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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직장인의 워홀 라이프

[도쿄 워홀] D+16 자궁경부암(실가드9)백신 접종, 이치란 라멘, 피에르 에르메 이스파한

by 디자이너 유디 2024. 4.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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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2일(월) 오늘은 자궁경부암 백신 접종일. 일본에 도착해서 부지런히 움직여 주소등록, 건강보험 감면 신청, 국민 연금 신청과 함께 자궁경부암 예방 접종 예진표도 함께 받은 덕에 2주 만에 바로 백신을 맞을 수 있었다. 백신은 첫 접종일로부터 2개월 뒤에 2번째 접종을 받고, 그로부터 6개월 뒤에 3번째 접종을 맞기 때문에 총 8개월이 걸린다. 워킹 홀리데이 비자는 12개월 밖에 안 돼서 타이밍을 잘 못 맞추면 3번의 접종을 다 맞지 못할 수도 있으니 꼭 8개월을 남겨놓고 접종을 받을 수 있게 계획을 세워야 한다.
 

 
일단 건강한 나의 아침 식사. 접종을 받으려고 건강하게 먹은 건 아니고, 그냥 최소한의 양심 같은 것. 하루에 케이크 6개씩 먹으면서 돌아다닌 지난 주말에 대한 반성. 그리고 최소한의 현상유지를 위한 발버둥, 몸부림. 물론 고작 이런 것으로 현상유지를 하는 건 무리라는 거 알지만. 그리고 사실 맛있어서 먹는 것이기도 하다. 저 야끼두부 처음 사봤는데 모치라고 써있어서 약간 설레면서 사봤더니 진짜 두부가 떡처럼 쫀득한 식감이 났다. 이미 구워서 나온 두부였지만 한 번 더 구워 먹으니까 표면도 바삭해지면서 너무 맛있었다!
 
그리고 오늘 예방접종 5시 반 예약인데 갑자기 회사에서 지구의 날 이벤트를 할거라고 하셔서 조금 심장이 철렁. 하지만 어떻게든 5시까지 업무를 마쳤다.
 
나는 5시 반에 예약을 잡아놓고, 5시 10분쯤 병원에 도착해 예진표를 마저 작성했다. 예진표에 있는 문진에는 오늘 컨디션, 복용하는 약, 최근에 앓은 질환, 가족력 등에 대한 질문이 있는데 해당 사항이 없어서 전부 아니오에 표시했다. 그리고 다 작성하고 제출하면 손목 온도를 잰다. 잠시 기다리라고 해서 자리에 앉아있으니 딱 5시 27분쯤 의사 선생님이 불렀다. 자리에 앉았더니 의사 선생님이 "이건 중학생 정도 되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맞으라고 하는 예방접종이야. 너는 오네상(언니)이 돼버렸어. 앞으로 예방은 가능하지만 이미 걸린 질병을 좋게 할 수는 없어."라고 하심. "알고 있어요." 하고 접종을 받았다.
 
청진기로 심장 부근 소리를 듣고, 목이 아프거나 가렵지 않은지 질문하고, 아- 소리를 내면서 목구멍을 확인했다. 그리고 간호사에게 접종 문제 없어요! 하고 종이에 본인의 사인을 해주시고, 옆 방으로 옮겨갔다. 그리고 간호사가 어느 팔에 주사를 맞을 건지 확인했다. 나는 왼쪽팔에 맞겠다고 했고, 옆으로 돌아 앉아서 앞을 보고 주사를 맞았다. 주사가 제법 아픈 주사라고 들었고, 간호사도 아프다고 몇 번이나 당부했다. 하지만 취미처럼 헌혈을 하고 다니는 나에게 예방접종 주사는... 아프지 않아요... 이제 주사기가 들어왔나 했는데 끝났다.
 
기분이 안 좋아지거나, 속이 안 좋거나, 실신의 위험이 있어서 병원에서 30분 정도 앉아서 쉬다가 나가야 한다. 나한테 오늘 운동 같은 거 할 예정 없죠? 하시길래 네! 하고 대답했는데 속으로 (자전거 1시간 타고 밥 먹으러 다녀오는 정도는 괜찮은 걸까요...?) 하고 생각했다. 대기실에 가서 50분까지 기다렸다가 가면 된다고 해서 앉아서 나눠주신 씨루가도9 안내서를 읽었다.
 

 

이 실가드9은 한국의 가다실 9가와 이름만 다른 백신이다. 한국에서도 무료접종이 가능한 나이대가 있는데 나는 해당사항 없음. 20대가 맞으려면 회 당 2-30만 원으로 총 6-80만 원 정도 비용이 든다. 2024년 기준으로 1997년생부터 2007년생까지 무료 접종을 실시하니 일본에 워킹홀리데이를 오는 사람이 있다면 꼭 접종을 받기를 바란다. 
 
50분까지 대기실에 앉아있으니 이름을 부르면서 건강보험증을 돌려주면서 코팅된 진찰권도 함께 넣어주셨다. 기분이 안 좋거나 하지 않으신가요? 하고 확인도 해주셨다. 자궁경부암 백신 맞기 미션 해치워서 기분 너무 좋아요. 다음 예약은 2달 뒤라 전화로 다시 잡겠다고 하고 나갔다. 진찰 비용이나 접종 비용은 일체 무료!
 
 

 

피에르 에르메 파리 아오야마

 
50분에 병원을 나서자마자 자전거 30분 밟아서 오모테산도로 왔다. 어째 접종받았는데 힘 빠지기는커녕 허벅지에 힘이 너무 잘 들어갔다. 오르막길 슝슝 올라감.
 
나의 첫 재방문 맛집 영광의 주인공은 바로 피에르 에르메! 지난번에 방문해서 소소하게 마카롱 두 개만 딱 사고 바로 후회의 피눈물을 철철 흘렸기 때문에 매우 빠른 시일 내에 다시 재방문했다. 피에르 에르메에서 가장 유명한 게 왼쪽에 있는 '이스파한'이다. 로즈 계열의 마카롱이고, 안에는 리치와 로즈 향의 필링, 산딸기가 들어있다. 내가 정말 안 좋아하는 조합인데 가장 대표메뉴라기에 주문해 봤고, 나머지는 지난번에 왔을 때 눈에 아른거렸던 카라멜 마카롱과 밀푀유.
 
 
 

 

내가 고른 이스파한이 마지막 제품이었다. 들어갔는데 딱 하나 남아있길래 직원이랑 눈 마주치고 당장 주문했다. 이미 마음의 결정 다 내리고 들어온 상태였어서 후회는 없어!
 
 

 

 

까눌레 왼쪽에 퀸아망도 있었는데 내가 들어갔을 때 마지막 남은 퀸아망이 팔려나가고 있었다. 퀸아망이 정말 먹음직스럽게 생기긴 했던데 퀸아망은 다음에 오 봉 뷰 땅 가서 사 먹어야지.
 
 

 

 

선물용 제품도 꽤 많았다. 지난번에 왔을 때는 쇼케이스만 눈이 빠져라 들여다보고 있었는데 오늘은 포장 기다리면서 반대쪽 진열장도 구경했다. 일본은 거래처나 지인 집에 방문할 때 꼭 선물을 사 가는 문화라서 그런지 선물이 정말 잘 되어 있다. 일단 저는 지인이 없고요. 제 입에 넣을 것만 살게요.
 
 

 

 

포장하는데 시간이 제법 걸린다 싶었는데 정말 예술작품으로 포장을 해줬다. 자전거 타고 1시간 돌아다녔는데 거의 끄떡없었다. 물론 자전거도 아주 뱀처럼 부드럽게 탔다. 종이백이 너무 예뻐서 친구들 선물 산 것들 이 종이백에 모아뒀다 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닥도 넓어서 딱 좋아!
 

 
 

이치란 라멘 시부야점

 

예방접종한 나에게 보상을 주고 싶어서 그 유명한 이치란 라멘에 와봤다. 프랜차이즈처럼 널린 라멘집 왜 가.라고 생각했지만 일본에서 프랜차이즈 수준으로 널린 피에르 에르메, 하브스를 가보고 '아. 이렇게 매장이 많은 건 이유가 있다.'라는 걸 가슴 깊이 깨달은 바라 과연 그게 라멘에도 적용될지 궁금해서 와봤다.
 
월요일인데도 웨이팅이 제법 길었다. 직원이 60분이 걸린다는 안내판을 들고 밖에 서있다. 이치란 계단에만 접어들어도 20분 안에 들어갈 수 있는 것 같은데, 계단 밖까지 줄이 늘어서있다. 1시간 까지는 안 걸렸지만 30분 이상은 기다렸다.
 
 

 

 

먼저 키오스크로 라멘을 주문한다. 마치 라멘 종류가 다양한 것처럼 보이지만 라멘 종류는 한 가지고, 토핑만 다르다. 나는 차슈나 계란, 김, 목이버섯을 6000원이나 주고 추가하고 싶은 마음이 없어서 그냥 기본 옵션으로 차슈 2장만 올라가는 980엔짜리 돈코츠 라멘을 선택했다. 자리에 앉아서도 토핑을 추가 주문할 수 있으니 먹어보고 마음에 들면 추가로 주문해도 된다.
 

 
 

 

키오스크에서 주문을 하고 나면 주문 시트를 나눠준다. 여기서는 개인의 기호를 적으면 된다. 뒷면에 한국어 버전도 있으니 일본어를 못하는 사람도 쉽게 주문할 수 있다. 나는 차슈까지는 다 추천대로 선택하고, 매운 소스와 면 익힘 정도만 기호대로 골랐다. 매운 소스는 1/2이 추천이지만 기본으로 했는데 정말 아예 맵지 않았다. 한국인은 최소 2배는 선택해도 될 것 같다. 그리고 면이 먹으면서 부는 게 싫어서 딱딱한 면으로 골랐다.
 
 
 

 

밖에서 이렇게 빈자리를 볼 수 있다. 철저하게 1인석 시스템으로 되어있어 옆자리가 나란히 비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앞에 온 2인 손님보다 먼저 들어가서 앉을 수 있었다.
 
 
 

 

옷이나 가방은 등 뒤에 걸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고, 이렇게 앞이랑 양 옆이 가로막힌 형태로 되어있다. 먼저 들어가서 주문서를 이렇게 앞에 두면 직원이 주문서를 가져가고 물 컵을 준 다음 발을 내려준다. 무척 프라이빗하게 식사를 할 수 있다.
 
 

 

 

물은 왼쪽에 있는 정수기에서 알아서 따라서 마시면 된다. 젓가락, 물티슈도 마련되어 있다. 오른쪽에 보면 직원에게 말을 걸지 않고도 불편 사항을 전달할 수 있는 마패 같은 게 있다. 주문 방법을 모르겠다, 주변이 시끄럽다, 아이의 식사를 받고 싶다 등등의 내용이 적혀있다.
 
그리고 그 옆에는 추가 주문이 가능한 용지가 있다. 밥이나 게란, 김, 차슈, 파 등을 추가 주문할 수 있다. 용지에 체크를 하고 오른쪽 앞에 있는 벨을 누르면 된다.

 
 
 

 

잠시 기다리니 등장한 이치란 라멘! 직원분이 라멘을 가져다주고 고개를 깊게 숙여서 인사까지 해주셨다. 이렇게 철저한 1인 시스템으로 만들어놓고 너무 고개 숙여서 인사까지 하니 부담스러웠다. 
 
라멘은 정말 짰다. 일본 음식은 정말 짜다. 정말 맛이 없는 건 아니지만 맛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면발도 그냥 특별할 것 없는 중면 면발이었고, 육수도 쉐어하우스 친구들이랑 이자카야 가서 시킨 돈코츠 모츠나베 국물이 더 맛있었다. 정말 왜 웨이팅 해서 먹는 거지...? 이해가 안 갔다. 두 번은 절대로 안 먹을 맛. 너무나 평범해서 깜짝 놀랐다.
 

 
 

2nd STREET 시부야점

 

시부야에도 2nd STREET이 있다는 걸 알고 가봤다. 게다가 이치란 라멘 바로 옆에 붙어있어서 밥 먹고 가벼운 마음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시부야점은 정말 볼 게 없었다. 너무 올드하거나 스트릿이거나였고, 가격대도 10만 원 대 상품들이 많았다. 하지만 예쁜 10만 원 대면 이해를 하지! 난해해!
 
 

 

PARCO B1 레스토랑

 

자전거 가지러 파르코에 가면서 지하 레스토랑을 슬쩍 구경했다. 쿠시카츠도 있고, 이런저런 매장들이 있었는데 사람이 없고 한산한데 줄이 있었다. 정말 요상. 그리고 조명도 그렇고 분위기가 묘했다. 어서 도망치고 싶은 기분이 들어서 자전거를 가지러 갔다. 
 
 

 

 

집에 돌아오자마자 피에르 에르메에서 사 온 녀석들의 상태가 괜찮은지 확인하고, 냉동실로 직행했다. 그리고 자궁경부암 백신 접종을 해도 바로 샤워나 목욕이 가능하다고 해서 개운하게 머리 감고 샤워하고 나와서 넷플릭스를 보면서 먹었다.
 
 

 

 

정말 이게 행복이지. 이스파한이 오늘 구매할 것 중에 가장 고가인 녀석이었다. 밀푀유도 900엔대였는데 이스파한은 마카롱 하나에 1000엔이 넘는 가격이었다. 하지만 한 입 먹고 바로 수긍했다. 정말 오랜만에 살면서 처음 먹어보는 맛, 근데 황홀할 만큼 맛있다.라는 걸 느꼈다. 산딸기는 정말 새콤하고, 마카롱 꼬끄는 정말 달고, 안에 든 필링과 리치 과육은 밸런스를 딱 잡아줘서 이 모든 요소를 한 입에 다 넣고 씹을 때 너무 향긋하고 새콤 달콤 완벽하게 맛있었다. 정말 인생에서 먹어본 마카롱 중에 가히 최고.
 
 

 

 

카라멜 마카롱도 먹어보고 싶어서 같이 주문했는데, 정말 주문하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이스파한의 마카롱 꼬끄는 산딸기나 리치 과육의 습기를 머금어서 그런지 바삭함과 쫀득함이 좀 죽어있었다. 전반적인 맛의 밸런스는 좋았지만 눅눅한 식감이 있었다. 이 카라멜 마카롱은 바삭함 뒤에 오는 쫀득함이 정말 미쳤다. 씹는 순간 어금니를 붙들고 안 놓는 듯함 쫀득함이 느껴진다. 카라멜이라 더 그런 걸까? 지난번에 먹은 로즈랑 피스타치오 보다도 훨씬 쫀득하고 맛있었다. 일본에서 '카라멜'이 들어간 건 정말 실패가 없다.
 

 
 

 

밀푀유는 패스츄리가 3단, 크림이 2단, 바닥 위에 바삭하게 씹히는 견과류 비슷한 층이 하나 있다. 페스츄리는 정말 맛있게 잘 만들었는데, 모든 요소를 한 입에 넣었을 때 내가 좋아하는 맛이 나지는 않았다. 특히 바닥 위에 있는 갈색 층이 내가 좋아하는 맛이 아니라서 아쉬웠다. 크림도 식물성 생크림처럼 가볍도 느끼한 맛이 나서 마냥 즐겁지는 않았다. 패스츄리는 정말 맛있게 잘 만들었다는 느낌은 들었는데 너무 짜게 만들어졌다. 전체 층을 한 번에 다 먹으면 짠맛이 강하게 안 느껴지지만 나는 다른 요소랑 같이 먹는 것보다 패스츄리 층만 단독으로 먹는 게 더 맛있게 느껴져서 따로 먹었는데, 그때는 정말 짜다고 느낄 정도였다. 비주얼은 정말 멋졌으나 맛은 다소 아쉬웠음! 밀푀유가 맛있으면 다음에 생토노레도 먹어보려고 했는데 생토노레는 파리 세베이유에 가서 먹어야겠다.
 
벌써 지유가오카에 다시 갈 계획 세우는 중~ 파리 세베이유도, 오 봉 뷰 땅도 먹어본 메뉴가 다시 먹고 싶을 정도로 맛있는 건 아니었는데 그래도 다른 메뉴가 궁금하긴 하다. 일본에 와서 먹어본 것 중에 다시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든 건 오늘 먹은 이스파한과 하브스의 밀크레이프 2개가 유일하다. 앞으로도 또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음식들이 더 생기겠지! 그런 음식들을 잘 기억해 뒀다가 친구들이 오면 데리고 가려고 한다.
 
부적절한 것도 정도가 있어! 랑 던전밥 보다가 10시 반쯤 졸음이 몰려와서 누웠다. 요즘 집중력이 조각난 것 같다. 영상을 끝까지 다 시청하기가 너무 힘들다. 그래도 오늘은 자궁경부암 주사도 맞았겠다 일찍 자는 게 맞다! 주사 부위가 아플까 봐 걱정했는데 오늘 이렇게 자전거 타고 돌아다닌 정도는 괜찮은 건지 주사 부위에 통증은 전혀 없었다.

아 오늘 반드시 기록해야 하는 것! 처음으로 지도 앱을 안 켜고 집 까지 왔다! 이제 눈에 익어서 아는 길이면서도 늘 애플워치를 들여다보면서 왔는데 처음으로 아예 지도앱으로 가는 길을 실행 안 시켜놓고 왔다! 이제 정말 시부야에서 집으로 오가는 길은 확실히 알았다. 이제 시부야 가는 길 오는 길은 지도 없이 오갈 수 있다! 만세! 드디어 진짜 이 동네 주민으로써 한 발짝 다가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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