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째 도쿄 살이의 날이 밝았다! 어제 저녁을 무지 늦게 먹었는데도 아침에 눈 뜨자마자 배가 고팠다. 대체 나라는 인간은 어떻게 설계된 것이지? 그래서 아침에 어제 사온 버섯을 볶아 먹었다. 김도 사 왔는데 낫또랑 버섯을 싸서 야무지게 먹었다. 일본 김은 단 맛이 엄청 강하다. 초등학생 때 일본에 처음 여행을 갔다가 정식에 나온 김이 너무 달아서 깜짝 놀란 기억이 난다. 이번에는 그렇게까지 단 맛이 강하지 않고 예상하고 먹어서 전혀 놀라지 않았는데 너무 바삭해서 놀랐다. 한국 김도 갓 뜯으면 당연히 바삭한데 뭔가 차원이 다르게 더 바삭했다.
쟈지우유푸딩
밥 먹고 냉장고에 계속 넣어뒀던 푸딩을 죄다 꺼내서 먹었다. 첫 타자는 그 유명한 쟈지 푸딩. 쟈지 푸딩은 흐르는 듯한 질감이다. 떠먹는 요거트랑 비슷하거나 그것보다 더 묽은 정도다. 맛은 진한 우유맛이고 정말 안 달다. 일본에 와서 먹은 음식들이 다 한국에서 먹은 디저트류보다 별로 안 달아서 신기하다. 한국은 일반 카페에서는 종종 별로 안 단 디저트를 먹을 수 있어도 편의점에서 먹는 건 진짜 설탕을 때려 넣었나 싶게 단 게 대부분인데 일본은 편의점에서도 이렇게 덜 단 디저트를 먹을 수 있다니!
토라쿠 크림브륄레 푸딩(TORAKU Brulee)
두 번째는 토라쿠 크림브륄레 푸딩(TORAKU Brulee) 안에 후첨해서 먹는 흑설탕 같은 게 있는 게 이게 진짜 달고나 같은 맛이 난다! 푸딩은 커스터드 크림 맛이고, 조금 단단하고 꾸덕한 크림이다. 단 정도도 쟈지 푸딩보다 훨씬 달았다. 푸딩 자체가 쟈니푸딩보다 맛있는 건 아니었는데 이 후첨 가루가 정말 맛있었다. 이 후첨 가루가 크림브륄레 느낌을 살려준다. 나는 이 후첨 가루를 쟈지 푸딩에 넣어서 먹었다. 최고의 궁합.
하겐다즈 카라멜 로얄 밀크티 아이스크림(기간 한정)
사실 푸딩보다 이 아이스크림을 제일 먼저 먹었다. 하겐다즈가 개 당 3000원 정도 가격이다. 한국에서는 술 취해도 안 멈춰서는 곳이 바로 이 하겐다즈 코너인데 일본에 있는 동안 다양한 맛을 맛보고 가야겠다. 처음 한 숟갈을 떴을 때는 카라멜 맛이 하나도 안 나고 밀크티 맛만 나서 뭐지 했는데 카라멜이 안에 쏙 들어가 있었다. 밀크티는 밀크티 대로 맛있고, 카라멜은 카라멜 대로 맛있었다. 아이스크림도 쫀득하니 맛있었다. 진짜 맛있다... 비싼 데는 역시 이유가 있어... 실컷 먹고 가야지...
자전거 방범 등록
점심 시간을 이용해서 자전거 방범 등록을 하고 왔다. 일본은 경찰청에 등록되는 방범 등록을 꼭 해야 한다. 그래야 내 자전거를 잃어버려 놓고도 내가 자전거 도둑으로 몰리는 일 같은 걸 방지할 수 있다. 특히 중고로 구매했을 때는 더더욱! 중고로 구매할 때는 양도 증명서를 잘 받아둬야 한다.
자전거 방범 등록은 아무 자전거 판매소나 들어가서 물어보면 된다. 인터넷에서 방범 등록을 하는 자전거 판매소를 검색해서 찾아갔더니 오히려 여기서는 안 된다고 했고, 2분 거리에 있는 다른 큰 자전거 판매소에 그냥 들어가서 물어보니 거기는 된다고 했다.
자전거 방범 등록 여기서 가능한가요?(지텐샤노 보우한 토우로쿠 코코데 데키마스카?) 하고 물어보자 서류랑, 자전거만 있으면 가능하다고 했다. 자전거를 밖에 세워놓고 들어와서 물어봤는데, 자전거를 안으로 들고 들어오면 된다고 했다. 자전거를 안으로 들고 들어와서 세워놓고, 경찰서에 제출하는 서류 하나, 가게에 제출하는 서류 하나를 작성했다. 경찰서에 제출하는 서류가 오른쪽 사진에 있는 작은 종이고, 가게에 제출하는 서류는 QR코드를 찍어서 모바일로 작성했다.
작성을 끝내면 660엔의 방범비를 지불하고, 노란색 방범 스티커를 자전거에 붙여준다. 그러면 끝!
이제 진짜 내 것이 된 자전거를 타고 슝슝 집으로 돌아왔다. 갈 때는 애플워치로 네비를 켜고 갔는데 돌아올 때는 올 수 있겠지 하고 그냥 왔는데 역시나 길을 잘못 들었다. 진짜 언제쯤 이 주변 길을 익힐 수 있을까? 근데 길을 잘못 들어도 좋다. 길을 잘못 들어도 늘 아름다운 풍경이 나를 맞아준다.
퇴근하고 동유모라는 다음 카페에서 드라이기를 무료나눔으로 받기로 했다. 나도 1년 동안 감사히 쓰고 나눔 하고 가야지! 이게 바로 친환경 라이프~ 아껴 쓰고 나눠 쓰고 바꿔 쓰고 다시 쓰기~
쉐어하우스 메이트랑 아침에 마주쳐서 인스타와 카카오톡을 주고받았는데 다음 주 약속을 잡다가 갑자기 저녁에 번개모임을 가지게 됐다. 당장 오늘이라니 갑작스럽지만 즐겁게 나가보기로 했다. 퇴근은 5시고 무료 나눔 약속은 6시 45분, 저녁 약속은 6시 50이라 시간이 애매하게 남아 신주쿠에 먼저 들려보기로 했다.
오이와케당고 혼포
목적지는 바로 오이와케당고 혼포의 당고! 무려 300년 된 도쿄의 유명한 당고 맛집이다. 자전거로 40분이 걸리는데 집에서 5시 10분에 출발하는 바람에 겨우 6시에 도착했다. 구글맵에는 영업시간이 6시까지라고 적혀있었는데 도착해 보니 영업도 계속하고 있었고, 당고도 모든 종류가 다 충분히 남아있었다.
오이와케당고 혼포를 방문하려는 사람은 오픈런할 필요 없이 평일 저녁 6시 기리기리로 도착해도 여유 있다! 여행 일정을 짜는데 도움이 되기를…
미타라시 당고는 기본과 어른용으로 나눠져 있고 그 외에 팥, 흑임자, 말차, 인절미가 있다.
나는 기본 미타라시 당고, 흑임자 당고, 말차 당고를 주문했다. 주문하면 투명한 비닐에 넣고, 종이로 싸서 다시 비닐에 넣어주신다. 자전거에 넣고 5시간을 덜컹거리며 들고 다녔는데 전혀 새지 않았다. 플라스틱 통 자체도 무척 단단하게 잠기고 비닐포장까지 2겹으로 되어있어서 사서 마구 들고 다녀도 문제없었다.
첫 이자카야✨
쉐어하우스에서 마주친 한국인 친구랑 급 번개 남만 결성! 시부야 하치코 동상 앞에서 만나서 자주 가는 이자카야에 데려가줬다. 대학생들이 가성비로 가는 이자카야 느낌의 가게로 데려간다며 앞장서줌! 뭐야 나 청춘이 된 기분이자나…
생각보다 인기가 많은 가게인지 웨이팅이 조금 있었는데 금방 줄이 빠져서 들어갔다. 7시 반쯤 들어가서 우선 나마비루 후타츠! 그리고 야키토리 두 접시 주문하고, 두 번째 잔은 매실주로 마셨다. 초록매실 맛인데 달달하니 맛있어!
두 번 정도 쉐어하우스 주방 앞에서만 마주치다가 처음 제대로 마주 앉아서 이야기하는 거라 우선 서로 뭐 하는 사람들인지 신상 정보 마구 주고받았다.ㅋㅋㅋ 마치 오랜만에 만난 친구랑 근황토크부터 주고받는 느낌으로! 눈이 초롱초롱 귀여웠다.
가게가 생각보다 일찍 문을 닫아서 9시 반쯤 나왔다. 자전거 주차한 곳 열심히 찾아갔다. 정말 헤맸다. 언제쯤 시부야 길을 익힐 수 있게 될까? 자전거 주차장에서 집 오가는 길만이라도 익히고 싶다.
집 돌아와서 샤워하고 드디어 생긴 드라이기로 머리 바싹 말리고 누워서 뒹굴대며 당고를 먹었다. 이 집 당고는 무조건 당일에 먹는 게 원칙이다. 하지만 세 개나 있어서 남으면 어쩔 수 없이 내일 먹어야지 했으나 다 먹었다.
쫀득쫀득 맛있긴 했는데 5시간이나 들고 다니면서 조금 굳은 건지 기대만큼 맛있지는 않았다. 갓 만든 당고 같은 건 무슨 맛일까… 그런 거 먹어보고 싶다. 미타라시 당고도 달고 짠 간장과 조청이 섞인 느낌. 맛도 식감도 새롭게 맛있는 느낌은 아니어서 다소 아쉬웠다.
내일은 시부야 요요기공원에서 Earth Day Tokyo 지구의 날 이벤트가 있는 날이다. 구경하러 가려면 부지런히 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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