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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직장인의 워홀 라이프

[도쿄 워홀] D+15 지유가오카 오 봉 뷰 땅, 파리 세베이유 디저트 투어

by 디자이너 유디 2024. 4.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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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아침에 눈이 뜨이는대로 지유가오카로 디저트 투어를 떠나는 일정! 8시 반쯤 눈이 뜨여서 준비를 하고 9시쯤 집을 나섰다. 자전거를 타고 9시 반쯤 지유가오카에 도착했다. 첫 코스는 지유가오카의 3대 파티셰리인 오 봉 뷰 땅, 두 번째 코스는 파리 세베이유.
 
 
 

오 봉 뷰 땅(Au Bon Vieux Temps) 

 
10시 오픈인데, 9시쯤 도착하니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일본 여기저기 오픈런을 해봤지만 웬만한 곳은 30분 전에만 가면 충분히 첫 타임에 입장이 가능하다. 지유가오카 3대 파티셰리인 오 봉 뷰 땅, 파리 세베이유, 몽 상 클레르 모두 주말 기준 30분 전에만 도착하면 첫 타임으로 입장이 가능했다.
 
 
 

 

예쁜 건 크고 여러번 봐야 하니까 여러장 마구 실었다. 나는 구움 과자 중에서 파브르통, 갈레트를 고르고 케이크 중에서 일본어로 마루죠레네라고 써있는 걸 골랐다. 바닐라 크림과 견과류가 들어간 케이크였다. 빨간색, 노란색, 흰색 스티커가 붙어있는 건 안에 들어간 술의 정도를 나타낸다. 빨간색 스티커는 술이 많이 들어간 것, 노란색은 중간, 흰색은 약간 들어갔다는 의미다.
 
그래서 스티커가 붙은 케이크를 고르면 술이 들어갔는데 괜찮냐고 재차 확인한다. 스티커가 들어간 술을 고르고 나서 상대방이 뭐라고 하면 술이 들어갔는데 괜찮냐는 뜻인가보다 하면 된다.
 
오늘 먹었는데 벌써 또 먹고싶다. 다음에 또 와서 사먹으면 되지! 하고 미련없이 나왔는데 하루만에 미련이 생기는 마법. 하지만 오늘 사놓고 내일 먹는 것보다 다음에 가서 당일에 먹을 수 있을만큼만 사먹는게 훨씬 맛있게 먹는 방법이니까 괜찮다. 나는 정말로 다음에 또 갈 수 있으니까!
 
 

 

파리 세베이유(patisserie Paris S'eveille)

 

파리 세베이유는 11시 오픈이다. 10시 반쯤 도착했더니 이미 줄이 조금 있었다. 하지만 오히려 12시쯤에는 줄이 없었다. 그리고 생또노레가 먹어보고 싶었는데 생또노레는 11시에는 안 나오고 12시에 나올 때 보니 나와있었다. 파리 세베이유에 가보고 싶은 사람은 차라리 12시 이후에 가는 걸 추천한다.
 

 
 

 

파리 세베이유는 실내 사진촬영을 금지하고 있어서 밖에서만 슬쩍 사진을 찍어봤다. 케이크 종류가 무척 다양하고, 케이크가 비면 계속 채워진다.
 

 
 

 

클래식한 입구 문과 세로로 길고 귀여운 화장실 문. 들어가면 오른쪽에 서서 왼쪽으로 이동하면서 케이크를 주문해야 한다. 그리고 점내에서 먹는 사람이든 포장하는 사람이든 계산은 왼쪽에서 한다. 나는 이트인으로 먹고 갔는데, 계산하면서 케이크를 추가로 결제할 수 있냐고 물어봤는데 다시 오른쪽에 서서 주문해야 한다고 해서 포기했다. 참고로 결제는 현금만 가능하다.
 

 
 

 

나는 바닐라 타르트, 피스타치오, 카라멜 타르트를 준비했다. 카라멜 타르트는 정말 카라멜이 찰랑거리면서 흘러내릴 정도다. 그래서 그런지 먹고 가는 사람만 주문이 가능하다.
 
 

 

 
차를 주문하면 우유를 함께 마실건지 물어보는 우유를 빼고 주셨길래 추가로 요청드렸다. 직원이 불친절하다는 리뷰가 많이 있던데 특별히 불친절한 건 느끼지 못했다. 나는 다즐링 차를 주문했는데, 차는 정말 맛이 없었다... 지난번 몽 상 클레르에서 마신 오페라 티는 정말 이 돈 주고 마실만한 가치가 있다, 차만 마시러 또 와도 좋겠다 싶을 정도로 차가 맛있었는데 여기 다즐링 차는 정말 맛이 없었다... 어디랑 비교할 필요도 없이 그냥 맛없는 차였다. 정말 걸레빤 물 같은... 차 값은 750엔이었고, 대부분 음료 가격이 750엔에서 시작했는데 다즐링만 이렇게 맛이 없는건지... 어썸이든 커피든 다른 차를 마시기를 바란다. 

 

 

 

너무나 예쁜 한 컷. 나는 카라멜 타르트, 피스타치오, 바닐라 타르트 순으로 맛있었다. 바닐라 타르트는 제일 위에 바닐라 층은 괜찮았는데 아래 케이크 시트, 빵 부분이 맛이 없었다. 묘하게 걸리는 향이 나면서 내 기준으로는 평범한 파운드 케이크 만도 못한 맛이 났다. 그 아래 바삭한 쿠키 부분은 다시 맛있었지만 비중이 큰 빵 부분이 맛이 없어서 별로였다.
 
피스타치오도 그렇게 특별한 맛까지는 안 났고, 카라멜 타르트만 맛있었다. 일본 와서 먹은 카라멜 중에 맛 없는 건 정말 하나도 없었다. 일본에서 '카라멜'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건 다 맛있는 것 같다. 정말 카라멜을 잘 만든다. 카라멜 위에 올라간 크림은 아예 단 맛이 없는 크림이었는데 카라멜과 같이 먹으면 조합이 정말 좋았다. 타르트지도 바삭하니 너무 맛있었다.
 
타베로그에서 디저트 부문 2위를 차지한 맛집이라고 해서 너무 기대했는데 기대만큼 맛있지는 않았다. 그래도 생토노레가 궁금해서 생토노레만 포장하러 다음에 한 번은 또 와볼 것 같다. 하지만 내가 먹은 것 중에 다시 먹고 싶다고 생각할 만큼 맛있는 건 없었다.
 
 

 

 

파리 세베이유 케이크는 배에 넣고, 오 봉 뷰 땅 케이크는 자전거 바구니에 싣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올 때는 이렇게 예쁜 길로 안내해 주지 않았는데 돌아가는 길은 너무 좋은 공원으로 안내해줬다. 다음에는 케이크를 포장해 이 공원에 와서 먹어야겠다.
 
 

 

2nd STREET

 

자전거 타고 집으로 가는 길에 세컨핸드/중고/구제 옷가게 집이 보이길래 자전거 급 정차! 일본 와서 구제 옷을 꼭 사 입어야지~ 해놓고 마땅한 가게를 못 찾아서 아쉬워 하던 참이었는데! 보자마자 느낌이 찌리리 왔다.
 

 
 

 

옷은 분야별로 코너가 나뉘어져 있다! 바지, 반팔, 원피스 등 큰 분류로 나뉘어져 있고, 스트릿 등 스타일 별로도 나뉘어져 있다. 색상 별로도 깔끔하게 나뉘어져 있어서 옷 고르기가 좋았다.
 
 

 

 

가격은 당연히 천차만별이지만 주로 500~900엔 대의 괜찮은 바지, 티셔츠가 많았다. 정말 10벌도 넘게 입어본 것 같다. 귀여운 옷이 정말 많았지만 세컨핸드 특성 상 사이즈가 다양하지 않아서 아쉬웠다.
 
 

 

 

친구가 좋아할 것 같은 색과 스타일에 질도 괜찮은 옷이 보여서 친구한테 카톡으로 보냈더니 마음에 든다고 해서 너무 기쁘게 샀다. 하나 둘 친구한테 사주고 싶은 게 보일 때마다 사뒀다가 일본에 놀러오면 잔뜩 선물로 안겨 주고싶다.
 
 

 

 

나는 이 치마가 휘뚤마뚤 템으로 딱일 것 같아서 샀다. 친구에게 선물할 바지, 내 치마, 티셔츠 이렇게 3점을 골랐고 가격은 2000엔이 조금 넘었다. 옷 3점에 2만원 밖에 안 나오다니! 세컨핸드 만만세다 정말. 새 옷 왜 사?
 
 

 

 

그리고 또 집 가는 길에 마트가 보여서 홀린 듯 들어갔다. 하여간 그냥 집에 들어가는 법이 없다. 이제 냉장고가 다시 슬슬 비어가는 참인데다, 이제 또 열심히 일해야 하는 일주일이 시작되니 냉장고를 채워놓는게 맞겠다 싶어서 야채랑 두부를 샀다. 이번에는 팽이버섯과 가지가 저렴하길래 좀 샀고, 구운 두부도 처음으로 사봤다. 한국에는 저렇게 구운 두부를 포장해서 파는 건 본 적이 없어서 어떤 맛일지 궁금하다.
 
이렇게 지유가오카에서 집에 오는 길에 여기저기 새면서 뱅뱅 돌았더니 2시 정도가 됐다. 9시 반에 집을 나서서 4시간 반을 혼자서 돌아다녔다. 정말 혼자 놀기의 달인이 아닐 수 없다. 오늘은 또 몇 시간 동안 자전거를 탔을까. 정말 자동으로 측정이 되면 좋겠다. 애플워치로 운동 시작할 때 켜고, 끝나면 끄고 이런 거 하기 너무 귀찮아서 제대로 측정을 해본적이 없다.
 
그리고 집에 도착하자마자 디저트랑 장본 음식들을 냉장고에 넣고, 사온 구제 옷들과 빨래거리를 세탁기에 집어넣었다. 빨래부터 돌려놓고, 방을 한 번 닦았다. 방이 좁은데다 바닥이 하얗기 까지해서 먼지가 너무 잘 보인다. 그러니까 계속 돌돌이로 바닥 머리카락을 청소하고, 바닥을 닦게 된다.

 
 
 

 

4시간을 자전거에서 나의 대장정을 함께한 오 봉 뷰 땅의 디저트. 과연 상태가 멀쩡할까 심히 걱정스러웠다. 하지만 열어보니 생각보다 상태가 멀쩡해서 케이크는 넣어놓고, 구움과자만 먼저 꺼내봤다. 그렇게 단 걸 먹고 와놓고는 디저트가 또 들어간다니. 일단 디저트를 꺼내놓고, 엄마 아빠랑 영상통화를 했다.
 
어제 저녁이나 오늘 저녁 중에 되는 시간에 하자고 했는데 어제는 집에 손님이 와서 통화가 어렵다고 해서 오늘 통화를 했다. 2시 반쯤 시작해서 1시간 동안 통화를 한 것 같다. 방 구경 시켜주고, 오늘 뭐 했는지, 어제 뭐 했는지, 평소에 어떻게 지내는지, 뭘 먹고 다니는지, 히로아키랑 만나서 논 거, 쉐어하우스 친구들이랑 만나서 논 것 이것 저것 시시콜콜 다 말하고 나니 1시간이 휙 갔다. 그래도 역시 엄마 아빠는 잘 지내는 걸 눈으로 보니 훨씬 마음이 편해 보였다. 앞으로도 재밌는 일이 생기면 또 전화해야겠다.
 

 
 

 

영롱한 구움과자들의 단면! 전화하면서 반쯤 먹고, 나머지는 전화를 끊고 먹었다. 파브르통은 건자두가 들어간 서양의 풀빵 비슷한 건데 역시 과일이 들어간 디저트는 내 취향이 아니었다. 특히 말린 과일이라니. 게다가 새콤하다니. 정말 내가 안 좋아하는 맛이었다. 
 
갈레트는 정말 감동적인 맛. 아몬드 필링도 맛있지만 위의 바삭한 패스트리가 정말 맛있었다. 말도 안되는 맛. 혼자 두 개는 더 먹을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었다. 오늘 먹은 것 중에 이게 제일 맛있었다.
 

 
 

 

그리고 견과류가 가득 들어간 케이크도 꺼냈다. 종일 들고 다녔더니 금방 시원해지지는 않았다. 냉동실에 넣어둘 걸! 그래도 맛있었다. 위 아래 빵은 약간 쫀득한 식감과 바삭한 식감이 함께 났고, 흰 크림과 노란 크림을 함께 떠먹으니 가장 맛있었다. 카라멜 라이즈된 견과류도 듬뿍 들어있었다. 견과류 좋아하는 사람은 정말 좋아할 듯.
 
 
그리고 오늘 일기까지해서 방에서 밀린 3일치 일기를 몰아서 적었다. 일기를 다 적고, 신주쿠나 시부야에 자전거를 타고 가서 라멘을 먹을 계획이었는데 비가 오기 시작했다. 비라니! 비가 오면 자전거를 탈 수가 없는데! 7시 이후에는 비가 그친다고 하기에 계속 일기를 쓰면서 비가 그치기를 기다렸다. 하지만 비가 점점 거세지기만 하고 그칠 기미가 안 보이는거다. 그래서 집 근처에서 함바그를 먹어야겠다고 생각하고 미적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7시쯤 나가야지 하고 나가놓고는 놔두고 온게 있어 다시 올라왔는데 문 앞에서 지니를 딱 마주쳤다. 정말 사람을 들들 볶는 알바를 그만두기로 했다는 이야기를 문 앞에서 나누다가 저녁 먹으러 가는 길이라고 하니 같이 가겠다고 따라 나섰다. 정말 귀여워...
 
 

 

젠장. 문을 닫았다. 여기 말고도 다른 함바그 집이 있어서 거기도 가봤는데 거기도 문을 닫았다. 그리고 오는 길에 봤던 야키토리 냄새가 폴폴 나던 식당은 만석이었다. 정말 무슨 날이야 오늘? 문을 닫을거면 구글맵에 제대로 알려 이 인간들아. 그리고 누가 일요일에 문을 닫아? 정말 미쳐버려.
 
 
 

TIKA (아시아 요리 인도 커리집)

 

지니가 자기가 좋아하는 커리 집에 데려가겠다고 하면서 커리집으로 나를 안내했다. 그냥 카레라고 생각하고 따라갔는데 인도 커리라서 조금 행복해졌다.

 

열심히 노동한 사람의 멋진 손. 양손에 아크릴 물감이 잔뜩 묻어있어서 물티슈로 같이 닦아줬다. 검지에 물티슈를 감아서 뾰족하게 만들어 문지르니까 금방 지워져서 조금 재밌었다. 

 
 
 

 

닭이랑 돼지고기 튀김이랑 카레가 2가지 나오는 B세트를 시켰다. 정말 난이 너무 커서 압도당하는 기분이었다. 샐러드 드레싱도 고소하니 너무 맛있어서 샐러드를 혼자 다 먹은 것 같다. 가라아게가 시간이 지나도 바삭하니 너무 맛있었다. 난도 푸짐하니 양이 많았다. 

 

카레는 버터 치킨 카레랑, 시금치 토마토 카레를 주문했다. 버터 치킨 카레가 달달하니 특히 맛있었다. 시금치 토마토 카레는 너무 짠맛이 강해서 조금만 더 밸런스가 맞았으면 싶었다. 난도 쫀득하니 맛있었는데 조금 더 얇고 바삭해도 좋을 것 같다. 양이 정말 많았는데 지니는 양이 모자라다고 했다. 이런. 배부른데도 남기기 싫어서 억지로 먹었는데 덜 먹을 걸 그랬다.

 

 

 

 

당연히 혼자 밥 먹을거라 생각하다가 이렇게 함께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주말을 마무리하니까 기분이 좋았다. 늘 계획대로만 움직이는 삶을 살다가, 우연히 문 앞에서 친구를 마주쳐서 같이 저녁을 먹으러 가다니. 서울에서 친구들과 가까이 살아도 갑자기 같이 저녁을 먹으러 가는 일 같은 건 쉽게 일어나지 않는 일이었는데. 정말 나한테는 다른 게 아니라 이런 게 마법같은 일이다. 

 

쉐어하우스에 살길 잘했다- 는 생각이 들었다. 우연히 친구를 마주쳐, 생각도 안 한 식당에 가서, 예정에 없던 메뉴의 음식을 먹기. 계속 한국에서 혼자 살았다면 아마도 절대로 없었을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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