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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직장인의 워홀 라이프

[일본 워홀 D-11] 슬슬 짐싸기, 아빠 생일 축하, 잠자기

by 디자이너 유디 2024. 3.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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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12] 3월 26일(화)

 

✅ 오늘 한 일 : 아빠 생일 축하, 밀린 잠 자기
 
오늘은 아빠의 마지막 음력 생일이다. 내년부터는 양력으로 생일을 챙기기로 했다. 음력 생일이 있고, 음력을 양력으로 계산한 생일이 있고, 주민등록증에 적힌 양력 생일까지 3개의 생일을 가지고 산다니 생각만으로 피곤하다. 하지만 옛날 사람들은 다 그렇게 살았다면서 지금까지는 음력 생일을 챙겨왔는데, 매년 계산하기 너무 번거로워서 내년부터는 확실히 양력 생일로 챙기자고 설득해서 다같이 합의를 봤다.
 
정말 어이없는 포인트. 내가 어제 내일 아빠 생일이잖아! 했더니 엄마, 아빠 둘 다 모르고 있었음. 올해는 4월 4일이 엄마 생일인데 엄마가 자꾸 4월 5일이라고 우김. 그래서 달력 봤더니 4월 4일이 맞았음. 휴... 내가 아니었다면 엄마 아빠 둘 다 생일인지도 모르고 지나갔거나, 엉뚱한 날이 생일인 줄 알았을 것. 양력으로 바꾸는 거 그냥 엄마, 아빠를 위한 일이잖아.
 
서울에서 김영모 과자점의 밀푀유 모카롤을 엄마, 아빠 생일 케이크로 사왔다. 둘 생일이 가까워서 늘 겸사 겸사 한 번에 케이크를 사서 촛불을 불곤 해서 사온건데, 내가 사 온 케이크는 그냥 아침 먹고 커피랑 같이 디저트로 맛있게 먹고 촛불 부는 이벤트 같은 건 없었다. 아침을 먹고 있는데 농협 조합장님한테서 아빠에게 전화가 왔다. 생일이시죠~ 생일 축하드립니다. 하는 전화였다. 그래서 첫 생일 축하도 농협 조합장님한테 뺏겼다. 어이없게 굴러가는 하루. 그래서 아침, 점심 먹으면서 말로만 "생일축하해."로 끝나버린 하루. 저녁에는 친구 만나러 간다고 엄마 아빠가 함께 나가버려서 혼자 저녁 먹고 혼자 잤다.
 
혼자 밥을 먹으니 저녁을 먹으면서 EYE LOVE YOU를 볼 수 있어서 그건 좋았다. 화요일 저녁에 EYE LOVE YOU를 보는게 정말 화요일의 힐링이다.
 
그동안 긴장해서 계속 잠을 못 잤고, 그게 습이 되어버린건지 서울에 가서도 계속 6시 반에 눈이 떠졌다. 피곤이 쌓일대로 쌓여서 저녁 9시가 되기도 전에 잠들었다. 일기라도 쓸까, 뭐라도 하고 잘까 하다가 나에게 지금 제일 필요한 건 잠이라는 생각에 다 관두고 푹 잤다.
 

오늘 할 일 목록 끝내주게 숨쉬기 간지나게 자기 작살나게 밥 먹기
진짜 오늘의 내가 한 일

 
 

[D-11] 3월 27일(수)

 

✅ 오늘 한 일 : 운동화&가방 널기, 짐싸기
 
운동화랑 가방 빨래를 끝냈다. 어제는 비가 와서 널어도 낭패일 것 같아 비눗물에 푹 담궈만 뒀다가 오늘 탈수를 돌리고 널었다. 널기만 했는데도 벌써 뽀송 뽀송 기분 좋은 빨래 냄새가 난다.
 
다음주에 택배로 짐을 보내야해서 이제 슬슬 짐을 챙겨보면서 무게를 확인해야겠다. 내일이면 정말 출국까지 10일이 남는다. 지난주까지는 정말 2주만 더 시간이 있으면 좋았을텐데, 왜 이렇게 급하게 빨리 집을 구하고 티켓을 예매했지? 하면서 후회만 했는데 정말로 출국일이 다가오기 시작하니까 오히려 빨리 출국하고 싶어진다. 출국일이 기다려진다.
 
출국까지 처리해야 하는 일들이 너무 많을때는 업무도 많은데 워홀 준비까지 병행하느라 할 일에 짓눌리는 기분만 늘고, 출국 전까지 이 많은 일을 다 처리할 수 있을까? 싶은 기분만 들었다. 그치만 막상 2주를 남겨놓고 미리 할 수 있는 일들은 다 끝내놓고보니 다시 시간이 잠시 천천히 흐르는 기분이 든다. 2024년이 되고, 시간이 빨리 간다는 생각만 들고, 벌써 1월이 끝났어? 벌써 2월이 끝났어? 벌써 3월이야? 하는 생각만 했는데 처음으로 4월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든다.
 
출국날까지도 워홀에 대한 설렘, 기대 같은 건 전혀 못 느끼고 덜컥 일본에 도착해 있는 것 아닐까 걱정했는데 다행히 설렘을 안고 떠날 수 있겠다.
 
오늘 새롭게 보기 시작한 드라마는 '장난을 잘 치는 타카키양', '너에게는 닿지 않아' 2개다. 장난을 잘 치는 타카키양은 애니메이션을 실사화했다. 여자 주인공은 연기를 잘 하는데 남자 주인공이 과하게 발연기를 한다. 아직 2편까지 밖에 나오지 않아서 2편까지는 다 봤다. 애니메이션은 이미 나와있는 것 같아서 애니메이션을 먼저 봐야겠다. 너에게는 닿지 않아는 8편짜리고, 한 화 당 20분 정도밖에 되지 않아서 오늘 끝까지 볼 수 있을 것 같다. 지금 6화를 보고 있는데 8화까지 다 보고 자면 딱 좋을 것 같다. 하지만 졸려서 끝까지 다 못 볼 것 같기도...
 
저녁을 먹고 슬슬 짐을 싸기 시작했다. 이번주 주말에 짐 싸기를 모조리 끝내고 다음주 목요일에 짐을 부치는 게 목표라 대략적인 무게를 확인하려면 슬슬 준비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오늘이 벌써 수요일이고 내일이면 목요일이니 짐을 부치기까지 딱 일주일 남은 셈이다. 짐이 많고 기내, 위탁, 택배 3개로 나누어서 보내기 때문에 꼼꼼하게 리스트를 적어가면서 챙겼다. 그냥 챙겼다간 뭐가 빠졌고, 뭘 챙겨야 하는지 놓치기 일쑤다.


 
부피중량이 19kg인 박스를 골라서 19kg까지는 채워야 하는데 어째 생각보다 짐이 없다. 당장 챙겨야 하는(예를 들면 고추장 같은 소스류)것들을 빼고도 박스가 가득차서 고민할 줄 알았는데 박스가 반 밖에 안 찼다. 차곡 차곡 넣은 게 아니라 손에 잡히는 대로 설렁 설렁 넣어서 정리해서 넣으면 공간이 훨씬 더 늘어날텐데. 나는 왜 늘 짐이 없을까?
 
고등학생 때 기숙사 생활을 할 때도 그랬다. 우리는 여름 방학, 겨울 방학 같은 긴 방학을 앞두고만 짐을 전부 싸서 집으로 보냈다. 그럼 반 년치의 짐을 한 번에 택배로 보내야 한다. 나는 반 년치의 짐을 택배 상자 하나에 모두 싸서 보냈다. 그것도 무려 옷에 이불까지 다 포함해서. 친구들은 택배 박스를 세 개씩 가득 채워서 집에 보내곤 했는데 나는 3년 내내 택배 박스 하나에 늘 반 년치 짐을 모두 싸서 보냈다. 짐이 없는 것도 재능이고, 차곡 차곡 부피를 최대한 줄여서 짐을 싸는 건 유전이다. 아빠한테 물려받은 재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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