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벚꽃을 보면 돌아다닐때는 질리도록 봤다는 심정이었는데 오후에 비가 온다는 소식에 바로 오늘 6시 반에 일어나서 메구로강 벚꽃길을 보러 가겠다는 계획을 세운 나. 아침에 눈을 뜨니까 6시 15분이었다. 가볍게 씻고 가볍게 옷을 챙겨입고 버스타고 메구로강으로 갔다.
메구로강 벚꽃길
7시 20분쯤 메구로강에 도착했는데 이른 시간이라 러닝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나도 일부러 운동복을 입고 와서 1시간쯤 러닝과 사진찍기와 걷기를 반복했다. 스타벅스 리저브 매장에서 시작해서 메구로강을 따라서 편도만 30분이 넘게 벚꽃길이 이어진 것 같다. 나는 뛰다 달리다를 반복했으니, 산책으로 걸으면 1시간쯤 벚꽃을 보며 걸을 수 있을 것 같다.
정말 꿈같이 예쁜 길이 끝도 없이 이어진다. 남녀노소 할 거 없이 다들 발걸음을 멈춰서 사진을 찍는다. 일년에 이런 계절이 잠시 지나간다는 게 얼마나 기쁜 일인지.
I'm donut 오픈런
열심히 러닝을 하고 i’m donut 오픈런도 했다. 9시 오픈이라 느긋하게 8시 40분에 도착했는데 이미 앞에 10명 이상이 줄을 서 있었다. 메뉴는 기본 아임도넛, 글레이즈드, 레몬, 초콜릿, 피스타치오, 커스터드, 프로슈토, 기간 한정으로 보이는 벚꽃 앙금이 든 사쿠라 앙코 스트로베리 크림 도넛 이렇게 8가지였다. 나는 레몬, 피스타치오 도넛을 하나씩 샀다. 도넛은 정말 살면서 처음 맛 본 식감이었다. 레몬 아이싱이 올라간 레몬 도넛은 솜을 씹는 것처럼 폭신한 식감이었고, 피스타치오는 크림이 정말 진하고 맛있었다.
10시까지 출근할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여유롭게 집에 도착했다. 간단하게 오이랑 낫또, 도넛을 먹고 10시부터 일을 시작했다. 12시에는 팀미팅을 했다. 1분기에 진행한 일들에 대한 피드백을 주고 받는 시간이었는데 구체적인 인사이트를 공유하는 시간을 가진게 정말 오랜만인 것 같다. 좀 더 뾰족하게 서로서로 피드백을 주고받을 방법은 뭐가 있을까? 2분기 목표도 정리해야 하는데 다른 일 치여서 깊게 고민할 시간을 가지지 못했다.
아침을 늦게 먹어서 점심은 거르고 쉐어하우스 룸메이트들에게 줄 약과와 편지를 준비했다. 거실에 두고, 게시판에 거실에 과자가 있으니 가져가라고 붙여뒀다.
저녁에 보니까 15개가 9개로 줄어들어 있었다! 그리고 편지에 고맙다는 내용과 환영 메세지도 몇 개 달려있었다. 지금도 가끔씩 내려가서 확인하는데 볼 때 마다 개수가 줄어들어 있다.
늦게 출근해서 7시에 퇴근하고 신주쿠로 달려갔다. 아직은 방에 필요한게 많아서 장을 보러갔다. 다이소랑 돈키호테에서 필요한 걸 샀다. 다이소에서 주방가위, 도마, 손톱깎이, 행어, 수납함, 도마랑 접시 거치대, 배게 커버, 밴드, 폼클렌징을 샀다.
고데기랑 헤어에센스는 아직 못 샀고, 드라이기는 금요일 저녁에 시부야에서 무료나눔을 받기로 했다. 나머지는 소모품이거나 만약 남는다 해도 한국에서 쓸 수 있는 것들이지만 드라이기나 고데기처럼 110v로 되어서 한국에서 못 쓰는 것들은 너무 환경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사기 아깝다. 그래서 되도록 중고나 무료나눔으로 구해보려고 한다.
우오가시 니혼이치
저녁은 우오가시 니혼이치(Uogashi Nihon- Ichi Shibuya Dogenzaka 寿司 魚がし日本一 渋谷道玄坂店)라는 스탠딩으로 먹는 스시집에 갔다. 원래는 우오베이 도겐자카점에 가서 회전초밥을 먹으려고 했는데 다이소를 왔다갔다 하면서 사람들이 줄 서있길래 찾아봤떠니 구글맵 평점도 좋아서 계획을 바꿨다. 앞에 10명 정도 있었던 것 같다. 2-30분 정도는 기다렸다. 스탠딩이라 엄청나게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는데, 그래도 안에 자리가 많이 없고 주문하면 초밥을 만드는 시스템이라 스탠딩 치고는 웨이팅이 좀 걸린다.
주문하면 눈 앞에서 스시를 쥐어 만들어 주신다. 아지(전갱이), 오오토로(참치 대뱃살), 아부라츄토로(토치로 구운 참치 중뱃살), 아부리 노도구로(구운 눈볼대), 사바(고등어), 가츠오(가다랑어)를 먹었는데 스시는 생각보다 그냥 그랬다. 생선이 관리되는 것도 이거 괜찮은 건가 싶었고, 확실히 신선한 맛도 없었다. 구글맵도 다 믿을 수 있는 건 아니구나 하는 걸 절실히 느꼈다. 다들 인생 스시네 회전초밥보다 훨씬 낫네 하고 써놨는데 나는 정말 마트초밥이랑 다를게 없다고 느낄 정도였다. 하지만 사진은 제법 맛있어보이게 나왔군.. 마지막 가츠오는 사진도 안 찍었다. 다른거랑 다르게 가츠오는 간이 된 맛이었다. 하지만 다 특별히 눈에 번쩍 뜨일만큼 맛있는 건 없었다. 그냥 한국에서도 얼마든지 더 맛있는 스시 먹을 수 있고, 관광객이라면 돈 더 주고라도 더 맛있는 거 먹으러 가기를 바란다.
9피스 정도를 먹으니 진짜 배가 부르다는 느낌이 들었다. 원래 같으면 12피스를 먹어도 배가 안 찰텐데.. 타국에서 종일 바쁘고 긴장한 채로 돌아다녀서 배가 안 고프고, 고파도 많이 못 먹는 것 같다. (물론 대식가 기준)
메가 돈키호테 시부야점
저녁을 먹고 메가 돈키호테 시부야점에 갔다. 세탁세제, 폼 형태로 된 폼클렌징을 샀다. 헤어에센스는 제품 선택지가 너무 없어서 다음에 사기로 했고, 바디로션은 찾기가 지쳐서 포기했다. 너무 넓고 사람이 많아서 물건 찾으러 돌아다니는 것도 힘들고 찾기도 힘들다. 한 번에 많은 물건을 사는 관광객은 여기를 둘러보는 것 자체가 재미겠지만 진짜 생활용품을 사야하는 사람은 오히려 길에서 보이는 작은 드럭스토어가 훨씬 편할 것 같다. 돈키가 특별히 가격이 저렴하거나 하지도 않은 것 같다.
오늘도 발이 아플 때까지 걸어다니고 버스를 타고 집으로 들어갔다. 교통비 진짜 너무 비싸다. 하루라도 빨리 자전거를 사야겠다. 공유 자전거를 이용하려고 했는데 공유 자전거도 막상 타보니 지하철만큼 비싸고 시간만 오래 걸린다. 답은 자전거를 사는 것 밖에 없다. 왜 일본 사람들이 자전거를 타는지 오만번 알겠다.
왜 나는 사온 것들을 그냥 두고 잘 수 없는 사람일까. 결국 다 정리하고 또 12시가 넘어서 누웠다. 막상 누우니까 잠이 안 왔다. 내일은 꼭 푹 잘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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