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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직장인의 워홀 라이프

[도쿄 워홀] D+5 지모티로 자전거 중고 거래, 텟판(テッパン)

by 디자이너 유디 2024. 4.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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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째 워홀의 아침이 밝았다. 러닝을 하고 싶었지만 너무 많이 걸어다녀서 양쪽 검지 발가락 발톱에 피멍이 든 관계로 쉬기로 했다. 대체 왜인지 허벅지 안쪽도 다 뭉쳤다. (왜인지 나만 모르지) 매일 2만보씩 걷고 멀쩡하기를 바라는 나.
 

 

오늘의 브런치는 샐러리와 두부, 빵 4종, 커피다. 카페인에 취약해서 커피도 진짜 새모이만큼만 따랐다. 빵은 그동안 조금씩 사서 냉동실에 넣어둔 소금빵 팡 메종의 기본 소금빵 반 개, 프렌치 토스트 소금빵 반 개, 주니분 베이커리의 풍선빵 1/4조각과 앤쵸비 치즈빵 1/4조각. 그리고 견과류도 조금 먹었다. 오븐 토스트기 사양을 잘 모르지만 냉동된 빵이라 5분을 돌렸는데 위가 까맣게 타버렸다. 에어프라이기 정도로 생각했더니... 이렇게 화력이 좋을 줄 몰랐지... 익히는 게 아니라 데울 때는 2-3분으로 충분할 것 같다.
 
오늘은 미루고 미루던 청년 도약 계좌를 개설했다. 4월 8일에 신청했어야 하는데 일본 입국하고 나니까 정신이 없어서 목요일까지 미뤘다. 그리고 다른 클리닉에 전화를 걸어서 자궁경부암 백신 예방 접종이 가능한지 확인했다. 편지가 왔냐고 물어보기에 직접 구약소에 가서 예진표를 받았다고 했다. 생년월일을 확인하고 백신을 받으려면 일주일이 걸리니 18일 이후로 가능한 날짜로 예약하면 된다고 했다. 바로 목요일 오후 5시 반으로 예약을 했다.
 
그리고 지모티로 자전거를 중고로 거래하려고 메세지를 하나 더 보냈다. 답변이 너무 느려서 정말 가슴이 답답했는데 오늘 저녁 8시 40분으로 약속을 잡았다! 1시간 뒤에 읽고, 읽고 답장이 없어서 혼자 연달아 2-3번 메세지를 보낸 끝에 얻어냄... 한국에서도 이렇게 까지는 하지 않는데 진짜 교통비가 너무 비싸서 하루라도 빨리 자전거를 사야겠다는 생각에 집요하게 굴었다. 지모티는 약속 시간과 장소를 확실히 정하고 나면 상대방이 나를 예정자로 설정하는 기능이 있다. 이렇게 예정자가 정해지면 다른 사람들에게 거래가 완료됐다고 표시된다.
 
지모티는 무조건 지모티 어플 내에서만 거래를 주고받도록 유도한다. 지모티 내에서 전화번호, 라인 아이디 등을 주고받으려고 하면 다 삭제당한다. 외국인이라서 그런지 어플로 다운로드가 안돼서 노트북으로만 쓰고 있었는데 대체 가서 연락을 어떻게 해야하지 싶어서 라인 아이디를 주고받으려고 했는데 메세지를 보내는 족족 삭제당했다. 나중에는 종이에 라인 아이디를 적어서 사진 찍어서 보냈는데 처음에는 이미지가 갔지만 몇십 분 뒤에 지모티에게 걸려서 또 삭제 당했다. 나중에 어플을 설치하지 않고 그냥 모바일에서 로그인해서 사용할 수 있다는 걸 깨닫고 그냥 지모티로 연락 주셔도 된다고 평화롭게 끝났다.
 
 

 

 

8시 40분 거래고, 거래 장소가 걸어서 20분 거리라 8시 10분에만 출발하면 돼서 시간이 제법 많이 남았다. 일단 조금 남은 일을 더 하고 너무 피곤해서 30분 정도 눈을 붙였다. 과연 잠들 수 있을까 했는데 잠깐 잠이 들긴 들었다. 잠들기 전부터 이미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날 만큼 배가 고팠는데 자고 일어나니 허기가 좀 잠잠해졌다. 그래도 8시 40분에 자전거 거래를 하고 저녁을 먹으러 갈 생각이라 그때까지 버티려면 뭐라도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제 사온 cafe The SUN LIVES HERE에서 사온 레어치즈케이크 칠키를 꺼냈다. 진짜... 진짜 맛있었다. 진짜 맛있는 요거트랑 치즈케이크 맛을 왔다 갔다 했다. 먹고 나니까 뭔가를 더 먹고 싶었지만 저녁 먹으러 가야 하니 남은 견과류만 탈탈 털어먹고 참았다. 케이크를 먹으면서 스즈메의 문단속을 조금 끊어서 보다가 밀린 일기를 마저 썼다. 언제까지 이렇게 부지런히 일기를 쓸 수 있을까?

 
 

 

지모티로 중고 자전거 거래하러 나가는 길! 판매자 분이 꽤 가까운 거리까지 와주셔서 걸어서 갈 수 있었다. 도보로 20분 거리! 집에서 30분 전에 나서서 출발했다.
 

 

 

우메가오카 역 앞 패밀리마트에서 8시 40분에 만나기로 했는데 아직 안 오신 것 같아서 맞은편에 있는 마트에 들어가서 잠시 구경했다. 토마토랑 피망, 버섯이 너무 싸길래 돌아오는 길에 사기로 마음먹었다.
 

 

지모티 자전거 중고 거래

 

그리고 약속 시간 3분 전이 돼서 마트에서 부랴부랴 나오는데 멀리서 봐도 한 눈에 이 자전거군 싶은 자전거를 차 트렁크에서 내리는 게 보여서 바로 달려가서 곤니치와! 하고 말을 걸었다. 자전거는 한 눈에 봐도 상태가 너무 좋아보였다. 2년 전에 구매한 자전거라고 했는데 너무 깔끔하게 관리가 잘 되어 있었고, 직접 정비랑 수리도 다 하시는지 상태도 좋았다. 직접 타봐도 되나요? 물어보고 잠깐 타보고 오니 안장이 너무 낮다며 높이는 게 편할 것 같다고 안장을 높여주셨다.
 
일본 자전거에는 안장 아래에 열쇠로 뒷바퀴가 못 움직이게 잠그는 잠금 장치가 있는데 그 열쇠 사용법, 기어 조작법(기어도 무려 6단까지 조정 가능!), 자전거 스탠드 사용법을 물어보고 난 뒤에 바로 구매했다. 비용은 11000엔이었다. 미리 돈을 봉투에 넣어가서 돈을 드렸고, 판매자 분은 준비해 온 양도 증명서를 넘겨주셨다. 물론 꼼꼼하게 확인하면 좋겠지만 어차피 자전거에 대해서 잘 아는 것도 아니고 ^^... 다 확인하고 구매하는데까지 5분도 안 걸렸다.
 
감사의 의미로 미니약과 3개를 작은 봉투에 담아서 건네드렸다. 한국의 과자예요! 하면서 드리니 받아가셨다. 약과 2키로 사왔는데.. 이거 다 못 뿌리고 다니면 어쩌지 했는데 아마도 다 뿌리고 다닐 것 같다.
 

 
 

 

자전거 타고 보는 세상은.. 또 달라... 진짜 행동반경이 확 넓어질 것 같다. 교통비가 너무 비싸고 환승도 안 되니까 나처럼 여기 저기 돌아다니는 거 좋아하는 사람은 하루에 교통비 1만원도 우습게 나갔다. 첫 날에 3만엔 충전한 게 겨우 3.5일 갔다. 이제 자전거와 함께라면 못 갈 곳이 없다! 1시간 거리는 웬만하면 자전거로 움직여야겠다. 걸어다닐 때는 발톱에 멍든 곳이 아팠는데 자전거를 이용하니까 발톱도 안 아팠다.
 
 

 

텟판(テッパン)

 

자전거 산 기념으로 거래한 곳에서 자전거로 25분 정도 더 걸리는 오코노미야키집에 왔다. 로컬 맛집으로 유명한 나카노후지미초역 근처의 오코노미야키집. 들어가보니 정말 다들 죠렌상(단골)같았다. 일본은 자전거 주차를 빡세게 잡는다고 해서 어디다 주차해야 하지 걱정하면서 도착했는데 웬걸 가게 맞은편에 이미 자전거가 3-4대쯤 그냥 세워져 있었다. 나도 자연스럽게 그 옆에 세우고 열쇠를 잘 잠그고 가게에 들어갔다.(사실 처음에 안 잠그고 들어가서 음식 주문하고 나와서 잠그고 다시 들어갔다.
 
 

 

 

메뉴판에는 카스우동, 텟판야키(철판구이), 자랑의 야끼소바, 오코노미야키가 있고, 드링크 메뉴판이 따로 있다. 나는 오코노미야키가 먹어보고 싶어서 온거라 직원분께 오코노미야키 메뉴 중에 간판메뉴가 뭐냐고 물어봤는데 메뉴판에 주황색으로 칠해놓은 걸 그대로 추천해 주셨다. 그래서 나는 돼지고기랑 치즈가 들어간 오코노미야키로 주문했다. 주문하면 음식이 나오기 까지는 15분 정도가 걸린다,
 

 
 

 

주문을 해놓고 주변을 둘러보니 추천메뉴를 적어놓은 메뉴판도 따로 보였다. 메뉴판에도 추천메뉴에 형광펜으로 표시를 해뒀고, 칠판에도 따로 적어놨는데 굳이 물어봤구나 싶었다. ㅋㅋㅋㅋㅋ 하지만 덕분에 일본어 한 번 더 연습하고 나는 좋지 뭐!

 
 
 

 

음료는 따로 안 하냐고 물어봐서 음료는 괜찮다고 했다. 일본은 음료를 함께 주문하는게 무척 당연한 듯 하다. 어느 식당에 가도 음식만 주문하면 음료는 주문하지 않냐고 다시 재확인한다. 하지만 나는 한국에서도 음료를 정말 안 좋아하고, 잘 못 마시는 편이라 괜찮습니다 하고 정중히 사양한다. 문화라고 해도... 음료 주문이 필수인 곳이 아니라면 그냥 내 건강과 지갑을 지키고 싶다. 음료만 먹으면 대식가 위가 갑자기 쪼그라들어서 음식도 늘 다 못 먹게 되어버린다.
 
오늘의 오토시는 뭐다 하고 설명해 주셨는데 잘 못 들어서 기억도 잘 안 난다. 전분으로 된 가쓰오부스 베이스의 간장 소스에 돼지고기 완자 같은 걸 찍어서 먹는 음식이었다. 나중에 계산서를 보니 오토시 가격은 대충 3-400엔 정도 나온 것 같다.
 
 

 

 

단골 손님들 이름이 적힌걸로 추정되는 술병! 처음에는 그냥 빈 병을 장식해 놓은 걸로 생각했는데 자세히 보니까 이름이 적힌 라벨이 달려있고, 안에 들어있는 술 양도 다르다! 앉아있는 손님들도 다들 직원들이랑 이런 저런 이야기를 편하게 하는 걸 보면 진짜 단골이 많이 오는 집 같다. 일단 무엇보다 맛이 있어서... 나도 다음에 야끼소바 먹으러 또 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단골이 되는거겠지. 집이랑 가까웠으면 정말 자주 들릴 것 같다.
 
 

 

 

내가 주문한 돼지고기치즈 오꼬노미야끼! 두툼해서 그런지 철판에서 익히는데 시간이 정말 오래 걸렸다. 앞 뒤를 진한 갈색이 될 때까지 익히고 마지막으로 2가지 종류의 치즈를 올려서 뚜껑을 덮어 익히고 내어주신다. 그렇게 커 보이지는 않지만 내용물이 알차서 다 먹으니까 포만감이 엄청났다. 
 
내가 주문한 음식이 막 나왔을 때쯤 혼자 오신 남자 단골 손님 한 분이 들어왔다. 종업원분이 어? 00상 올 것 같았는데, 하고 손님은 자기가 빈티지샵에서 산 옷을 자랑했다. 대화하는 걸 보니 정말 자주 오시는 것 같았다.
 
음식을 먹으면서 다들 드셔보시라고 약과라도 나눠드려야겠다. 싶어져서 종업원 분께 이거 한국의 과자인데 드셔봐주세요! 하고 나눠드렸다. 직원이 세 분 계셨고, 옆에 앉아계신 손님이 세 분 계셨는데 모두에게 하나씩 나눠드렸다. 주문을 받으셨던 직원분은 바로 그 자리에서 맛있다며 드셨다.
 
다들 여행으로 왔냐며 질문을 마구 던져주셨다. 워홀로 왔다고 하니 쉐어하우스에 사냐며 물어보셨다. 이 식당에도 한국 사람이 제법 온다고 했고, 옆 자리 손님은 한국에 가본 적이 있다며 서울역, 경복궁, 명동역 사진을 보여주셨다. 화면을 보니 2018년 사진이었다. 원래 고베에 사시는데 고베에서 오사카로 가는 비용이 10만원 정도 드는데 한국을 우회해서 비행기를 타도 비용이 10만원이라 겸사 겸사 당일치기로 한국을 여행했다는 것! ㅋㅋㅋㅋㅋ
 
일본어 공부 어떻게 했다고 물어보셔서 처음에는 책으로 공부했는데 역시 듣기나 말하기가 안돼서 그 뒤로는 드라마나 애니메이션을 봤다고 했다. 제일 재밌는 드라마가 뭐였냐고 해서 브러쉬업 라이프를 말하고 싶었는데 도통 일본식 영어가 익숙해지지 않아서 대충 발음을 뭉개서 말해봤는데 틀렸다. ㅋㅋㅋ 못 알아들으셔서 검색해서 보여주려는데 식당 직원 분이 아 브러쉬업 라이프? 하고 맞추셨다. 그러자 옆에서 아 그 인생 반복하는거 하고 알아채셨다.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는 못했지만 무척 내향적인 성격으로 태어났던 나로서는 이렇게 조금씩 누군가에게 말 붙여보는 게 엄청난 용기고, 성장이다. 이제 한 발짝을 내딛었지만 시작이 반이니까~
 
 
 

 

앉은 자리에서 계산 부탁드립니다! 하니 영수증을 보여주셔서 카드를 드렸다. 계산하고 일어나려고 하니 직원 분들이 다같이 고맙다고 연달아 인사를 해주셔서 잘 먹었습니다를 3번쯤 반복했다. 나가는 길에 이건 일본의 과자야 하면서 사탕통을 건네주셔서 이치고(딸기)맛을 하나 잡았더니 둘 다 하나씩 맛보라며 노란 사탕을 하나 더 쥐어주셨다. 맛있고, 기분좋은 식사였다.
 
 

 


 

그리고 돌아가는 길에 마트를 3군데쯤 들러서 이것 저것 샀다. 올리브 오일이랑 후추를 계속 사야지 고민했는데 작은 올리브오일이 보여서 냉큼 샀다. 그리고 가는 길에 사야지 생각했던 토마토도 샀는데 토마토랑 버섯까지는 사놓고 피망을 안 샀다. 다음에 지나갈 일이 있으면 가서 피망도 사야겠다. 후추는 거친 입자의 아라비키랑 파우더 형태를 놓고 엄청 고민하다가 파우더 형태를 샀는데 돌아오는 내내 후회했다. 아라비키 써볼걸.. 나 후추 입 안에서 톡톡 터지면서 씹히는 거 좋아하는데... 정 안되면 1년 뒤에 집에 돌아가는 길에라도 사가야겠다.
 
카라멜 로열 밀크티 아이스크림도 맛있어 보여서 사왔다. 일본의 기간한정은 진짜라기에 8월까지면 많이 남았지만 사봤다. 후추를 잘못 산 타격이 여기까지 미친 듯. 집에 있는 쟈지푸딩도 아직 안 먹었으면서 크림브륄레 푸딩도 샀다. 괜찮다. 내일 아침으로 먹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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