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3] 4월 4일(목)
✅ 오늘 한 일 : 캐리어 도착, 엄마 생일 치킨 파티
캐리어가 다행히도 하루 만에 도착했다. 와이드 핸들로 되어 캐리어에 중간에 있는 볼록한 부분이 없다. 물론 똑같은 손잡이 부분이 양 가로 갔을 뿐이지만 짐을 챙길 때 훨씬 효율이 높아진다. 이리 굴려보고 저리 굴려봐도 잘 굴러가고, 수납력도 아주 좋다. 24인치 캐리어에 들어가던 짐이 20인치 캐리어랑 배낭에 나누면 거의 다 들어간다.
내가 주문한 건 20인치에 앞 뒤가 모두 화이트인 제품. 실물도 사진이랑 무척 흡사하다. 실제로 보면 좀 더 플라스틱스러운 느낌이 든다. 때도 무척 잘 탈 것 같은데 화이트를 주문할 때부터 그건 깔고 가는 거니까... 하지만 막 끌면서 오래 쓸 사람은 무조건 블랙으로 사야겠다는 생각을 보자마자 하긴 했다. 그 막 끌고 다니는 사람이 바로 난데.. 내 배낭도 화이트인데 살 때는 무조건 예쁜 거지! 하고 화이트로 주문하고 관리하기 힘들어서 피눈물을 흘린다.
정말 마구마구 짐을 쑤셔넣었다. 나는 빈 공간 없이 한가득 짐 싸는데 특화된 사람이라 빈틈하나 없이 잘 쌌다. 아주 맘에 든다. 아직 회사에서 더 챙겨가야 할 짐을 안 보내줬는데... 이틀 째 송장만 발행되고 아직 출고가 안 됐다. 과연 출국 전에 택배가 도착할지 의문이다.
엄마 생일이라 치킨을 먹었다. 심적 물리적 여유가 있으면 찰밥도 해주고 미역국도 끓여줄 텐데 출국 3일 전이라 뭔가 한다고 해도 엄마한테 저지당할 것 같아서 카드 긁기로 대신했다. 운전은 아빠가. 철저한 역할 분담. 엄마 친구가 생일이라고 딸기가 든 망개떡을 보내주셔서 떡도 후식으로 맛있게 냠냠.
오늘 정말로 열받는 일이 너무 많아서 오후 5시 이후로 계속 소리치고 싶은 상태였다. 입만 열면 분노와 원망과 아우성이 휘모리장단으로 나오는 상태. 그래서 휴대폰 한 번 확인하고 악 하고 소리치듯이 엄마 아빠한테 와다다다 열받는 거 이야기하고 노트북 한 번 확인하고 악 하면서 열받는 거 털어놓기를 반복했다. 그렇게 털어놓고 나니까 마음이 훨씬 한결 홀가분해져서 다시 침착하게 앉아서 일했다.
인간은 대체 어떤 생명체일까? 왜 화가 나는 일이 있으면 누군가한테 털어놔야 직성이 풀리는걸까? 혼자 가슴에 품고 있으면 계속 화가 나는데 누구한테라도 말하고 나면 속이 시원해진다. 대체 왜야? 왜 이렇게 생겨먹은 거야? 그리고 일본 가기 직전이라 갑자기 조금 두려워졌다. 일본 가서 열받는 일 생기면 대체 누구한테 털어놓지. 그동안 가족들이랑 긴 시간 살 때는 별일 없다가 왜 출국 직전에 이렇게 열받는 일이 몰아닥치는 거냐고. 혼자서 씩씩거리면서 화병 나는 거 아닌가 몰라.
떨어져 있는 일년 동안 잘 지내고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성장을 얻기로 셋이서 약속했다. 나는 자신 있어!
[D-2] 4월 5일(금)
✅ 오늘 한 일 : 한국 번호 살리기 유심(esim) 알뜰폰 변경, 가마솥에 삶은 토종닭 마지막 만찬, 짐싸기 최최최종
흰색 꽃을 가진 토종 민들레. 노란 민들레도 예쁘다고 생각했는데 흰 민들레를 보면 너-무 예쁘다.
점심시간에 알뜰폰으로 esim 개통을 신청했다. 실컷 다 신청하고 났더니 개통까지 영업일 기준 1-2일이 걸린다고 해서 심장이 철렁했다. 그래서 통신사 고객센터에 전화를 했다. 오늘 신청했는데 영업일 기준으로 1-2일이 걸린다고 나오는데 내일 출국해야 해서 오늘 중으로 빨리 처리가 안되냐, 그리고 월요일에 개통이 되면 내가 외국에 있을 것 같은데 개통이 가능하냐 2가지를 물어봤다. 아마 오늘 신청했으면 오늘 개통이 안될 것 같다, 외국에서도 개통은 가능하지만 오류가 생기는 경우가 많다고 답변했다. 오류가 생기는 건 복불복이고 esim을 재설치 해야한다고 했다.
하지만 오후 3시쯤 담당자가 배정돼서 신청서에 문제가 없으면 개통된다고 알림톡이 오더니 곧 전에 쓰던 통신사에서 이동전화가 해지된다는 문자가 오고 곧 esim을 개통할 수 있는 QR이 이메일로 날아오고 개통이 됐다. 역시 한국에서 당일 안에 처리되지 않는 건 없다. 어차피 당일에 해줄거면서 왜 이렇게 겁을 주냐고요. 진짜 오늘 안에 안되면 어떡하지 어제 할 걸 하면서 벽에 머리를 쾅쾅 박고 걱정했는데 괜히 걱정했잖아...
벚꽃 나무 밑을 지나갈 때마다 매일 기다려 타임. 오늘은 좋아하는 엉아가 놀러와서 빙고 기분이 더 좋다. 2미터까지 점프해가면서 반겨주심.
왼쪽은 마트에서 산 토종닭, 오른쪽은 부모님 지인이 키운 진짜 토종닭. 마트에서 산 토종닭은 1시간 삶고, 진짜 토종닭은 4시간 삶았는데 마트에서 산 닭은 너덜너덜하고 토종닭은 살이 딴딴하다. 진짜 다른 환경에서 키웠다고 다르긴 다르다. 육질도 완전히 달랐다. 오른쪽 닭은 진짜 쫀득쫀득하고 단단했다. 넷이서 거뜬히 두 마리를 다 먹어치웠다. 미나리랑 부추, 파드득 나물도 겨자소스에 찍어먹었는데 정말 맛있었다. 다시 생각해도 기절이야 기절.
드디어 택배 무게랑 캐리어 무게도 다 맞췄다. 이제 맥북이랑 충전기들만 챙기면 끝! 내일이 한국에서 보내는 마지막 날! 벚꽃 보고 엄마 아빠랑 맛있는 거 먹고 푹 쉬고 출국 잘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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