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10] 3월 28일(목)
✅ 오늘 한 일 : 일하기, 짐 싸기, 책 읽기
오늘은 한 게 일 밖에 없다. 눈 떴더니 비가 오고, 아빠가 일하러 가는 날이라 엄마가 일찍 일어나서 빙고 산책도 시킨 참이었다. 일어나서 밥 먹고 일을 하고 미팅을 1건 했다. 점심에는 연근 브로콜리 들깨 무침 샐러드를 만들었다. 점심 먹고 빙고 산책을 시키고 미팅을 2건 했다. 오늘은 일하고, 미팅 3건 한 게 전부다. 저녁까지도 계속 비가 와서 저녁에 빙고 산책도 엄마가 시켜줬다. 나는 저녁에 닭가슴살에 양념치킨 소스를 버무린 초간단 음식을 만들었다. 냉동실 파먹기 용으로 만들었다. 출국이 코앞이라 이제 음식을 새로 주문하지 않고, 내가 시켜놓은 음식들을 부지런히 먹고 떠나야 한다.
너에게는 닿지 않아를 8화까지 마저 봤다. 어제 다 보고 잘까 싶었지만 역시 6화를 다 보고 나니 피곤해서 끝까지 볼 수 없었다. 워홀 준비를 바쁘게 해야 할 때는 잠을 설쳤는데, 이제 할 일을 얼추 끝내놓고 나니 잠이 잘 온다. 지금 저녁 7시 반인데 벌써 졸리다. 매일매일 푹 잘 자고 있다. 이제 내일이면 D-DAY가 한 자리 수로 바뀐다!!! 오히려 점점 긴장도가 떨어지고 기대&설렘으로 가득 차는 중!
9시까지 밀리의 서재로 베르나르 베르베르 꿀벌의 예언을 읽다가 잠들었다. 대단히 재밌거나 흡입력이 있지는 않다. 그리고 사람 이름이 왜 이렇게 안 외워질까? 끊어서 보면 자꾸 얘가 누구였더라? 하면서 읽게 된다. 예전에는 베르나르 베르베르 책이라면 뭐든 재밌었는데... 파피용, 개미, 천사들의 제국, 나무, 신 읽을 때의 감동이 이제는 없다. 스토리 중간중간 전설, 신, 백과사전 이야기가 나와서 끊어가는 것도 예전에는 신선했고, 재밌는 요소라고 느꼈는데 이제는 흐름이 끊겨서 아쉽게 느껴진다. 내 집중력이 떨어진 걸까. 아니면 정말 재미가 없어진 걸까. 세상에 재밌는 게 너무 많아진 건가? 죽음, 잠, 고양이 즈음부터 재미가 없어지더니 그 이후로 나온 책들은 다 실망스럽다.
[D-9] 3월 29일(금)
✅ 오늘 한 일 : 일하기, 빙고랑 터그놀이, 웨비나 참여, 짐 싸기, 캐리어 고르기
오늘은 거의 10시간을 자고 7시가 되기 전에 알람도 없이 일어났다. 하루 푹 잤다고 또 잠이 안 온다. 지금은 새벽 12시 반이 다 되어가는데 말똥말똥하다. 방금 D-8일이 됐지만 12시가 되기 전까지는 아직도 여전히 D-9라는 게 믿기지 않았다. 지금 얼마 만에 시간이 이렇게 느리게 가는 걸까? 거의 몇 년 만인 것 같다. 아직 3월이라는 감각 얼마 만에 경험해 보는 거냐고. 아직도 3월이 이틀이나 남았다니 이거 맞는 거야? 주말이 다 가야 4월이 온다니. 4월 당장 내일 오면 안 돼?
새로운 패키지를 만들고 있는데 자꾸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르면서 이것저것 더하고 싶은 욕심이 생겨서 큰일이다. 제품 핸들링하는 팀장님이 단가 올라가는 소리가 들린다고 ㅋㅋㅋㅋㅋ 그래도 내가 뭔가 해보고 싶어 하면 일단은 알아봐 준다 일단을 해보자고 하는 분이라 너무 든든하고 감사하다.
점심시간에는 츔이 빙고에게 선물해 준 강아지 장난감을 첫 개시 했다. 아주 열정적으로 가지고 노는 김빙고. 아니 내가 가지고 놈 당하는 것 같지만... 빙고는 공 던져주는 것보다 터그 놀이를 좋아한다. 그래서 나는 힘들다... 장난감 들고 있으면 벌써 표정부터가 신나 있어서 귀엽다. ㅋㅋㅋ
그리고 2시부터 틱톡&어도비&아임웹에서 하는 강의를 들었다. 동영상 플랫폼이라니.. 역시 벽이 느껴진다... 나도 할 수 있었으면 했지... 내가 지금도 왜 일기를 유튜브가 아닌 블로그로 작성하고 있겠는가... 아직 나에게는 글쓰기가 편하고 익숙하다. 계속 편하고 익숙한데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것도 알지만 일상을 기록하는 정도는 글쓰기로 하게 해 줘... 그리고 계속 글을 쓰고 읽을 줄 아는 사람으로 남고 싶다. 도파민 중독은 벗어나고 싶어.
너에게는 닿고 싶어를 보고 나니까 사라진 첫사랑(消えた初恋)가 다시 보고 싶어 져서 다시 보기 시작했다. 이 구역 1등은 역시 사라진 첫사랑이다. 남주 둘 얼굴합이 끝내준다. 수 연기는 조금 과한 게 디폴트인가 싶은데 과하면서도 견딜만한 선을 잘 지킨다. 그리고 남주인 이다(메구로 렌) 정말 최고. 사라진 첫사랑을 본 뒤로 메구로 렌이 나오는 드라마, 영화를 족족 봤는데 얼굴은 늘 열일하지만 사라진 첫사랑 캐릭터가 제일 잘 어울린다. 사라진 첫사랑 이후로 트릴리온 게임, 사일런트, 나의 행복한 결혼까지 총 4개 컨텐츠를 봤다. 트릴리온 게임이랑 나의 행복한 결혼은 여주도 같은 사람이 나와서 묘하게 전생과 현생 같은 느낌이 들었음...
시간이 날 때마다 틈틈이 짐을 싸고 있는데, 오늘 결국 캐리어를 사기로 마음먹었다. 지금 가지고 있는 내 캐리어는 24인치인데 너무 크다. 캐리어의 반도 다 못 채웠다. 아빠가 자기 캐리어 들고 가는 거 어떠냐고 꺼내줬는데 20인치지만 오래돼서 무겁다. 그냥 캐리어만 들어도 무거운데 거기다 짐을 넣고 들고 다닐 생각을 하니 너무 아찔해서 20인치 캐리어를 새로 사기로 했다. 방도 좁은데 24인치 사이즈 캐리어를 방에 넣어놓을 생각 하면 벌써 아찔해서... 여름에 겨울 옷 넣고, 겨울에 여름옷 넣어두면서 인테리어를 너무 심하게 해치지도 않는 선에서 적당한 가격의 캐리어를 사려고 한다.
이미 무슨 캐리어를 살지는 골랐는데 화이트로 살지 옐로우로 살지를 두고 망설이고 있다. 홈페이지에 올라온 이미지가 디테일 컷과 외부 촬영컷 색감이 너무 달라서 고를 수가 없다. 디테일 컷에서는 옐로우가 예쁜 버터색인데, 외부 촬영 컨셉컷에서는 라임-레몬색이다. 그리고 화이트는 디테일 컷에서는 삭막한 화이트인데 외부 촬영에서는 예쁜 아이보리로 나온다. 제발 컬러 좀 실제랑 비슷하게 잡아주세요.
횬한테 연락해서 물어봤더니 화이트 사. 하고 단호한 답변이 돌아왔다. 무조건 실패 없는 쪽을 골라야 한다고. 맞아 나도 동의해. 그래서 판매자한테 연락해서 확인하려고 문의를 넣어놨는데 월요일 전까지 답변이 없으면 화이트를 구매하려고 한다.
캐리어 고르면서 엄마랑 아빠랑 셋이 식탁에 둘러앉아서 아빠 옛날 얘기를 들었는데 진짜 들을 때마다 뒤집어지게 신박하고 재밌다. 엄마는 자기는 심장 쫄려서 절대 아빠 같은 자식 못 키웠을 거라고 한다. ㅋㅋㅋ 진짜 우리 아빠는 목숨이 붙어있는 게 신박할 만큼 온몸이 성한 데가 없다. 옛날이야기 들어보면 용케도 50대까지 목숨을 부지하고 있다 싶다.
상반신에 화상 입고, 넷째 손가락 절단 될 위기에 처하고, 앞니 부러진 것까지는 백 번 듣고 눈으로 봐서 알고 있었는데 오늘은 입술 위쪽에 흉터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그러고 보니 진짜 입술 위에 흉터가 있었다. 이걸 20년 넘게 모르고 있었다니!
(내 팔꿈치에 난 상처가 너무 빠르게 아물어서 시작된 이야기. 상처가 너무 크게 나서 나는 일본 가서도 상처를 달고 다닐 줄 알았는데 벌써 딱지가 거의 다 떨어지고 있고, 흉터도 안 남을 것 같다고 했더니 아빠가 나는 상처를 계속 달고 다녀서 아무는지도 몰라- 하면서 시작)
어릴 때 경운기 위에서 놀다가 넘어져서 아예 입술이 뚫렸다고 했다. 당시에는 마취과가 없어서 마취도 하지 못했다. 양쪽에서 할머니 할아버지한테 꽉 잡으라고 하고 의사가 그냥 바늘로 꿰매었다고 한다. 지금처럼 섬세하게 수술이 가능했으면 흉터가 이렇게 크게 남지 않았을 텐데 당시에는 그냥 누더기처럼 기우는 수준이어서 흉터가 아직도 선명하다고 했다.
종종 이렇게 옛날이야기를 해주는데 들을 때마다 재밌다. 아빠 어릴때가 눈에 선하고 꼬맹이 시절 상상하면 너무 귀엽다. 그러고보니 오늘만 2번 옛날 이야기를 들었다. 들을 때마다 내가 모르는 새로운 이야기가 나온다. 생각해 보면 중학생 이후로 늘 기숙사, 자취하느라 집을 나와있어서 이런 이야기를 들을 일이 없었구나 싶다.
저녁을 먹기 전에 해준 이야기는 아빠가 내가 널어놓은 운동화를 걷어와서 운동화 끈을 넣어주면서 시작됐다. 운동화 끈을 넣어주면서 초등학생 때 처음 운동화를 신은 이야기를 해줬다. 그전에는 고무신을 신었다며 흰색 고무신은 그나마 잘 사는 애들이 신었고, 자기는 검정 고무신을 신고 다녔다는 이야기였다. 물가에 놀러 가면 다 같이 고무신을 둥둥 띄워서 뱃놀이를 하고 놀았다, 제법 비쌌던 아디다스 운동화를 샀을 때는 너무 귀해서 모시고 다녔다- 하는 이야기였다. 옛날이야기는 들어도 들어도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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