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0일(토) 워홀 13일째의 하루가 시작되었다. 어제 쉬었더니 오늘도 주말이라는게 믿기지 않았다. 아니 내일도 주말이라니. 일단 어제 마저 못 올린 디저트 들이 있어서 마저 올리기부터. 어제 감성적으로 끝나버려서 차마 이어 붙일수가 없었다. 시부야 지하철이랑 이어진 백화점 지하에 입점해 있는 디저트 가게들인데 그냥 발길 닿는대로 가다보니 닿아버린 곳이다.
일본 사람들 이런 거 보면 마케팅에 특화되긴 한 것 같다. 어떤 건 세계 1위고 어떤 건 일본 1위다. 저건 이래서 먹어보고 싶고, 이건 이래서 먹어보고 싶게 만든다.ㅋㅋㅋㅋㅋ 나는 카라멜이랑 피스타치오를 골랐다.
피스타치오는 그냥 그랬는데, 카라멜 까눌레는 정말로 인생 까눌레라고 해줄 수 있을만큼 맛있었다. 카라멜이 바닥에 눌러 붙어서 적당히 바삭하고 쫀득한게 너무 맛있었다.
실물은 없고 피스타치오 휘낭시에 모형만 있어서 이것만 보고 골랐는데 맛없었다. 계산하면 서랍 같은데서 꺼내주는데 정말 구운지 일주일 된 것 같은 비주얼이다. 촉촉함도 바삭함도 없고 그냥 편의점에 있던 빵처럼 눅눅한 비주얼이다. 꺼내주는 순간 결제한 걸 후회했다. 그냥 파운드빵 같은 느낌이다.
너무 맛있어 보였던 몽블랑. 그리고 정말 맛있었다. 살면서 먹어본 몽블랑 중에 1위라고 할 수 있을 정도. 사실 내가 몽블랑에 들어간 밤조림을 그리 안 좋아해서 그게 없어서 고른건데 반전 있게도 안에서 밤이 나왔다. 하지만 그 밤 마저도 맛있을 만큼 훌륭한 몽블랑이었다.
퐁듀 치즈 케이크. 이건 또 다른 시부야 백화점 1층에 있는 푸드 쇼 같은 곳에서 산 것. 여기도 디저트 가게들이 잔뜩 들어서 있었다. 여기에 있는 바움쿠헨 치즈케이크랑, 레몬 케이크도 맛있어 보였다.
진짜 맛있었던 까눌레랑 몽블랑. 진짜 까눌레도 몽블랑도 먹어본 것 중에 최고! 라고 느낄만큼 맛있었다.
퐁듀 치즈케이크는 비주얼만 화려하고 맛은 그냥 그랬다. 빵 부분은 식감이 폭삭하니 좋았지만 맛은 그냥 그랬고, 치즈케이크도 딱 바스크 치즈케이크 그 이상은 아니었다.
이건 키노쿠니야에서 만든 슈크림이었는데, 정말 의외의 선방. 너무 맛있어서 눈이 똥그래졌다. 냉동실에 넣어둬서 얼기 직전이었는데 식감도 좋고, 바닐라 빈도 콕콕 박혀서 정말 맛있었다. 향긋한 바닐라 크림에 달기도 적당하고 완벽했다.
한국에서부터 먹고 싶었던 하겐다즈 마카다미아맛 사먹어봤는데, 정말 미친 맛이었다. 먹어본 하겐다즈 중에 최고라고 할만큼. 특별할게 없는데 특별하게 맛있었다. 근데 단 걸 너무 연달아 먹었더니 너무 느끼해서 토할 것 같았음...
이건 꺼내서 맛만 보고 역시 비주얼 대로 맛없군 하고 다시 냉동실에 넣었다.
이제 진짜로 시작되는 4월 20일(토) 일기! 저렇게 열심히 먹고 다음날 마츠시마야 오픈런 하겠다고 12시 전에 잠들었다. 먹고 바로 누워서도 이렇게 잘 자는 나의 튼튼한 위장.
마츠시마야 찹쌀떡
오늘은 심야식당에 나왔던 마츠시마야 찹쌀떡을 먹으러 가는 날! 10시 오픈인데 설마 줄이 있을까 하고 10시 25분쯤 도착했더니 엄청난 행렬이 나를 맞아줬다. 안에서 먹고 갈 수 없고 포장만 가능하기 때문에 20분 정도 기다리니 포장을 할 수 있었다.
찹쌀떡 외에도, 마메모치, 팥밥, 미타라시 당고 등이 있다. 나는 미타라시 당고도 개별 판매가 가능하면 사고 싶었는데 내 눈앞에서 끝나서 찹쌀떡만 2개 샀다.
2개 단위로 포장이 미리 되어있는지 바로 꺼내주셨다. 찹쌀떡은 자그마한 사이즈였다. 혼자서 2개 정도면 아주 거뜬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전거를 타고, 점심을 먹으러 이동했다. 점심 메뉴는 사보리맨 칸타로(세일즈맨 칸타로의 달콤한 비밀)에 나온 피자와 농후 크림 푸딩!
에세 듀 아사쿠사 (ESSE DUE)
11시 전에 왔더니 문은 열려있지만 이렇게 클로즈 간판이 나와있었다.
11시가 되면 간판을 오픈으로 바꾸고 안내해준다. 예약도 가능한 것 같았지만, 예약 없이도 바로 들어갈 수 있었다. 내 앞에도 혼자 온 여자분이 계셨다. 일본은 혼자서도 식사하는 문화가 잘 되어 있어서 너무 좋다. 인생이 자유로워.
피자는 왼쪽 위에 있는 마르게리타로 주문했다. 종류가 많았지만 일단 기본부터 먹어봐야 하니까.
나는 오른쪽 메뉴판 위에서 2번째에 있는 에세듀 농후 크림 푸딩을 주문했다. 세일즈맨 칸타로의 달콤한 비밀에 나온 디저트 가게 중 첫 도전!
정말 퐁신해 보이는 비주얼의 피자가 등장했다. 피자 도우가 너무 맛있었다. 피자 도우만 계속 먹고 싶을 정도였다. 그리고 피자 반죽이 얇아서 치즈가 있는 부분은 도우가 안 느껴질 정도였다. 간도 잘 맞고, 피자가 식어도 맛있었다. 도우는 확실히 갓 나왔을 때가 퐁신하고 쫀득하니 가장 맛있었지만, 역시 식어도 고소하니 맛있었다.
혼자 피자 한 판을 다 먹고 푸딩까지 먹을 수 있을까 싶었는데 거뜬히 다 먹었다. 물론 배는 무척 불렀다.
한 번에 피자와 푸딩을 함께 주문해도, 푸딩은 피자를 다 먹으면 알아서 내어주신다. 이런 센스 너무나 좋다. 푸딩은 계란맛과 식감이 느껴지는 단단한 커스터드 크림 맛과 식감이었다. 그런데 위에 올라간 저 하얀 크림 대체 정체가 뭘까. 저 크림이 정말 놀랄만큼 맛있었다. 크림만 먹어도 맛있고, 푸딩과 함께 먹어도 맛있었다.
시부야 미야시타 공원에서 하는 지구의 날 이벤트에 참여하고 싶어서 시부야로 자전거를 타고 가는데 보인 파머스 마켓. 정말 저마다 농장에서 키운 식재료를 들고 와서 판매하고 있었다. 어쩐 모든 부스가 이렇게 예쁘게 꾸미는걸까? 대단해!
자전거를 주차하느라 여기를 몇 번 오갔는데 두 번째로 오갈 때 경찰이 와있어서 뭐지 하고 봤는데 남자 두 명이 딥키스를 하고 있었다. 한 명이 떨어지지 마! 하면서 얼굴을 붙들고 입술을 붙이고 있었다. 재밌는 동네네. 어디 방이라도 잡고 하시지 왜 여기서 그러고 계세요.
이치란 라멘이랑도 가까운 위치인데, 이 자전거 주차장은 1시간까지는 무료고 그 이후로는 12시간 마다 100엔이 든다. 일본에서는 정말 자전거 타고 다니는게 최고다.
미야시타 파크를 구경하면서 옥상으로 올라갔다.
어스데이 시부야 2024(EARTH DAY SHIBUYA 2024) 미야시타 파크 지구의 날 이벤트
3시부터 시작하는 행사라 1시간쯤 땡볕에서 기다렸다. 사실 어제 일본어로 대화하느라 에너지를 너무 많이 쓴건지, 아니면 아침부터 자전거를 너무 타고 돌아다닌건지 너무 피곤하고 힘들었다. 집에 가서 샤워하고 누워서 탄산음료나 한 잔 마시고 푹 자고 싶은 마음이 절실했다. 그래서 계속 고민을 했지만 일단 첫 토크쇼라도 보고 생각하자며 앉아서 버텼다. E-book을 읽으면서 시들시들거렸다.
3시가 돼서 요가가 시작됐지만 사전에 신청을 받고, 요가매트를 가져온 사람들만 참여가 가능해서 또 한 시간 동안 앉아서 시들거렸다. 정말 오랜만에 진심을 다해 힘들고 지쳤다. 너무 집에 들어가고 싶어서 그냥 집에 갔다가 오기라도 할까 싶었는데 자전거 타고 왕복 1시간 하면 더 힘들거라는 생각에 그냥 앉아서 버텼다.
그리고 첫 토크콘서트가 시작됐다. 아마도 쌍둥이 밴드 보컬과, 원래 보컬이었던 선생님 관계인 것 같다. 오른쪽 분이 호흡을 가르치는 분 같은데, 다음 이벤트에서 다같이 호흡하는 워크숍을 진행해 주셨다.
10분 뒤에 진행된 호흡 워크숍. 그냥 바로 바로 연달아서 진행해도 될 것 같은데 애매하게 10분씩 텀이 있어서 계속 이벤트가 끊기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도 선생님이 너무 유쾌한 분이라 재밌게 진행됐다. 처음에는 다들 앞을 보고 하다가, 나중에는 동그랗게 서서 진행했다. 밝은 노래, 화나는 노래, 슬픈 노래에 맞춰서 크게 소리내서 노래 부르면서 호흡하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봉오도리라고 다같이 춤을 추는 시간이 있었다. 중간에 있는 사람들을 보면서 춤을 따라추면 됐다. 연습하는 시간도 있어서 금방 따라 출 수 있었다. 정말 일본 애니메이션에서 들어본 음악에 맞춰서 본 적 있는 춤을 추니 너무 재밌었다. 누군가랑 말을 나누지는 않았지만 눈인사를 하면서 즐겁게 춤을 췄다. 이렇게 또 새로운 경험이 추가됐다.
피에르 에르메 파리 아오야마점
집 가는 길에 바로 당 충전. 너무너무너무 진이 빠져서 대만에서 먹었던 싱푸탕 버블티를 마시러 갈까 고민하다가 피에르 에르메에 왔다. 7시까지 영업인데 6시 반이 넘어서 도착해서 마카롱이 있을까 했는데, 한 종류도 빠짐없이 다 남아 있었다. 고민하다 로즈와 피스타치오만 하나씩 골랐다. 먹어보고 맛있으면 또 먹으러 오면 되지~ 하면서 2개만 골랐는데 먹어보자마자 2개만 고른 걸 후회했다.
생토노레랑 밀푀유도 너무 맛있어 보여서 고민하다가 그냥 마카롱만 골랐는데 이것도 빠르게 후회했다.
피스타치오는 집에 가서 먹어보기로 하고, 로즈만 바로 먹어봤다. 향긋한 화장품 맛이 낯설었지만 맛있었다. 정말 꼬끄가 예술작품이었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쫀득한 식감이 살아있는 꼬끄였는데 바삭함과 쫀득함의 밸런스가 정말 완벽했다. 살면서 먹어본 마카롱 중에 감히 최고라고 말할 수 있었다. 바로 돌아가서 밀푀유를 사려고 했는데 7시가 되자마자 칼 같이 문을 닫았다.
그리고 집에 들어와서 맥주부터 까고 싶었지만 냉동실에 넣어놓고 샤워부터 하고 돌아와서 깐 맥주! 이 날을 위해서 내가 파타고니아 맥주를 사다뒀구나 싶었던 날.
씁쓸한 맥주에 딱 좋았던 마츠시마야 찹쌀떡. 하루종일 들고 다녔더니 확실히 처음부터 떡이 굳었다. 만졌을 때 처음보다 훨씬 단단하게 느껴져서 어떡하지! 했는데 막상 입에 넣으니까 살살 녹았다. 떡이 쫀득하니 맛있는데 중간에 박힌 콩이 단단하고 짭짤해서 떡의 쫀득함을 온전하게 느끼기는 어려웠다. 그래서 떡이 굳었는지 아닌지 분간이 안 갔다. 맛있어서 그래서 좋다, 나쁘다 할 건 없었다. 팥소도 정말 맛있었다. 팥앙금을 그렇게 좋아하는 편이 아니라서 얼마나 맛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맛 없어서 남겼던 피스타치오 휘낭시에도 마저 먹고, 어제 배불러서 못 먹은 퐁듀 치즈케이크도 마저 먹었다. 그리고 마카롱도 먹고, 민트 초코 아이크스림까지 부수고 잤다... 민트 초코 아이스크림은 초콜릿이 주변에 둘러쌓여 있어서 바삭바삭하게 씹히는게 너무 좋았다.
정말 미친듯이 먹는구나~ 이러려고 온 거 맞는데 너무 충실한 거 아니냐고~ 근데 자전거를 너무 많이 타서 겨우겨우 현상유지를 하고 있다. 한국에서 이만큼 먹었으면 벌써 가져온 옷들이 다 안 들어갔을 것 같은데... 매일 자전거를 1~2시간 타서 이러다간 벌크업 해서 한국 돌아갈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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