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이 이렇게 길었나...? 2주 남았을 때는 나에게 2주만 더 주면 안됐어? 2주 뒤에 출국이라니 그게 말이 돼? 딱 2주만 더 여유로우면 얼마나 좋아 하면서 벽에 매일 머리를 박고 있었는데 일주일 남으니까 시간이 멈춘 것처럼 안 간다. 할 일도 다 처리했겠다 시간 날 때마다 가서 뭐 먹지, 뭐 하고 놀지, 무슨 이벤트에 참여하지 이런 것만 찾아보다보니 이제 여행 준비하듯 설레는 맘만 남았다. 2주 전에는 내가 출국 전에 이 산더미 같은 할 일들을 다 해결할 수 있을까? 하면서 긴장되기만 했는데(그때도 걱정은 안 됐음) 막상 다 끝내고 나니까 80%이던 긴장이 2-30%로 줄었다.
그동안은 넷플릭스로 애니메이션이나 드라마를 주로 봤는데 요즘은 유튜브를 보고 있다. 확실히 가공된 컨텐츠(?)인 드라마나 애니메이션은 90% 이상 들리는데 정말 빠르게 말하고, 유행어나 줄임말도 섞어 쓰는 유튜브를 보니까 80%도 안 들릴 때가 많다. 그래도 매일 보면 늘겠지. 어떡해? 해야지.
[D-7] 3월 31일(일)
✅ 오늘 한 일 : 짐 싸기, 편지 쓰기
가서 친구 많이 만들 수 있을까? 가서 일본어 잘 할 수 있을까? 걱정할 겨를도 없이 짐싸느라 하루를 다 보냈다. 아침에 눈 떠서 짐싸고, 점심 먹고 짐싸고, 저녁 먹고 짐 싼 것 같다. 원래 짐싸기가 일주일씩이나 걸리는 일이었던가? 어떤 짐을 택배에 넣고, 어떤 짐을 캐리어에 넣고, 어떤 짐을 가방에 넣을지 고려하면서 싸다보니 한 세월이 걸리는 것 같다. 넣었다 뺐다 넣었다 뺐다 난리가 났다.
게다가 엄마아빠도 이사를 준비하고 있어서 짐을 싸는 김에 다른 짐들도 함께 미리 싸버리느라 시간이 더 많이 걸린다. 오늘은 각 잡고 옷을 전부 정리했다. 옷이 택배 박스 2개에 전부 들어간다. 아빠한테 그렇게 말했더니 옷이 그거밖에 없어? 하심. 옷이 한 박스든 백 박스는 다들 막상 입는 옷은 몇 개 안돼. 나조차 이 적은 수의 옷 중에서도 막상 입는 건 반도 안되는걸. 그래서 옷을 더 신중하게 사야겠다는 생각을 또 새삼스레 했다. 지구야 미안해. 내가 더 잘할게.
막상 짐을 싸다보니 택배가 20kg을 초과하고 있다... 처음에는 짐이 없어서 코웃음 치며 짐을 싸기 시작했는데 역시 인간은 욕심이 그득한 동물... 자꾸 이것저것 챙기고 싶어서 챙기다보니 짐이 늘어나고 있다. 그래도 20kg을 딱 맞추겠다는 나와의 약속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 20kg 맞춰서 보내고 나머지 짐은 어떡해. 다 짊어지고 가야지. 하지만 아직 캐리어도 절반 밖에 안 찬데다 무게도 11키로 정도 밖에 안 되고, 매는 가방도 4키로니까.. 어떻게든 되겠지... 아직 나에게는 10키로가 남았다. 출국날 하루 죽었다 생각해야지 뭐...
짐 싸다가 잠시 누우면 허리가 너무 아프다. 괜찮아. 일본 가면 낫겠지. 나 지금 모든 일에 이런 식으로 반응하고 있는데 슬슬 인간의 감정을 잃어가는 것 같아서 다소 걱정. 나한테도 공감을 못하는데 남들한테 공감 그거 어떻게 하는건데. 라고 대문자 T가 말했다. 우리 회사 사람들 가끔 STJ가 디자인 한다고 걱정한다. 괜찮아요 일만 잘 하면 되잖아. 또또 이런 식이지.
요즘 진짜 소화력이 미쳤다. 밥이 너무 잘 들어가고 돌아서면 배고프다. 친구들이 늘 가성비 떨어진다고... 진짜 가성비 떨어지는 몸뚱아리 같다. 어서 일본가서 맛있는 거 잔뜩 먹고싶다.
조롱박에 가득 담긴 것처럼 생긴 씨앗이 담벼락에 달려 있었다. 이런 걸로 죽은 감성 채우는 중.
오늘 진짜 많은 걸 했는데 너무 많은 걸 해서 기억을 잃은 것 같다. 짐을 최대한 싸놓고, 자기 전에는 친구들에게 줄 편지를 썼다. 3명의 친구들에게 줄 선물을 박스에 넣고, 편지와 함께 포장했다. 다른 친구들한테도 정말 받기만 한 삶이지만... 내 몸은 하나라서... 천천히 보답할게요... 우선 정말로 만날 때마다 받기만 하는 세 친구에게 보낼 선물과 편지를 썼다. 나 일본에 가 있는 동안 다들 기다려줄거라는 거 알지만 그래도 내가 정말 애정한다고 말해놓고 출국하기.
일찍 자려고 했지만 2시 넘어서 잠들었다. 분명 12시 쯤에 누웠는데 말이죠? 누워서 인스타그램으로 도쿄 이벤트 알림 계정으로 벚꽃 명소랑, 지구의 날 이벤트 일정을 확인했다. 이렇게 알맞은 때에 이렇게 알맞은 일정 확인할 일이냐고. 4월 13-14일 주말 양일 요요기공원에서 지구의 날 이벤트가 진행된다. 꼭 가서 부스마다 구경하고 말 걸어봐야지. めっちゃ楽しみ!
[D-6] 4월 1일(월)
✅ 오늘 한 일 : 일본에서 임시로 쓸 유심(esim) 구매, 캐리어 주문, 다이소몰 주문, 짐 싸기, 한국 알뜰폰 요금제 알아보기
드디어 4월!!!!! 드디어 아기다리고기다리던 4월이 왔다. 너무 느려. 시간이 급격히 기어간다. 심지어 오늘 오후에는 오늘이 화요일인줄 알았다. 4월 되자마자 4월 2일이기를 바라는 나. 이런 나 정상인가요? 오늘 EYE LOVE YOU하는 날이네.. 이러고 있었다. 직장인이라면 모름지기 평일이 느리게 가고 주말이 빠르게 가기 마련인데 어느새부터 일이 재밌어지기 시작해서 주말 평일 가리지 않고 시간이 빨리 갔다. 하지만 이번주는 아무래도 안 갈 생각인가본데. 그래도 목요일쯤 되면 이제 정말 다 간거겠지. 어느샌가 나 공항에 도착해 있겠지.
오전 중에 유심(esim) 구매와 캐리어 주문을 끝냈다. 유심은 하루 2GB 4일치를 구매했다. 캐리어는 아이보리색과 연노랑색 중에 고민하다 엄마가 계속 지나갈 때마다 나는 노랑이 마음에 들어. 나는 노랑이 예쁜 것 같아. 하면서 주문을 걸어서 연노랑으로 주문했다. 다이소몰에서도 필요한 걸 추가로 주문했다. 동네 다이소에는 사고 싶은 게 없어서 결국 다이소몰에서 주문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진작 다이소몰에서 전부 주문할 걸.
오늘은 결제를 세 번이나 했군. 오늘 초등학교 때부터 고등학생 때까지 나를 봐오신 선생님 생신이라 전화를 드렸는데 치킨이 잡수시고 싶으시다고 치킨도 선물해드렸다. 결제를 네 번 했군. 신용카드부터 해서 자동이체도 3건이나 빠져나감. 오늘 무슨 날인가요. 텅장아 미안해.
점심을 먹는데 할아버지가 용돈을 부쳤다고 전화를 주셨다. 통장을 확인했는데 너무 큰 금액을 보내주셔서 기절할 뻔. 지난주 토요일에 전화드려서 다음주에 일본으로 출국한다고 말씀드렸을 때 할아버지가 용돈 줄테니 계좌 불러봐라 하실 때는 손녀 생각하는 마음을 한사코 뿌리치는 것도 맞지 않다 생각해서 불렀는데... 물론 아빠한테 말하니 아빠가 할아버지가 주실 때는 진짜로 받아야 한다고 하심. 할아버지 주머니는 정말 잘 안 열린다고. 나는 일찍 직장생활을 시작한 편이라 할아버지한테 용돈을 받아야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어서 한 번도 할아버지가 용돈을 잘 안 준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었는데... 그랬다보니 듣고 봐도 그랬나...? 잘 모르겠다. 하지만 할머니가 옆구리 찌르면서 애들 용돈 챙겨줘라 하거나 할머니가 직접 주신 적은 있어도 할아버지가 주신 일은 잘 없다고 할아버지가 주실 때는 받는게 맞다고 하셨다. 엄마도 짠돌이 할아버지가 주시는 용돈이라니 대체 얼마나 받나 궁금해서 받으면 알려달라고 ㅋㅋㅋ 근데 생각보다 너무 큰 금액을 보내주셔서 엄마한테 이야 너 진짜 할아버지 최애 손녀네 소리 들었다.✌️ 그만큼 잘 ... 하잖아... 앞으로도 잘 해야지... 일본 가면 소중하게 선물 골라와야 할 사람들 너무 많다... 진짜 다 적어놓고 빼먹지 않고 선물 사와야지.
점심은 떡볶이&김밥 엄마가 출국 전에 김밥 싸주겠다고 산 단무지&우엉이 바로 쓰였다. 한국인의 소울푸드... 먹고 가줘야지... 나는 해외여행 한 달 가도 한식 안 찾는 타입인데 1년 살면 정말 한식 먹고싶을까? 지금은 어차피 1년 살고 들어오면 평생 한식 먹어야 하는데 한식 왜머거? 라고 생각하는데 과연 한 달 뒤의 나 뭐라고 울면서 블로그를 쓰고 있을까 궁금하다. (블로그를 쓴다는 전제마저도 어떻게 될 지 모름)
와일드한 시골. 닭들이 그냥 돌아다닌다. 평소 같았으면 빙고가 덤벼들고 난리가 났을텐데 오늘은 출발하면서 어디서 족발뼈를 물고 와서 그 족발뼈를 사수하겠다는 일념하에 닭에게 접근을 시도조차 안 함. 어떻게 이런 일이. 빙고는 우선순위가 참 분명한 강아지.
그 시기가 왔다. 강아지들에게 무한 기다려. 오쪼쪼 여기봐 여기봐. 하는 그 시기. 꽃개 시즌. 간식도 없는데 예쁘게 벚꽃나무 앞에 잘 앉아있었다. 기특한 내 새꾸. 내일은 꼭 간식 들고 나와야지.
이제 짐을 거의 다 챙겼지만 택배, 캐리어, 배낭 무게를 맞춘다고 난리를 치고 있다. 게다가 아직 캐리어부터 시작해서 택배로 주문해 놓은 것들이 너무 많아서 정말 최최최최종 짐을 챙기려면 좀 더 시간이 걸릴 것 같다. 이럴거면 그냥 깨작 깨작 일주일동안 하는 것보다 쭉 미루다가 목요일쯤 시작하는 게 현명할 것 같은데 왜 나는 미루는 게 안될까. 뭐든 미리 미리 준비해서 미리 다 끝내버리고 싶다.
츔한테 전화가 와서 37분 동안 통화를 하면서 짐을 챙겼다. 생각해보니 일본에 가져갈 것 외에도 서랍에 그득그득한 짐들을 싸느라 바빴구나 나. 3박스 정도를 채웠고, 서랍 6개 정도를 비웠다. 내가 생각했을 때 가장 챙기기 머리 아픈 짐들을 미리 챙겨뒀다. 나머지는 다 책이나 엄마 아빠가 내 방을 창고처럼 쓸 때 넣어둔 짐이라 별 문제 없으리라 생각된다.
4월 알뜰폰 요금제를 알아봤는데 우체국에서 나온 월 2,000원짜리 요금제로 갈아타면 될 것 같다. 요금제는 금요일 오후에 갈아타야지. 선물 보낼 친구들 주소도 다 물어봐뒀다. 내일은 우체국이랑 편의점 택배 주소 미리 입력해야지.
매일 매일 조금씩 일본 워홀에 더 가까워지고 있다!
'일본 > 직장인의 워홀 라이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일본 워홀 D-2] 알뜰폰 개통 신청하기(아이즈 모바일) (0) | 2024.04.05 |
---|---|
[일본 워홀 D-4] 캐리어 사려다 바보비용 지불 (1) | 2024.04.03 |
[워홀 D-8] 다이소 털이(브러쉬 7종 세트, 품절 대란 싱크대 배수망) (5) | 2024.03.30 |
[일본 워홀 D-9] 아직도 3월이라니, 캐리어 새로 사기로 결정했다 (0) | 2024.03.30 |
[일본 워홀 D-11] 슬슬 짐싸기, 아빠 생일 축하, 잠자기 (1) | 2024.03.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