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4일(수) 비가 연달아 내린다. 하지만 이렇게 비가 오는데도 아침저녁으로 부지런히 돌아다니는 나. 오히려 비 안 올 때는 최소한 아침 점심에는 집에 얌전히 잘 있었으면서, 비가 부슬부슬 오니까 무슨 바람인지 아침 댓바람부터 자전거를 타고 집 밖을 나섰다. 정말 돌아보니 이해할 수가 없군. 내일이면 비가 그치는데 하루를 못 참아서 나원.
LE RESSORT(ル・ルソール)
하루를 못 견디고 비를 추적 추적 맞으며 LE RESSORT 오픈런을 했다. 비가 오니까 확실히 날이 쌀쌀했다. 비가 오는데도 가게 안에 사람들이 제법 많았다. 줄을 서는 정도는 아니지만 가게 안은 사람들로 빼곡했다.
갓 나온 빵들로 가득한 쇼케이스. 크로와상과 식사빵들은 밖에 있고, 샌드위치와 피스타치오 크림, 밀크 프랑스는 쇼케이스 안에 있었다. 들어갔는데 피스타치오 크림과 밀크 프랑스가 안 보여서 아직 안 나온 건가? 했는데 계산대 바로 옆에 있다. 크로와상은 직접 집어서 들고 가면 되고, 쇼케이스 안에 있는 건 계산하면서 주문하면 된다. 나는 크로와상 오자망드, 피스타치오 크림, 밀크 프랑스 이렇게 3개를 골랐다.
집에 들어왔더니 방이 너무 습해서 잠시 제습을 돌리면서 일을 했다. 그리고 슬슬 배가 고파져서 사온 빵들을 꺼내봤다. 정말 맛있어 보이는 것들로만 잘 사 왔구먼.
가장 먼저 제일 궁금했던 피스타치오 크림을 먹어봤다. 이 빵이 가장 유명하기도 한 것 같은데 호두가 잔뜩 들어간 빵에 피스타치오 크림이 들어가 있다. 진한 피스타치오 크림 사이사이 하얀 연유 같은 크림도 섞여있다. 이렇게 진한 색의 피스타치오 크림은 처음 봐서 뭐가 더 들어간 건지 궁금했다. 피스타치오만으로 이렇게 진한 색이 나올 수가 있나?
빵에는 정말 호두가 통째로 들어가서 씹는 재미가 있었다. 식감은 바삭한 맛은 전혀 없고, 촉촉한 빵이었다. 바게트처럼 바삭한 식감이었으면 더 재밌고 맛있었을 것 같다.
특별할 거 없다고 생각해서 큰 기대 없이 먹었는데 의외로 한 입 무는 순간 감탄이 나올 만큼 맛있었던 밀크 프랑스! 바게트가 정~말 바삭했다. 씹는 순간 바사삭 소리가 울려 퍼질 정도로 바삭했고, 한 입에 같이 들어오는 연유 크림이 너무 맛있었다. 그냥 바게트만 단독으로 먹어도 맛있을까? 했는데 단독으로 먹는 것보다는 연유 크림을 함께 먹었을 때 비로소 완벽해졌다. 바게트는 고소한 맛보다 약간 신맛이 같이 나서 연유랑 같이 먹어야 훨씬 맛있었다. 나는 따로따로 고유의 맛을 즐기면서 먹는 걸 좋아하는데 이건 무조건 세트여야 한다. 세트.
크로와상 오자만드. 크로와상을 반 갈라서 중간에 아몬드 크림이 들어가고, 위에도 아몬드 크림이 올라간다. 하지만 특별하게도 살구와 럼이 한 번 더 코팅으로 입혀져 있다. 나는 럼이 들어간 디저트를 별로 안 좋아하는 편인데 이건 정말 맛있었다. 아몬드 크림에 살구랑 럼 코팅까지 올라갔는데도 크로와상이 여전히 바삭한 맛이 살아있었다. 이 집은 반드시 크로와상류를 또 먹으러 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히로키 오코노미야끼 (HIROKI)
문 밖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리길래 재빨리 나가봤더니 옌쨩과 서진이가 저녁을 먹으러 갈 궁리를 하고 있었다. 놓칠세라 옆에 껴서 다 같이 서진이 방에 들어갔다. 서진이 방 침대에 앉아서 일본의 최남단으로 여행 갈 계획 한바탕 세우고(이마짚) 산겐자야로 저녁을 먹으러 가기로 했다. 오코노미야키랑 타코 중에 고민하다가 서진이가 찾아놓은 히로키라는 히로시마풍 오꼬노미야끼 집으로 갔다. 비도 오는데 셋이 우산 쓰고 찰박 찰박 2-30분 정도 걸었다. 너무 좋아!
우리는 인기 NO.1의 오징어, 새우, 가리비, 시소에 우동이 들어간 오코노미야키로 하나, 떡 치즈에 소바가 들어간 오코노미야키로 하나, 히로시마 파에 면이 없는 버전으로 하나 이렇게 3개를 먹었다. 진저 하이볼에 레몬 사와도 마셨다.
테이블 자리와 철판이 놓인 바 자리 중에서 바 자리로 앉았는데, 오코노미야키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는 재미가 있었다. 히로시마 풍 오꼬노미야끼의 특징은 면 사리가 들어가는 거다. 들어만 봤지 히로시마 풍 오코노미야끼는 처음 먹어봤다! 한국에 주로 있는 오코노미야키도 보통 오사카식이라 한국에서도 일본에서도 처음 먹어봤다.
먼저 주문했던 우동이 들어간 오코노미야키와 소바가 들어간 오코노미야키가 완성됐다! 정말 먹음직스러운 비주얼!
셋이 왔다고 사장님이 딱 3등분으로 잘라주셨다. 너무 친절하셔서 아리가또고자이마스!를 연발하면서 먹었다. 소스는 부족하면 옆에 놓은 소스통에서 맘껏 리필해서 먹을 수 있다. 마요네즈도 있다.
오코노미야키는 정말로, 정말 맛있었다. 살면서 먹어본 오코노미야키 중에서 감히 최고였다. 일본에서는 이것보다 더 맛있는 오코노미야키를 먹을 수 있겠지? 한국에서는 이것보다 맛있는 건 못 먹을 것 같다... 그리고 소바와 우동면 중에서는 우동면이 들어간 게 훨씬 맛있었다. 인기 넘버 1인 16번이라서 맛있는건지 우동면이라서 맛있는건지 둘 다 인건지... 하지만 확실히 식감은 우동면이 훨씬 쫀득하고 재밌었다.
면 없는 히로시마 파도 먹어봤는데 이건 모두가 2번째로 맛있다고 손꼽았다. 셋이 한 마음 한 뜻으로 우동면이 들어간 16번이 가장 맛있고, 그 다음이 히로시마 파, 그 다음이 떡치즈였다. 히로시마 식 오코노미야끼는 면이 들어간게 더 맛있다. 꼭 우동면이 들어간 걸로 먹어보길! 정말 맛있어서 다음에 꼭 또 오자고 하고 나섰다.
쉐어하우스 친구들을 만나서 너무 행복하다. 돌아가는 길에도 서진이가 여러분을 만나서 행복해요-라고 했는데 정말 내가 더 행복하고 더 기뻐! 같이 오키나와에서도 더 들어가는 섬으로 여행을 가기로 했는데 정말 다녀오고 나면 전우애가 생길 것 같다. 다시는 안 보거나 정말 끈끈해지거나 둘 중에 하나라고 했는데 정말 끈끈해질 것 같다.ㅋㅋㅋ 기대돼!
배스킨 라빈스 산겐자야점
원래는 스타벅스에 가서 고호비 멜론 프라푸치노를 먹으려고 했는데 너무 배가 불러서 배스킨라빈스로 왔다. 나는 밖에서부터 팝핑 샤워를 먹으려고 했다. 민트초코에 팝핑캔디가 들어간 것 같은데 색은 은은한 초록에 가까웠다.
세 가지 맛에 570엔! 너무 배가 불러서 셋이 딱 한 가지 맛씩 맛볼 수 있으니 좋았다. 다음에는 혼자서 와서 이렇게 세 가지 맛을 맛봐도 좋을 것 같다. 한국은 두 배 가격인 파인트를 먹어야 세 가지를 맛 볼 수 있는데 이렇게 조금씩 맛볼 수 있는 거 너무 좋다! 그리고 팝핑 샤워 민트초코 맛 하나도 안 나는데 그냥 맛있었다. 배라도 한국보다 맛있는 것 같아. 그리고 셋이 앉아서 수다 떠는데 말하기 시작하니까 거의 끝이 없었다. ㅋㅋㅋㅋㅋ 재밌어! 뒤에 사람들 줄이 있어서 나가달라고 할 때까지 앉아있어 버렸다.
서진이가 아이스크림이 모자라다고 맥도날드에 가자고 했다. 왼쪽 위에 있는 메이블 버터 핫케익 파이 너무 맛있어 보인다. 사 먹어 볼 걸. 왜 망설였을까? 기간 한정이라고 해서 부지런히 사 먹어봐야겠다. 서진이가 아이스크림 많이 줬다고 너무 행복해했다. 그리고 매장에 일하는 사람 너무 많아서 기겁했고, 이렇게 사람이 많고 바쁜데도 알바 분이 너무 환하게 웃으면서 아이스크림을 전해줘서 신기했다. 녹슬어버린 닳고 닳은 직장인은 이런 게 신기해요.
말하고 싶은 비밀(Our Secret Diary)
방 들어와서 말하고 싶은 비밀마저 봤다. 타카하시 후미야. 정말 유죄 인간. 죄 많은 인간. 너 그거 범죄다. 너 행동 그렇게 하면 안 되는 거야. 그게 사랑이 아니면 뭔데. 하지만 결국 사랑이었다고 한다. 클리셰 범벅 영화였는데 공부하려고 일본 영화 워낙 많이 봐서 면역이 짱짱하다. 가다실 9보다 면역 짱짱함.
영화 보면서 어제 사놓은 하겐다즈 개봉했다. 아몬드 카라멜 쿠키 진짜 맛있다. 미쳤다. 보통은 이렇게 견과류가 들어가면 산화돼서 맛이 없는데 이건 방금 볶아서 통에 집어넣었나 싶을 만큼 바삭하고 산화된 맛이 아예 안 났다. 어떻게 이래? 무슨 짓을 한 거야 대체? 그리고 카라멜이 흘러내렸다. 왜 냉동실에서 꺼냈는데 카라멜이 흘러내리지? 대체 무슨 수를 쓴 거야? 카라멜은 제대로 카라멜이고, 티라미수는 제대로 티라미수라 너무 맛있었다. 티라미수 위에 올라간 크럼블도 너무 바삭하고 맛있는데 좀만 기울이면 줄줄 흐른다. 그래서 잠깐 잘못 들었다가 바닥에 쏟아져서 바닥 물걸레질 한바탕 해야 했다. 근데 정. 말. 맛. 있. 다. 하겐다즈 다 부수고 갈 거야.
그리고 비스킷 아이스크림도 먹어봤다. 바닐라는 맛있는데 비스킷은 아쉬웠다. 할인해서 99엔(세금 별도)이었으니 하겐다즈보다 맛있을 수는 없지. 하지만 맛있다.
단 거 먹고 단 거 보고 정말 오늘도 당충전 제대로 하고 잔다. 던전밥도 보고 잤다. 그러고 보니 내일 또 나오는군! 벌써 내일이 목요일이다. 처음 일본에 왔을 때는 일주일 일주일이 안 가더니 이제 일주일이 다시 빠르게 흐르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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