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사를 한 지 1년, 2년 정도 된 사회초년생이라면 출퇴근이라는 일을 해내는 것만으로도 벅차다.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서 씻고, 밥 먹고, 조금 쉬다 보면 잘 시간이다. 그리고 눈을 감았다 뜨면 출근이다. 3년 차가 넘어가면 슬슬 출퇴근이 익숙해지며 여가시간을 즐길 여유가 생긴다. 하지만 퇴근하고 집에 와서 티비보고 휴대폰 하며 맥주 한 캔 마시고 잠드는 게 이미 습관이 들어버렸다면 이런 생각이 든다. 퇴근하고 다들 뭐 하지? 할 게 없는데? 그리고 휴대폰을 집어드는 순간 1-2시간이 사라지고 잘 시간이 된다.
하지만 '여가시간에 남들은 자기계발도 하고 시간을 알차게 쓰는 것 같은데' 하는 생각이 한 번 들면 점점 죄책감이 동반되기 시작한다. 인스타그램 릴스나 유튜브 숏츠로 또 1-2시간을 날리고 잠자리에 누우면 '한 것도 없는데 하루가 다 갔어' 자책하며 인스타그램과 유튜브를 삭제했다 깔고, 삭제했다 깔기만 반복하게 된다.
퇴근하고 뭔가를 꾸준히 한다는 게 불가능할 것처럼 느껴지지만 일단 시작이 중요하다. 운동을 하면 근육이 붙는 것처럼 무엇이든 꾸준히 하면 힘이 생긴다. 책도 꾸준히 읽으면 책 읽는 근육이 생긴다. 꾸준히 하면 몸과 마음도 알아서 할 준비를 한다. 내가 퇴근하고 꾸준히 하고 있는 루틴을 소개한다. 누구나 일단 해 볼 수 있는 것들이다. 어딘가에 가고, 결제를 해야 하는 거창한 것들은 일을 시작하지 못하게 한다. 나는 '일단' 시작할 수 있는 일을 좋아한다. 당장 오늘부터 퇴근하고 해볼 것 한 가지를 찾아가기 바란다.
1. 책 읽기
내가 평생 가져왔고, 또 앞으로도 평생 가져가고 싶은 습관은 책 읽기다. 평생 단 한 가지의 취미생활만 할 수 있다면 나는 책읽기를 선택하고 싶을 만큼 책 읽기를 좋아한다. 하지만 회사생활을 하다 보면 책 읽기에 소홀해지는 때가 분명 온다. 나는 딱 사회초년생 시기에 그랬다. 매일 밤 11시, 새벽 2시까지 야근을 하고 9시에 출근을 하다 보니 도저히 책을 읽을 수가 없었다. 잠잘 시간도 부족해서 책 읽을 시간은커녕 책의 존재를 떠올릴 시간도 없었다. 손을 놓으니 끝이 없었다.
하지만 나에게 있어 책이 없는 삶은 너무나 질 낮은 삶이었다. 우리는 일상용어로 아름다운 문장들을 구사하며 살지 않는다. 그리고 매 순간 서로에게 생각할거리를 던지지도 않는다. 한국에서 토론할 거리를 만드는 사람은 피곤한 취급을 당했고, 나는 첫 직장 생활에서 그런 취급을 감내할 힘이 없었다. 그래서 나는 내 생각만 데리고 사는 시간을 끝내야겠다고 결심했다. 책을 펼치기만 하면 만날 수 있는 수많은 이야기와 대화 상대를 다시 찾았다.
한 달에 딱 한 권만 읽자. 그렇게 매년 목표를 정한 뒤, 지금까지 한 해도 빠짐없이 지키고 있다. 하루에 딱 5페이지라도 읽어보자. 하고 책을 펼친다. 잠이 오는 날은 읽다가 잠들고, 지루하게 느껴지는 날은 정말 5페이지만 읽고 덮는다. 그리고 또 어떤 날은 책에 푹 빠져서 반 이상 읽는 날도 있다. 그렇게 읽다보면 다섯 권을 넘게 읽는 달도 있다.
의무감에 억지로 읽기 시작해도 좋다. 일단 내가 책을 펼치기만 한다면 다음은 책이 나를 어디론가 데리고 간다. 처음 몇 권은 억지로 읽을 수 있지만 쌓여서 1년, 5년, 10년이 되면 결국은 좋아하게 되는 게 책 읽기다. 나도 분명 공부나 과제를 위해 책을 읽어야 하던 시기, 잠시 책 읽기가 싫고 고역이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계속 읽기만 한다면 어느 순간 사랑하는 문장을 만나고 울림을 주는 작가를 만나게 된다. 세상에는 너무 많은 책이 있고 너무 많은 작가가 있다. 그냥 책을 싫어할 수는 없다. 어떤 책 한 권은 반드시 재밌게 읽을 수 있다. 세상에 있는 수많은 책 중 한 권은 나를 위해 쓰인 책이 있다. 그 책을 만날 때까지 읽겠다 생각하고 읽어보자.
2. 운동
내가 정말 죽지 않기 위해 시작한 게 운동이다. 어릴때부터 건강한 체질이었고, 따로 운동을 하지 않아도 운동신경이 좋아서 하지 않아도 되는 줄 알았다. 하지만 몇 년을 야근하며 잠을 제대로 못 자고 음식을 엉망으로 먹으니 20년을 보살핀 몸이 2년 만에 망가졌다. 계단을 오르기만 해도 두통이 오고 횡단보도를 건너려고 5초만 뛰어도 말도 안 될 만큼 숨이 찼다. 그래도 운동을 미뤘다. 그렇게 몇 년이 더 지나자 이제는 목, 어깨, 등이 아파오기 시작했다. 직업병의 시작이었다. 이제 미룰 수 있을 때까지 미뤘다. 아니, 늦었다.
그렇게 산책과 가벼운 근력운동을 할 수 있는 홈트레이닝, 스트레칭을 시작했다. 홈트레이닝은 주 4회 이상, 스트레칭은 격일, 산책을 매일 한다. 산책은 강아지와 하는 산책인데 나는 늘 생각한다. 내가 강아지를 산책시키는게 아니라 강아지가 나를 산책시키는 거라고.
3. 언어 공부
나는 일본어 공부를 꾸준히 하고 있다. 살면서 언어 하나는 자신 있게 내뱉을 수 있을 만큼 공부해 보고 싶었다. 그게 일본어가 될 줄은 몰랐지만 일본 워킹홀리데이 비자를 취득해서 출국 준비를 하고 있고, 일본어능력시험 JLPT 1급 자격증을 따기 위해서 매일 꾸준히 공부를 하고 있다. 자격증은 꾸준히 공부하기 위한 동기부여에 무척 도움이 된다.
4. 일기 쓰기
나는 블로그에 꾸준히 한 편씩의 글을 올리고 있다. 어떤 방식의 기록도 유의미하다고 생각한다. 그중 가장 시작하기 쉽고 간편한 것이 일기 쓰기이기에 타이틀을 일기 쓰기로 달았다. 가장 접근하기 쉬운 글쓰기가 오늘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기록하는 것 아닐까? 그렇게 오늘 나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적다 보면 오늘은 나와 무슨 일이 있었는지 스스로를 알아가는 글을 쓸 수도 있을 거다. 나도 블로그에 글을 쓸 때 회사에서 있었던 일, 오늘 나에게 벌어진 일을 가지고 일기처럼 글을 쓰기 시작한다. 그렇게 실제로 있었던 일에 내 생각을 보태다 보면 진짜 글이 된다.
5. 다큐멘터리 보기
지친 몸을 이끌고 몸이나 머리를 쓰는게 너무 벅차다면 티비나 유튜브 대신 다큐멘터리를 틀어보자. 엄청난 집중력을 요하지 않으면서도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요즘은 영상 매체로도 책만큼 많은 지식을 쉽게 습득할 수 있다.
나는 가족들과 매 주 1개의 다큐멘터리를 보는 날을 정해둔다. 약속이 있거나 급한 일이 생기면 빠지거나 미뤄도 되는 가벼운 약속이다. 같이 예능 프로그램을 보는 것보다 생각할거리와 대화거리가 생겨 좋다. 다음 밥상이 더 풍요로워지는 효과는 덤이다.
넷플릭스만 틀어도 볼만한 다큐멘터리가 많다. 첫 다큐멘터리를 고른다면 씨스피라시, 카우스피라시, 소셜 딜레마 등 우리 삶과 밀접하고 흡입력 있는 다큐멘터리를 추천한다.
퇴근하고 티비와 휴대폰을 보다 잠드는게 시간 낭비 같이 느껴지기 시작했다면 무언가 새로운 일을 딱 한 가지만 시작해보자. 나도 매일 모든 루틴을 다 해내지는 못한다. 되려 여러가지를 하기 보다 퇴근 후에 할 딱 한 가지 일을 정해서 집중하는 것이 좋다고 하는 전문가도 있다. 딱 한 가지만 골라서 오늘부터 시작해보자. 하나만 해내도 나를 데리고 사는게 한 뼘 더 즐거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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