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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직장인의 워홀 라이프

[일본 워홀 D-13] 출국 전 이력서 작성 완료, 건강검진 결과

by 디자이너 유디 2024. 3.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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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13] 3월 25일(월)

 

✅ 오늘 한 일 : 건강검진 결과서 확인, 가방&운동화 손빨래, 전자기기 220V 확인
 
서울에서 4박 5일간의 바쁜 일정을 끝내고 집에 돌아와 눈을 뜨니 기분이 묘했다. 일본에 가기 전에 마지막으로 사람들 얼굴을 보고 와야 한다는 마음으로 바쁘게 돌아다녀서 끊임없이 사람들에 둘러싸여 지내다 오랜만에 혼자 눈을 뜬 게 낯설기도 했고, 2주 뒤면 일본에서 눈을 뜨겠다는 생각이 동시에 머릿속에 들이닥쳤다. 눈을 뜨자마자 여러모로 마음이 싱숭생숭했다. 출국하는 날까지도 계속 이런 마음이겠지? 
 
아침을 먹으면서 아빠한테 13일 뒤에 출국이라니 긴장돼서 생각만 해도 토할 것 같다고 했더니 막상 간다고 하니까 걱정되지? 하면서 자꾸 후회를 종용당했다. 말도 통하고 미리 준비할 수 있는 건 모조리 해뒀으니 걱정되는 건 없다. 다만 긴장될 뿐!
 
그리고 내가 서울에 가 있는 사이에 건강검진 결과서가 날아왔다. 단 걸 너무 많이 먹어서 공복 혈당 수치 같은 것들이 약간 걱정됐는데 공복 혈당 수치 75로 정상 범위인 70~100mg/dl로 나왔다. 나머지도 모조리 정상으로 깔끔하고, 심혈관 나이는 22살로 나왔다. 실제 나이보다는 젊게 나왔지만 2년 전에 검사했을 때는 20살로 나왔으니 정확히 2살을 먹긴 했다.
 

간식을 먹고 싶어하는 강아지간식 봉투를 물어보는 강아지
일단 입에 넣어보는 김빙고

 

오늘은 비가 와서 점심 저녁 빙고와 축축하게 산책을 했다. 앨이랑 츔이 선물해 준 빙고 간식을 먹였다. 간식 앞에서 온갖 재롱 퍼레이드를 벌이는 모습을 영상으로 찍어서 보내줬다. 앨이랑 츔은 빙고 선물을 준비해 줬고 희연이는 핸드로션을 선물해 줬다. 어느 쪽도 나는 감동이지만 아무래도 내가 핸드로션을 바르는 모습은 굳이 영상으로 보고 싶지 않을 테니까.. 
 

 

강아지 훈련 빵 개인기를 하는 강아지간식을 가지고 강아지를 훈련하고 있다
왼쪽 빵! 하자 드러눕는 빙고, 오른쪽 기다려 중

 

간식 앞에서는 누구보다 똑똑한 우리 집 막둥이다. 손을 총 모양으로 만들면 벌써 드러누울 준비부터 한다. 기다려도 예전에는 손등 위에 올려놓는 것까지는 어려웠는데 이제는 양쪽 손등 위에 올려도 가만히 기다릴 줄 아는 강아지가 됐다. 커다란 게 귀엽기도 하지.
 

 
 

한국 음식 비빔밥한국 음식 비빔밥 재료한국 음식 비빔밥 재료

 
점심에는 비빔밥을 먹었다. 나물이 너무 많이 들어가서 밥이 거의 보이지 않지만 밥도 많고 나물도 많다. 이 집밥을 더 이상 먹을 수 없다는 게 유일한 슬픔이다. 하지만 일본에 가서도 야채는 꾸준히 챙겨 먹을 자신이 있다. 야채를 워낙 좋아해서 손쉽게 먹을 수 있게 미리 야채를 스틱으로 만들어놓고 매 끼니마다 챙겨 먹을 계획이다.
 
회사에서는 신제품을 만들고 있어서, 새로운 제품에 들어갈 일러스트를 그렸다. 신제품을 만드는 재미는 있는데 일주일 동안 서울에서 평일 주말 없이 바쁘게 지내고 쉼 없이 업무에 복귀하려니 조금 힘들었다. 일본에 가서도 일요일에 입국해서 월요일부터 바로 업무를 시작하는데 몸이 잘 견딜지 걱정된다. 하지만 인간은 적응의 동물. 하면 된다.
 
퇴근하고 빙고랑 비를 처절하게 맞으면서 산책하고 돌아와서 머리부터 발끝까지 뽀득뽀득 씻었다. 작은 욕조에 들어가서 오랜만에 목욕도 했다. 비까지 맞은 터라 싹 씻으니 정말 개운했다. 저녁을 먹고 가방이랑 운동화를 들고 들어가서 손빨래를 했다. 워홀 가기 전에 한 번 손빨래를 해야지 생각하고 있었는데 서울에 다녀와서 짐을 푸는 겸 바로 해버려야 미루지 않을 것 같아 냅다 물에 담가버렸다. 하지만 솔로 쓱싹쓱싹 문지르면서 내일까지 비가 온다는 게 떠올랐다... 그래서 묵은 때까지 싹 벗겨져라 하는 심정으로 그냥 물에 담가뒀다. 내일 비가 그치는 모양새를 보고 세탁기에서 탈수를 한 번 돌리고 널어야겠다.
 

김영모 과자점 밀푀유 모카롤 케이크코코아 쿠키망고

 

고생한 나를 위해서 김영모 과자점에서 사 온 밀푀유 모카롤케이크와 과자들을 쌓아놓고 영화 <침입자들의 만찬>을 봤다. 2024년에 나온 영화인데 넷플릭스에 새로 올라왔길래 눌러봤더니 익숙한 얼굴의 배우들이 보여 왓챠에서 평점을 확인하고 바로 틀었다. 일본 영화는 왓챠에서 3점 대만 넘으면 일단 틀어본다. 언어 공부를 위해서 보는 거다 보니 재밌는 영화만 보지는 않는다. 하지만 침입자들의 만찬은 오랜만에 재밌게 본 영화였다. 적당히 가벼우면서 떡밥도 잘 회수하고, 흐름이 지루하지도 않고 다들 연기도 워낙 잘해서 재밌었다.
 
고데기와 드라이기는 220V 볼트면 일본에서 사용할 수 없다고 해서 집에 있는 고데기와 드라이기를 다 꺼내서 프리볼트가 없는지 확인해 봤는데 없었다. 일본에 가면 당장 프리볼트로 된 고데기와 드라이기를 구매해야겠다. 급하게 사야 하는 물건도 리스트를 짜봐야겠다. 일요일에 바로 구매하거나 다음날 퇴근하고 구매해야겠다.
 
지난주까지는 진짜 2주만 더 여유 있게 출국할 걸 하고 이렇게 급하게 일정을 잡은 나를 원망했다. 그리고 처리해야 하는 일, 미리 준비해야 하는 것들이 너무 많아서 설렘은 하나도 없고, 일 같기만 했다. 하지만 진짜로 날이 닥쳐오기 시작하니까 점점 기대가 된다. 산더미처럼 쌓여있던 해야 하는 일들을 이제 제법 많이 해결해서 당장 해야 하는 일,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그래서 이제는 기대하며 워홀 출국일을 기다릴 수 있게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하지 않아도 되는 할 일들을 여전히 열심히 하고 있다. 지금 미리 해두면 미래의 내가 조금 더 편할 테니까. 오늘은 이력서 작성을 했다. 전화번호와 날짜만 비워놓았다. 하고 싶은 말을 얼추 정리하니 A4용지 반 정도 분량이 나왔다. 너무 짧은 것 같아 살을 조금 더 붙이니 2/3 정도 분량이 나온다. A4용지 한 페이지 정도를 채우지 않아도 괜찮을까? 일단은 이렇게 도전해 보고 보충해 봐야겠다. 혼자 방에 박혀서 이력서에 시간을 들일 시간에 면접을 하나라도 더 다녀보는 게 좋을 거라고 생각한다.

 

벌써 새벽 2시 반을 향하고 있다. 출국 전에 컨디션 관리를 잘해야 하는데 정말 이 놈의 수면 부족은 언제쯤 해결할 수 있을까 싶다. 이번주 주말에는 정말 푹 잘 수 있어야 할 텐데. 이번주 주말이 출국 전 마지막 주말이다. 이번주 주말에는 필요한 물건이 없는지 마지막으로 점검하고, 구매하고 진짜 짐을 싸기 시작해야 한다. 기내 반입하는 10kg, 위탁 수하물 15kg, 택배 20kg 안에 모든 짐을 다 넣기.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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