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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직장인의 워홀 라이프

[도쿄 워홀] D+4 워홀 3종세트 하루만에 해결! +빵집 3곳 투어

by 디자이너 유디 2024. 4.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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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워홀 3종세트라 하면 주소 등록+번호 개통+계좌 계설을 말한다. 여기서 주소 등록에는 건강 보험 감면 신청, 연금 신청과 연금 면제 신청이 포함된다. 보통 주소등록이랑 번호개통까지는 하루만에 해도, 일본 은행은 당일에 접수하고 방문하는게 불가능해서 통장 구좌 개설까지 하루만에 다 해결하는 경우는 본 적이 없다. 하지만 그 어려운 걸 내가 해냈다...!

 

 

일본에 도착하고 4일째에 맞는 한국의 공휴일. 오늘은 4월 10일 한국 총선날이기에 일본은 일하는 날이지만 한국은 쉬는 날이다. 이런 공휴일 너무나 귀하다. 나는 미리 사전투표를 하고 왔기에 오늘은 충실하게 쉬면 된다. 하지만 쉬기는 커녕 워홀 3종 세트를 하루만에 해결하기 위해 미친듯이 돌아다닌 날이다. 

 

 

 

나는 세타가야구에 살고 있기 때문에 세타가야 구약소에 왔다. 세타가야 구약소는 건물이 3개로 나뉘어져 있는데 2번째 건물인 제2청사(다이니쵸우샤/第二庁舎・だいにちょうしゃ)로 가면 된다. 오픈 시간은 오전 8시 반이다. 나는 8시 20분쯤 도착했는데 들어가서 문의를 위한 서류 작성법을 안내받을 수 있었다. 작성 후에 접수표를 받고 기다리면 된다. 창구에서 번호를 부르는게 30분 부터 시작되는 것 같다.

 

 

주소 등록, 건강 보험 감면 신청

 

주소 등록은 A번 창구(마도구치)에서 하면 된다. 서류는 한글로도 작성할 수 있게 준비되어 있고, 작성 방법 역시 샘플이 놓여있다. 안내를 담당하는 직원 분이 작성해야 하는 곳에 형광펜으로 체크도 해주셔서 매우 수월하게 작성을 끝냈다. 나는 3번째로 불려서 들어갔다. 여권과 재류카드를 모두 챙겨갔는데 재류카드만 있으면 됐다. A창구에서 접수를 하고, 주신 번호표를 받아서 B창구에서 기다리라는 안내를 받았다.

 

이때 다음으로 2층의 24번 창구에 가서 건강보험을 신청하면 되고, 26번 창구에 가서 국민 연금 보험을 신청하면 된다는 안내를 해준다. 작년 한 해의 수입을 기준으로 보험료가 측정되는데 수입이 0원이기 때문에 건강보험은 감면 신청이 되고, 국민 연금은 면제 신청이 가능할거라는 안내를 해주셨다. 이 종이는 나중에 재류카드와 함께 주신다.

 

세타가야 생활 정보 책자를 주셔서 기다리는 동안 열심히 읽어봤다. 근처의 스포츠 시설, 미술관, 도서관 등 다양한 정보들이 실려있어서 책자 모서리를 접어가면서 슬슬 훑어봤다.

 

재류카드 뒷면에 주소가 찍혀서 나오기까지 체감 상 20분 정도는 기다린 것 같다. 우리나라는 주민등록증 뒷면에 테이프를 발라주는데 여기는 재류카드 뒷면에 정말 주소가 찍혀서 나온다. 이제 내 주소는 이 재류카드 뒷면에 있는 주소를 그대로 따라서 적어야 한다. 이제 진짜 일본 주민이 됨!

 

다음은 2층으로 올라가서 건강보험 감면 신청을 했다. 2층에 올라가면 직원분이 어떤 용무로 왔는지 확인하고 안내해 주신다. 대기하는 사람이 없어서 바로 앉아서 상담을 할 수 있었다. 서류를 주면서 작성을 하는데 무척 친절하게 한 칸 한 칸 적을 때마다 뭘 적으면 되는지 안내해 주셔서 수월하게 적었다. 하지만 일본어가 안되는 사람에게는 확실히 부담스러운 일일 것 같다.

 

수입이 없기 때문에 저렴하게 가입이 가능할거라는 안내를 받았다. 서류는 한 장만 작성했고, 이걸 작성하면 바로 감면 신청이 자동적으로 되는거냐고 물어봤는데 그렇다고 했다. 4월에 신청하지만 7월부터 건강보험을 납부하도록 통지서가 날라올거라고 했다.

 

나는 일본에 낸 건강보험료 자궁경부암 예방 접종으로 돌려받으려고 여기서 바로 자궁경부암 백신 예진표를 어떻게 받을 수 있는지 물어봤는데 이 직원은 처음 들어본다고 1층에 가서 물어보라고 했다. (1층에 가서 물어보니 바로 안내를 받을 수 있었다.)

 

 

국민 연금 보험 면제 신청

 

다음은 26번 창구로 가서 국민 연금 신청을 했다. 24번 창구는 2층에 올라가자마자 바로 있고, 26번 창구는 들어가서 오른쪽으로 꺾어서 더 들어가야 하는데 내가 헤매고 있으니 건강 보험 가입해준 직원이 나와서 길을 안내해줬다. 우리나라는 관공서 직원이 창구에서 밖으로 나오는 걸 보기가 매우 어려운데 일본 직원들은 창구에서 휙 휙 밖으로 나와서 너무 친히 몸소 안내해줘서 놀랐다.

 

국민 연금은 가입 신청과 면제 신청을 따로 해야한다. 그래서 가입하는 서류와 면제되는 서류를 2장 작성해야 하니 주의해야 한다. 그리고 한 번 신청하면 계속 지속되는 게 아니라 1년 단위로 재신청을 해줘야 한다. 이 기준이 6월로 끊기는 것 같다. 작년 6월부터 올해 6월이 지나면 새로 면제 신청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래서 내가 7월이 됐는데도 여전히 직장에서 국민연금이 가입되어 있지 않으면 다시 면제 신청을 하러 와야한다. 하지만 직장에서 가입이 되면 자동으로 변경이 되기 때문에 옮겨 갈 때는 구약소에 와서 다시 신청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일단은 위에 있는 견본과 같은 종이가 날라오면 무시하면 된다. 돈을 내버리면 돌려받는 건 불가능하다고 했다. 그러니 견본 이미지를 잘 봐놓고, 이런 종이가 날라오면 돈을 지불하지 않고 무시하면 끝!

 

혹시 몰라서 볼펜을 직접 들고가서 내가 들고온 볼펜으로 작성을 했는데 "그 볼펜 쓰기 쉬워보인다"하는 이야기를 들었다. 일본어로 얘기해주셔도 괜찮다고 했을 때는 "에라이네~(기특하게)" 하는 이야기를 들었다. 일본에서 제일 들어보고 싶었던 말이 에라이네 였는데 관공서에서 클리어!

 

 

 

국민 연금 신청과 면제 신청을 모두 끝내고 1층으로 다시 돌아가서 안내데스크에 씰가도9(우리나라 가다실 9가), 자궁경부암 예진표는 어디서 받을 수 있냐고 하니 3층에 있는 34번 건강만들기과로 가면 된다고 안내해 주셨다.

 

 

 

자궁경부암 백신(씰가드9) 예진표 받는 법

 

이 건강만들기과(켄코우즈쿠리카/健康づくりか課・けんこうづくりか)는 번호표가 따로 없다. 의자에 번호가 적혀있고 이 의자에서 앞 사람이 사라질 때마다 한 칸씩 옆으로 옮겨 앉는 시스템이다. 너무 웃겼다. 여기 앉아있으면 정장 입은 남자들이 와서 용건을 물어본다. 

 

자궁경부암 예방 접종은 2024년 기준 1997년생부터 2007년생 까지 무료로 받을 수 있다. 보통 집으로 안내 편지가 날라오는데 나는 기다릴 수 없어서 찾아간 편. 

 

우리나라는 가다실 9가 하면 병원에서 못 알아듣는 경우가 있을까 싶은데 여기는 씰가드9이라고 하면 잘 못 알아들었다. 자궁경부암 관련 표현을 여러개 익혀가서 설명하는게 좋을 것 같다.

 

자궁경부암 : 시큐우케이간(子宮頸癌・しきゅうけいがん)

예방접종 : 요보우셋슈(予防接種・よぼうせっしゅ)

백신 : 와쿠신(ワクチン)

씰가드9 : 씨루가도나인(シルガード9)

예진표 : 요신효(予診票)

 

자궁경부암 백신이나 자궁경부암 예방접종 예진표를 받고 싶다고 하는게 제일 소통하기 쉬웠던 것 같다. 이건 창구까지 가지 않아도 정장 입은 남자분이 준 서류만 작성하면 됐다. 흐름을 따라서 의자에 앉아서 옆으로 옮겨가면서 남자분이 물어보는 내용에 대답하고, 주신 서류 잘 작성하니까 의자에 앉은채로 예진표까지 받을 수 있었다. 그래서 창구까지 가지 않고 예진표를 받아서 바로 나왔다. 주소등록, 건강보험, 국민연금, 자궁경부암 예진표까지 다들 서류를 한무더기 주셔서 가방에 다 들어가지도 않을 정도였다.

 

 

자궁경부암 예진표 안내 종이는 이렇게 총 6종류를 받았다. 자궁경부암 백신은 총 3번에 나눠서 맞기 때문에 예진표를 3장 받았다. 그 다음 회색 종이는 '정기 예방접종 실시 의료기관 명부'로 백신 접종이 가능한 병원 리스트가 적혀있다. 병원 주소를 보고 우리집 근처에서 가장 가까운 병원 2군데를 골랐다. 한 군데는 자궁경부암 백신은 안 한다고 했고, 한 곳은 영업 시간이 지나서 내일 전화해보기로 했다.

 

 

이렇게 첫번째 관문인 주소등록을 끝내고 나니 오전 10시가 조금 지난 시간이었다. 나는 esim을 사용하기 때문에 라쿠텐 외에는 선택지를 생각하고 있지 않았다. 집에서 가장 가까운 라쿠텐이 도보로 2~30분 정도 걸리는 거리였는데 여기로 가보기로 했다. 

 

 

하늘이 거짓말처럼 파랗고 예쁘게 나왔다. 동네가 한적하고 너무나 예뻤다. 시간을 내서 동네를 잠깐씩 산책하고 다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는 길에 사원도 보이고, 우리 동네만 열심히 돌아다녀도 볼거리가 많을 것 같았다. 이때만 해도 귀에 에어팟을 꼽고 동네 풍경을 구경하면서 즐거운 기분으로 가고 있었는데...

 

라쿠텐에 도착하니 예약하고 오셨냐는 질문을 들었다. 우리나라에서는 휴대폰 가게에 예약을 하고 간다는 건 상상도 해 본 적이 없어서 유쵸은행 예약만 생각했지 라쿠텐을 예약하고 방문한다는건 생각도 안 하고 있었다. 나를 상대하고 있는 직원은 신입이라 계약이 불가능하다고 했다. 내일로 다시 예약을 하고 방문해달라는 말을 듣고 좌절하기 시작했다. 유쵸은행 예약이 오늘 오후 2시. 나는 그 전까지 번호를 개통해야 한다. 지금부터 어떻게 해야하지?

 

일단 라쿠텐은 기본적으로 온라인으로 가입이 가능한 통신사다. 외국인도 온라인으로 바로 가입이 가능한지 물어보고 그럼 어떻게든 혼자 해결해보자. 생각하고 은행을 향해서 걸어가면서 하나씩 시도해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첫 화면에서부터 계속 에러가 나면서 진행이 안 됐다. 시간은 11시를 넘어가고 2시까지는 시간이 있다고 해도 마음이 급해지기 시작했다. 가까이 있는 라쿠텐 지점은 시부야. 시부야까지 갔다가 다시 은행으로 갈 수 있을까? 싶어서 일단 혼자 해결해보자는 마음에 세타가야 생활정보에서 본 외국인 상담 센터에 찾아갔다.

 

번호가 없어서 상담실에 문의를 할 수가 없어서 혹시 라쿠텐 상담센터에 전화를 대신 걸어줄 수 있는지? 아니면 라쿠텐 모바일 번호 개통하는 걸 도와줄 수 있는지 물어봤는데 자신들은 가입을 돕거나 전화를 대리로 걸어줄 수는 없다고 했다. 그럼 대체 뭘 지원하기 위해서 있는 사람들이지...? 이 정도 도움도 못 주는데 외국인에게 뭘 도와줄 수 있는데...?

 

 

 

라쿠텐 모바일 가입

 

여기가 라쿠텐 상담센터 번호라고 전화해서 문의하면 된다고 안내를 받았는데, 내가 전화번호가 없어서 문의 전화를 못하는거라니까...? 정말 울고 싶은 심정이었다. 답답하지만 공중전화라도 알려달라고 하고, 공중전화를 안내받았다. 거기 앉아서 어떻게 할까. 내가 라쿠텐 상담센터에 전화를 한다고 이걸 해결할 수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들어서 아까 라쿠텐에서 안내받은 예약 QR코드에 들어갔다.

 

들어가서 시부야 근처 지점을 검색하다 구글맵에는 안 나왔던 지점까지 3군데가 보였다. 구글맵에 나온 지점 중 1개는 오늘 예약이 다 차있고, 1개는 12시 예약까지만 가능했다. 하지만 지금 시간은 오전 11시 45분으로 12시까지 시부야에 가는 건 무리였다. 두 지점보다 좀 더 거리가 있지만 12시 15분 예약이 가능한 라쿠텐 모바일 시부야공원거리점(渋谷公園通り店)에 갔다.

 

12시 10분쯤 도착해서 어떤 용건으로 왔냐기에 예약했다고 하니. 아 키무 사마!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하고 자리를 안내해줬다. 라쿠텐 모바일에는 최강플랜이라는 요금제 1가지 밖에 없다. 거기에 어떤 옵션을 추가하느냐에 따라서 비용이 달라진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대략 3기가 이내 사용 시에는 1만원, 3기가~20기가 이내 사용 시에는 2만원, 20기가 이상~무제한 사용 시 3만원에 이용할 수 있다.

 

통화는 라쿠텐 링크라는 어플을 통해서 걸면 무료로 쓸 수 있다. 단 110, 119같이 경찰서가 소방서에 전화를 걸 때는 일반 통화만 이용할 수 있고 이때는 비싼 요금이 나가니 주의해야 한다. 실수로 아이폰에 있는 초록색 전화기를 통해서 걸었을 때도 비싼 요금이 나가니 주의해야 한다. 그리고 전화가 와서 무심코 콜백을 하면 이것 역시 비싼 요금이 나간다. 무조건 라쿠텐 링크를 통해서 전화를 걸어야 무료 이용이 가능하다.

 

일반 전화를 이용하고 싶은 사람은 달에 1,100엔 대략 1만원 정로도 무제한 이용이 가능하니 옵션을 추가하면 된다. 신규 고객 대상으로 첫 달 무료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으니 사용해보고 중간에 취소하는 것도 가능하다. 직원은 처음 적응을 위해서 한 달 정도는 써보는 걸 추천한다고 했다. 하지만 일본어로 해지하기 귀찮을 것 같아서 인생은 실전이지 하고 옵션 없이 가입했다.

 

1만원 정도 내고 원하는 번호를 선택하는 옵션도 있다. 나는 원하는 번호를 고르는 것도 귀찮아서 그냥 보이는 번호 중 괜찮아 보이는 걸로 하나 골랐다.

 

일본은 80% 이상이 당연하게 유심을 써서 직원분이 유심을 가지고 나왔다. 나는 esim으로 가입할거라고 하니 아 그러시냐하면서 바로 esim으로 가입해줬다. 예전에는 유심을 사용하던 사람만 esim으로 갈아탈 수 있다고 들은 것 같은데 라쿠텐에서는 esim으로 바로 가입하는 것도 아무 문제가 없다.

 

가입은 대략 1시간 정도가 걸렸다. 12시 10분에 시작해서 1시쯤 끝났으니 여유있게 1시간 정도 잡고 가입을 하면 된다. 직원 분이 무척 친절하게 응대하고 번호를 만들어 주셔서 나오는 길에 감사의 의미로 가방에 있던 미니 약과를 드리고 왔다. 이름이 뭐냐길래 약과라고 했더니 어렵다고 포기했다.

 

여기서 라쿠텐 카드도 발급해 심사에 통과하면 20,000엔 포인트를 받을 수 있다고 가입을 권유받아서 일단 가입했다. 이 포인트는 통신비 결제에도 쓸 수 있고, 패밀리 마트 등 제휴된 곳에서도 쓸 수 있다. 연회비도 전혀 없다고 하고, 20만원이 땅파면 나오는 돈도 아니니. 그리고 분명 일본 신용카드가 없어서 생기는 불편이 있을 것 같아서 일단 만들었다.

 

 

 

이케아 시부야점

 

유쵸 은행 예약이 오후 2시였는데 시부야에서 전철을 타면 20분 만에 도착하는 거리길래 20분 정도 이케아를 구경하러 갔다. 한국에서도 간 적 없는 이케아를 일본에서 가다니. 1층에 베이커리가 있는데 외국인들이 3-4명쯤 줄 서서 아이스크림과 베이커리를 먹고 있었다. 

 

 

 

살려 달라고 외치는 것 같았던 멍멍이들... 애기랑 같이 온 엄마가 애기한테 여기 완쨩이 있어! 완쨩! 하고 강아지 인형을 가리켰는데.. 애기한테 보여주기는 너무 잔혹하지 않나요...?

 

 

 

유쵸은행 구좌 계설

 

심장 떨리는 고비들을 넘기고 제일 큰 관문인 유쵸은행에 도착했다. 2시보다 조금 일찍 도착했지만,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하면서 안내해 주셨다. 들어갔더니 창구로 안내하는 게 아니라 창구 맞은편에 있는 테이블에 의자를 펴고 여기에 앉으라고 안내해줬다.

 

 

 

 

그리고 태블릿을 줬다. 이걸 주고 필수정보입력, 수속내용확인까지 혼자서 다 입력하고 3번째 사원확인까지 넘어가야 한다. 언어는 일본어와 영어 밖에 선택이 안된다. 이걸 주고 직원은 사라진다. 뒤돌아서 창구를 봐도 이 태블릿을 내 손에 쥐어준 직원은 보이지 않았다. 어떻게든 혼자서 마지막까지 해결해야 했다. 그래서 그냥 되는대로 작성했다. 한 번 버튼을 누른다고 해서 끝나는 게 아니라 '야리나오스(やり直す)' 버튼을 눌러서 되돌릴 수 있다. 중간에 항상성이 있는 주소가 있냐는 식의 헷갈리는 질문이 정말 많았는데 물음표를 눌러서 들어가보니 그냥 주거지를 말하는 게 아니라 자기 사업을 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사업장이 일본에 있냐는 말 같아서 없다는 선택했다.

 

종이 한 장 안 쓰고 전부 태블릿으로 처리가 끝나는 시스템이었다. 태블릿 거치대에 재류카드를 얹는 위치도 있는데 거기 얹어놓으면 사진 촬영을 할 때 정확히 꽉 차게 사진 촬영이 되고... 뭐야... 되게 발전했어 일본...

 

통장도 실물 통장으로 받아볼 수 없다. 우리나라의 비대면 통장 계설과 똑같다. 입출금 내역 잔액 등은 어플을 다운받아서 확인할 수 있다. 오늘은 심사 신청을 한 걸로 끝났고, 심사가 통과하면 카드는 실물로 날라오는데 카드를 받고나면 추가로 편지가 한 장 더 온다고 한다. 이 편지가 도착해야 그때부터 카드와 통장 사용이 가능하고, 통장 번호는 이 편지에 적혀있다고 한다.

 

카드는 3-4일이면 도착하고, 편지는 2주 정도가 걸린다. 혹시 심사가 반려돼서 카드와 통장 사용이 안되는 경우가 있냐고 물어봤는데 대포통장을 만든다거나 범법, 나쁜짓만 안 하면 안되는 경우는 없다는 것 같다. 시간은 4-50분 정도 소요됐다.

 

이렇게 하루만에 워홀 3종 세트를 끝냈다! 끝내도 오후 3시쯤이라 원래 근처에 있는 카페에서 티라미수를 먹고 집에 가려고 했는데 휴대폰 배터리가 5% 밖에 없어서 불안해서 집에 갔다가 나오기로 했다. 보조배터리랑 충전선을 챙겨 왔는데 충전기 선이 고장난 것 같다... 확인해보고 나올 걸... 너무 걸어다녀서 양쪽 검지발가락 발톱에 피멍이 들었다. 여행 다닐 때도 이렇게 많이 걸어다녔는데 새삼 왜...? 이 신발이 내 발에 조금 작은건가...? 괜찮다. 적응하면 된다.

 

 

 

왼쪽이 내가 산 샐러리 / 오른쪽에 집 앞 편의점에서 파는 샐러리

 

집으로 가는 방향에 있는 마트에서 샐러리를 팔길래 하나를 샀다. 그리고 집 가는 길에 집 바로 옆 편의점에서 더 싸게 샐러리를 파는 걸 발견했다.. 인생은 왜 이래?

 

 

 

 

 

내가 구매한 건 쉐프의 오스스메가 붙어있는 2개다. 수도의 까눌레와 마카롱 마롱카페 데니쉬를 골랐다. 이걸 들고 카페도 가고, 1시간을 넘게 돌아다니다가 집에 들어가서 늦은 시간에 먹었는데도 정말 바삭하고 맛있었다. 

 

 

 

그 밖에도 계속 빵이 나오고 있었다. 갓 나온 빵은 갓 나왔다는 표시와 함께 진열된다. 식사빵도 다음에 꼭 와서 사먹어봐야겠다. 쿠키류도 너무 맛있어 보였는데 이건 언제든지 와서 먹을 수 있을 것 같아 이번에는 참았다.

 

 

 

까눌레는 럼 향이 무척 많이 났다. 식감은 겉이 바삭하면서 쫀쫀하고 안은 무척 촉촉했다. 겉 부분 식감은 좋았지만 속의 식감은 내 취향이 아니었고, 럼 향이 많이 나는 것도 내 취향이 아니었다. 나는 바닐라빈 향이 나는 까눌레를 가장 좋아하고 그 외에는 말차나 얼그레이 등의 향이 나는 걸 좋아하지 럼이 들어간 디저트를 좋아하지 않는 군 하고 오늘 또 깨달았다. 

 

그리고 마카롱 마롱카페 데니쉬는 정말 인생 데니쉬가 아닐 수 없었다. 마카롱도 그냥 실온에 있었는데 너무 쫀득하고 맛있었다. 그냥 푸석하게 씹히는 마카롱보다 쫀득쫀득한 마카롱을 좋아하는 내 취향에 딱 맞았다. 다만 초코맛을 안 좋아하는 나로서는 초코맛만 아니었다면 완벽했을 것 같다. 위의 마카롱이 초코 마카롱이고 바나나 아래에도 초코크림이 들어가있다. 

 

 

 

마카롱 - 카라멜 - 생크림 - 바나나 - 초코크림 - 오렌지 계열의 상큼한 크림 - 데니쉬 빵 이 순서로 깔려있다. 빵 하나에 800엔이나 하기에 뭐가 이렇게 비싼가 했는데 그만큼 공이 들어간 빵이었다. 카라멜도 정말 맛있었고, 빵 결이 정말 끝내줬다. 그냥 빵만 따로 먹고싶을 정도였다. 

 

 

1시간을 들고 돌아다니면서 종종 신호등을 건너느라 뛰기도 해서 다 망가져 있을 줄 알았는데 너무 완벽하게 보존돼서 놀라서 찍었던 사진. 보냉백도 1시간 들고 다녔는데 잘 유지됐다. 쫀득한 마카롱 뚜껑과 까눌레 단면까지.

 

 

 

 

카페 더 썬 라이브 히얼 (cafe The SUN LIVES HERE)

 

마시는 티라미수로 인스타에서 입소문을 타고 있는 cafe The SUN LIVES HERE! 티라미수 위에 크림을 부어서 먹는다. 비주얼이 너무 맛있어 보이고, 유쵸 은행 바로 근처에 있어서 와봤다. 집까지는 걸어서 25분 정도 걸렸는데 그냥 설렁 설렁 왕복 다 걸어서 오갔다.

 

티라미수는 주문하면 그 자리에서 바로 만들어주신다. 티라미수도 포장이 가능하지만, 오늘 포장 가능한 분량이 다 팔렸다고 했다. 하지만 가게에서는 먹을 수 있다고 했다. 이게 무슨 말일까..? 아무튼 가게에서 먹고 가려면 1인 1음료를 필수로 주문해야 한다. 나는 티라미수 하나와 우유를 아이스로 주문했다.

 

 

 

작은 통에 크림이 가득 담겨서 나온다. 이걸 따라서 티라미수와 함께 먹으면 된다. 일본에는 100% 우유의 우유팩에는 홈이 파져있다. 시각장애인들이 구분하기 쉽게 하기 위해서 파인 홈인데, 이 가게에서도 100% 원유를 쓰고 있었다. 100% 원유로 된 우유가 고소하다고 하기에 한 번 사마셔봐야지 했는데 겸사 겸사 맛봤다. 

 

티라미수는 맛있었다. 살면서 먹어본 티라미수 중에 최고! 정도는 아니더라도 잘 만든 티라미수 맛이었다. 레이디 핑거를 커피에 푹 적셔서 주는데 덜 적셔져서 살짝 바삭하게 씹히는 것도 좋았다. 하지만 짤주머니로 짜주는 크림만 조금 달고, 레이디 핑거랑 부어서 먹는 크림이 아예 달지 않아서 커피가 많은 곳은 쓰고, 부어서 먹는 크림이 많은 곳은 싱겁게 느껴졌다.

 

그래도 우유와 티라미수 모두 남기지 않고 끝까지 맛있게 잘 먹고 나왔다. 이렇게 먹고 나니까 너무 배가 불렀다. 하지만 이 가게에서는 티라미수만 유명한 게 아니라 작은 유리병에 담긴 칠키라는 레어치즈케이크도 유명하다. 치즈케이크와 우유를 합쳐서 칠키라고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너무 배가 불러서 먹지는 못하고 플레인 칠키 하나를 포장해 왔다. 오늘 사서 내일 먹어도 괜찮냐고 물어보니 모레까지 먹어도 된다고 했다. 굿! 내일이나 모레 아침으로 먹어야지 생각하면서 집으로 들고 왔다.

 

 

 

 

주니분 베이커리(Junibun Bakery)

 

그렇게 걸어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나의 레이더망에 들어온 주니분 베이커리. 구글맵에 저장되어 있길래 일단 들어가봤다.

 

 

 

이 집에서 유명한 건 '풍선빵'이라는 빵이다. 무척 예쁘게 포장되어 있다. 평일에도 오후에 가면 풍선빵이 다 팔리고 없는 경우도 있다는데 블랑제리 수도도 그렇게 주니분 베이커리도 그렇고 다 빵이 많이 남아있었다. 애매한 평일의 애매한 시간대라서 그런가보다. 대체 뭘 먹으면 좋을까 무척 고민하고 있으니까 옆에서 식빵도 드셔보시라고 주고, 작은 잔에 커피도 담아서 주셨다.

 

 

 

치즈 케이크랑 카라멜 슈가 너무 맛있어 보였다. 이걸 먹으러 다시 오고싶다. 고르면 말을 걸면 된다고 안내해 준다. 다 고르고 직원이랑 눈을 마주치면 오키마리데스까? 하고 정하셨나요? 하며 물어본다. 나는 엔쵸비랑 2가지 치즈가 들어간 빵이랑 풍선빵 이렇게 2개를 골랐다. 고르면 직원이 포장해주고 계산은 반대편에서 하면 된다. 골라주는 곳과 계산대가 따로 있다. 직원도 굉장히 많았다.

 

 

 

 

집에와서 너무 예쁘게 포장해준 주니분 베이커리의 풍선빵을 열어봤다. 정말 풍선빵 이름 그대로 구름 마냥 폭신폭신하다. 세 번째 사진은 엔쵸비와 치즈가 들어간 빵. 식감은 풍선빵이 좋았고, 맛은 엔쵸비와 치즈가 들어간 빵이 좋았다. 하지만 반전 있게도 빵 자체의 맛은 식빵이 가장 맛있었다. 일본에 와서 놀라는 건 빵 자체의 맛도 맛이지만 식감을 정말 폭신하게 잘 구현한다. 빵 맛 자체는 한국에서도 이 정도 맛은 먹어봤어 싶은 맛들인데 식감이 차원이 다르다. 와 살면서 이런 식감은 처음 느껴봐 싶은 느낌이 든다. I'm donut을 먹을 때도 그랬고 폭신함, 쫀득함 이런 걸 살리는 능력이 완전히 다른 차원이다.

 

 

 

 

왼쪽이 풍선빵의 단면, 중간이 엔쵸비 치즈빵의 단면. 오른쪽은 다 모아다가 신나게 먹는 모습! 풍선빵이랑 엔쵸비 치즈빵은 반만 먹고 다음날 아침으로 먹으려고 남겼다.

 

 

집에 도착해서 종일 들고 다녔던 서류를 한 번 더 살펴보고 정리한 다음 일본 전화번호도 생겼겠다, 우체국 택배 접수부터 했다. 접수를 하고, 카드 등록까지 다 마친채로 아빠한테 접수번호를 보내줬다. 우리 아부지 귀한 한 푼 아껴줘야지.

 

그리고 전화번호가 없어서 못했던 지모티 가입도 했다. 어서 자전거를 중고로 구매해야겠다. 어제 눈여겨봤던 문에게 문의 메세지를 보냈는데 이미 다른 분이랑 연락을 하고 있는 건지 답장이 없었다.

 

세타가야 구약소에서 받아온 분리수거 날짜 종이를 확인해서 날짜를 크게 적고 문에다 붙였다. 이제 집에서 분리수거 봉투가 오면 부지런히 분리수거해서 내놔야지. 약국에서 분리수거 비닐을 사서 내놓는다는데 대체 왜 분리수거를 위한 비닐을 따로 사야하는걸까? 왜 그냥 있는 비닐에다가 내놓으면 안되는걸까?

 

그리고 접종 예진표와 함께 받은 정기 예방접종 실시 의료기관 명부에서 집 근처 의원을 골라 주변 클리닉 한 곳에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자궁경부암 백신은 취급하지 않는다고 했다. 근데 자궁경부암 백신 안 하면서 이름이랑 생년월일은 왜 물어보는걸까? 그냥 바로 취급 안 한다고 알려주면 되잖아?

 

다음으로는 시부야 스포츠센터에 전화를 걸어서 수영 교실 접수가 가능한지 확인했다. 1분기, 2분기, 3분기, 4분기로 나눠서 접수를 받는데 춘기인 4월~6월 프로그램은 이미 사람이 다 찼다고 했다. 7월에 시작하는 프로그램이 하나 있고, 9월에 시작하는 프로그램이 하나 있는데 그걸 접수해야 한다고 했다. 공고는 시부야구 뉴스인 신문이나 시부야 스포츠센터 홈페이지에 올라오니 그걸 확인해야 한다고 했다. 방문해서 접수하는 것도 가능하냐고 했더니 편의점에서 뭘 사서 작성해야 한다고 했다. 대체 스포츠센터에서 강의를 듣는데 편의점에서 뭘 사서 써야한다는걸까...? 이해가 잘 안된다. 꽤 오래 붙들고 질문했는데 친절하게 답변해 주셔서 감사했다. 안되면 한국 가서 수영 배우는거지 뭐!

 

 

할 일을 얼추 해결한 다음 다시 빵을 먹으면서 스즈메의 문단속을 봤는데 또 끝까지 못 봤다. 대체 몇 번을 끊어 보는지 모르겠다. ㅋㅋㅋㅋㅋ 영화를 틀면 너무 잠이 쏟아져서 끝까지 다 보기가 힘들다. 총선 개표 결과도 봐야 하는데 피곤해서 다음 날 아침에 일어나서 확인하기로 했다. 11시 반쯤 누워서 곯아떨어졌다. 진짜 너무 알차게 보낸 고생 많았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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