 직감적으로 뭔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정신이 번뜩 들었다. 날아간 파일이 문제가 아니다. 어차피 날아간 파일은 돌아올 수 없다. 지금 내 상태가 이상하다. 나는 내 상태를 다시 점검할 필요가 있었다. 커피를 세 잔 마신 날처럼 마음이 진정되지 않았다. 너무 일에 쫓기고 있었다.
 
나는 날아간 파일을 되찾기 위해 허송세월을 보내기보다 지체하지 않고 다음으로 해야 할 일을 해야 했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메모장을 켰다. 그리고 저장 버튼을 누르지 않은 순간의 나의 심리 상태가 어땠는지를 글로 적기 시작했다.
 

마음이 매우 조급하다. 모바일 페이지를 PC에 구현해야 하는데, 지난주 디자인은 끝냈기 때문에 금방 작업이 될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PC는 모바일과 다르게 가로폭에 맞춰 반응형으로 제작해야 하기 때문에 모바일보다 작업이 복잡하고 여러 번 테스트가 필요하다. 또 모바일보다 파일 사이즈가 커서 파일을 켜고 저장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한 번 테스트를 거칠 때마다 수정하고 저장하고 이미지로 내보내고 파일을 업로드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니 예상보다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 완료를 예상한 날짜가 되었으나 아직 작업이 30% 정도 남아있다.

그리고 메타 광고를 직접 기획하고, 디자인하고, 업로드하고, 분석까지 혼자서 전 과정을 맡아서 진행하기로 했다. 내가 결과를 빠르게 확인하고 대응했을 때 훨씬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겠다고 판단해 스스로 자청해 얻어낸 업무다. 하지만 회사에 광고를 세팅하는 과정, 분석 결과를 나에게 설명해 줄 수 있는 사람이 없다. 오직 나의 계정을 관리자로 접근할 수 있게 열어주는게 회사에서 해줄 수 있는 전부다. 0부터 혼자 시작해야 한다. 광고를 기획하고 디자인하는 게 문제가 아니다. 광고를 집행하기 위해서 대체 무엇을 어떻게 만져야 하는지 스스로 유튜브와 강의를 찾아보면서 배워야 한다. 기획할 시간, 디자인할 시간, 광고를 세팅하고 집행하는 직접 업무를 수행하는 시간 확보 뿐만이 아니라 학습을 위한 시간도 확보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새로운 디자인 스킬을 얻기 위해서 인터넷 강의를 결제해서 듣기 시작했다. 더 좋은 광고 소재를 만들고 다른 홈페이지, 상세페이지 등에 적용하기 위해서 애프터 이펙트 강의를 결제했다.

그리고 당장 기획안이 넘어오지는 않았지만 신학기 준비를 맞아서 준비해야 디자인에 투입되어야 할 업무들이 있다는 것도 파악하고 있다.

바쁜 와중 진척이 더딘 일들을 계속 붙들고 있어야 하는 상황에 대한 스트레스와 해보지 않은 새로운 일, 새로운 공부들이 한 번에 닥쳤다. 매일매일 해결되는 일은 없고 해야 하는 일만 늘어나고 있다. 이 일을 하고 있으면 머릿속에 저 일이 생각나고, 저 일을 하고 있으면 머릿속에 이 일이 생각난다.

업무만 바쁘다면 그나마 마음이 덜 소란스러웠을 수도 있겠다. 나는 일본 워킹홀리데이 준비, 일본어능력시험 1급인 JLPT N1를 위한 공부, 책 읽기, 블로그 기록 남기기 등 개인적으로 해야 하고 하고 싶은 것도 산적해 있다. 이걸 다 하기 위해서는 제시간에 퇴근을 해야 한다. 하지만 가능할 리가 있나. 나의 마음은 계속 더 바빠지기만 한다.

못하겠다고 말하고 싶은 게 아니라 다 잘하고 싶어서 과부하가 왔다.

 



2. 나의 상황을 공유하다

 
나는 이 글과 내가 해야 하는 일의 리스트를 들고 대표님에게 갔다. 내 상황이 어떤지 먼저 공유하고, 문제 해결에 필요한 도움을 요청했다. 디자이너뿐만 아니라 모든 직장인이 데드라인과 우선순위 사이에서 방황하리라 생각한다. 보통 입사 초기에는 데드라인에 휘둘려 일을 한다. 그러다 보면 우선순위의 업무 역시 데드라인에 다가왔을 때 겨우 시작하게 되고 높은 퀄리티의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없게 된다. 결국 이도 저도 아니게 되는 거다. 그래서 우리는 우선순위를 중심으로 업무를 하기 위해서 갖은 애를 써왔다.
 
하지만 우선순위 대로 일을 하다가도 조금만 방심하면 이렇게 된다. 아니면 우선순위와 데드라인 사이에서 치여 일도 나도 엉망이 된다. 지금의 내가 그랬다. 타임라임과 우선순위를 다시 정리할 필요가 있었다.
 
자신의 상황이 어렵고 해결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면 정확히 자신이 겪고 있는 문제점이나 해결 방향이 잡히지 않더라도 공유하는 것을 추천한다. 일단 자기 상황을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 내가 벅차고 힘들다는 걸 말하지 않으면 상대방은 내가 힘든지 모르고, 이유 없이 제시간에 업무를 마무리하지 못한다는 오해가 생길 수 있다. 데드라인을 지키기 어렵다면 마지막까지 밤을 새 가며 붙들고 있거나 상황이 잘못되기 전에 미리 공유하는 게 좋다. 그리고 직장 상사나 대표님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생각보다 간단하게 유의미한 해결책이 나오는 경우도 많다.
 
대표님 역시 이미 내 안에 정답이 있는 것 같지만, 그래도 본인의 상황에 대해 공유해 주어서 업무의 난이도에 대한 이해가 생겨 고맙다고 인사해 주셨다.
 
 
 

3. ONE THING을 정하다

 

나는 이번주에 반드시 끝낼 한 가지, 그것을 위해 오늘 해야 할 한 가지를 정하기로 했다. 주 단위를 넘어서 일자별로 업무를 처리하기 위한 계획을 세워야 했다. 매일 제대로 집중할 한 가지를 정해놓지 않으면 매일매일 오늘 안에 이 업무, 저 업무를 모두 해결해야 할 것 같은 기분에 휩싸여 하나도 제대로 해결하기 어려웠다.

 
대표님과 마주 앉아 나의 투두 리스트를 펼쳐놓고 확실하게 뒤로 미뤄버릴 일과, 빠르게 끝내버릴 일, 중요도를 다시 분류했다. 확실하게 미뤄버릴 일은 짧으면 몇 주, 길면 몇 달 뒤로 미뤄두고 그때까지 마음의 짐으로 남기지 않고 잊기로 하고, 빠르게 끝낼 일은 데드라인을 2주~3주로 잡지 않고 일주일 안에 기획, 디자인, 피드백까지 끝내버리는 것으로 했다.
 
여전히 해야 할 일은 산적해 있지만 내 상태를 점검해 이해하고, 공유까지 하고 나니 마음이 차분해졌다. 쿵쿵 뛰던 심장도 잠잠해졌다. 회사는 이제 내가 왜, 얼마나 바쁜지 알고 있다. 한 사람이 모든 일을 다 해낼 수 없기에 여러 사람이 모여서 일하는 거다. 따라서 내가 모든 일을 다 해내기를 요구하지 않는다.

지금 내가 해야 할 일에 집중하자. 모든 걸 다 하려고 하면 포토샵 원본 파일만 날리게 된다. 다 하려다가 모든 걸 놓치기보다 하나라도 끝낼 수 있게 지금 내가 보고 있는 화면에, 일에 집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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