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피드백할 사항이 없을 만큼 완벽한 기획안을 만들고 싶을 거다. 하지만, 어차피 사람은 완벽한 기획안이나 완벽한 디자인을 만들어 낼 수 없다. 한 사람보다는 두 사람, 세 사람이 확인하는 게 기획과 시안의 완성도를 높이는 길이다. 수정사항이 없을 만큼 완벽한 시안을 만들어가는 것만이 성장이 아니다. 혼자 완벽을 찾아가는 길보다 여러 사람에게 피드백을 요청해 의견을 수용하고 적용하는 게 더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 길이다.
일 잘하는 방법은 어려우면서도 쉽다. 사회생활, 회사 생활이라는 건 잘하면 잘하는 대로, 못하면 못하는 대로 상대방의 반응에서 실시간으로 드러난다. 그리고 좋은 피드백을 잘, 주고받는 건 좋은 사회생활을 위해 정말 중요하다.
1. 피드백과 나를 분리하라
피드백을 하는 사람도 피드백에 감정을 실으면 안 되지만 피드백을 받는 사람도 피드백에 감정을 실으면 안 된다. 내가 만든 기획안, 내가 만든 디자인 시안에 대한 비판을 나에 대한 비판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나와 분리할 수 있어야 한다.
피드백을 주는 팀원은 나에 대한 평가를 하는 게 아니고 나를 비판하는 게 아니다, 내가 요청한 작업물에 대한 평가와 비판을 하는 것이다. 그것도 내가 요청했기 때문에. 회사는 끊임없이 평가가 이루어지는 곳이다. 평가는 스트레스받는 일이 맞다. 하지만 그걸 받아들였을 때 성장한다.
2. 좋은 피드백도 나쁜 피드백도 나를 성장시킨다.
일단 피드백을 요청하면 다양한 피드백이 온다. 나의 기획의도를 잘 파악한 사람은 내가 놓친 빈틈, 그리고 알고 있었지만 바빠서 무심코 지나친 것들을 콕 짚어서 구체적이고 유효한 피드백을 남긴다. 이럴 때 무엇보다 기쁘고 피드백을 요청한 보람을 느낀다. 이 피드백 사항을 적용하면 아주 빠르게 나의 작업물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개선된다.
하지만 모든 피드백이 다 나의 작업물을 개선시키지는 않는다. 개중에는 대체 왜 이렇게 하라는 거야? 싶은 피드백도 있다. 하지만 나는 일단 시도해 보는 편이다. 해봤는데 내 예상과는 달리 의외로 좋은 경우도 있다. 또 일단 해보고 이상하면 그때왜 그 피드백을 적용하지 않았는지 결과물을 보여주면서 상대를 설득하면 된다. 해보지 않고 왜 하지 않았는지에 대해 설명하는 것보다 해보고 왜 하지 않았는지에 대해 설명하는 게 훨씬 상대를 설득하기 쉽다.
그럼에도 불과하고 정말 시도해 볼 필요도 없는, 시간 낭비만 될, 내 기획 의도와 반대되는 의견을 피드백으로 받을 수도 있다. 이럴 때는 이것 역시 나의 성장에 이용할 수 있다. 동의되지 않는 피드백에 반대하기 위해서 내 의견과 주장을 더욱 분명하고 뾰족하게 만들어보자. 이 모든 과정에서 나는 커뮤니케이션 스킬을 갈고닦을 수 있다.
3. 피드백에도 피드백해라
지나치게 두리뭉실해서 이해가 잘 되지 않거나, 나를 성장시키는 방향이 아니라 정말 감정을 실어 상처를 받게 하는 피드백이 올 수도 있다. 이럴 때는 혼자서 끙끙 앓지말고 피드백에도 피드백을 보내보자. 몇 가지 구체적인 예시를 아래에 적어보았다.
1. 피드백이 너무나 광범위하고 추상적이다. 이 수정사항을 내가 임의로 해석하고 수정을 적용하려면 마감기한을 지키기 어려울 것 같다. 더 구체적인 피드백을 달라.
더 나은 결과물을 위해 함께 고민하고 건강하고 솔직한 피드백을 주는 상사도 있지만 심플하지만 화려하게 해주세요, 따뜻한 아이스아메리카노 주세요. 같은 대체 어쩌라는 거야? 싶은 피드백을 주는 경우도 있다. 이럴때는 더 구체적이고 뾰족한 피드백을 요구하자.
2. 수정사항은 이해했지만 수정방향을 잡기가 어렵다. 조금 더 명확한 아이디어를 함께 달라.
보다 뾰족한 피드백을 받았음에도 여전히 수정방향을 잡기가 어렵다면 나만의 문제로 온전히 끌어안지 말고 피드백을 준 사람도 함께 고민해야 할 문제로 끌어들여라. 그러면 손쉽게 대충 피드백을 줬다가도 본인의 일이 되어버리는 상황을 겪고 다음부터는 보다 더 구체적인 수정 방향을 제시할 수도 있다.
3. 어디가 유지되어야 하고, 어디가 수정되어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짚어달라. 다시 작업할 필요가 없는 부분에 대한 긍정적인 피드백 또한 나의 발전에 필요하다.
막연히 수정하라는 말을 듣고 전부 갈아엎어서 시안을 여러개 만들어 갔는데 결국 처음에 만든 디자인을 채택하는 경험, 디자이너라면 누구나 해봤을 것이다. 수정사항의 적용 범위가 불확실하면 두 번 일하는 상황을 만들기 전에 처음부터 제대로 확인하자.
또, 수정사항만이 피드백이 아님을 명심하자. 성공한 마케팅을 하기 위해서는 잘못하지 않는 것보다 잘하는 게 중요하다. 그 말은 잘못한 걸 짚어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잘한 걸 칭찬하는 것 역시 팀원의 성장에 중요하다는 말이 된다.
작은 인정이 쌓여 성취가 되고, 성취가 쌓여 성장이 된다. 인정과 성취, 성장의 순서는 뒤바뀔 수 있지만, 회사 생활을 즐겁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이것들이 반드시 필요하다.
4. 피드백에 감사 인사를 보내라
나는 좋은 피드백을 받으면 최대한 긍정적으로 피드백을 검토한 후 적용하고 이 피드백이 얼마나 유효했고 왜 좋았는지, 어떤 부분을 적용했는지 감사인사를 보낸다. 매 작업물과 매 피드백마다 감사인사를 보내는 건 어렵지만 월에 한 번 정도 좋은 피드백 사례들을 메모해 뒀다가 정리해서 팀원들에게 공유했다.
피드백이 업무효율과 성장에 어떻게 도움이 되는지를 공유하면 팀원들은 자연히 피드백을 남기는데 더 정성과 시간을 들이게 된다. 또 그만큼 편하게 피드백을 주고받는 분위기가 조성된다. 이 피드백이 상대방을 불편하게 만드는 요소가 아니라 성장하게 만드는 요소라는 것을 상호 간에 합의하는 것이다.
5. 내가 먼저 팀원을 지지하고 신뢰하자
내가 피드백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작업물에 대한 비판을 나에 대한 비판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피드백과 나를 분명하게 분리할 수 있었던 건 피드백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내가 단련되고 익숙해진 것도 있을 거다.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건 팀원들이 나에게 보여주는 지지와 신뢰가 기반하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내가 만드는 작업물, 내가 쓰는 글에 대해서 기본적으로 인정하고 신뢰하지만 더 좋은 방향을 위해 피드백을 보낸다는 지지와 신뢰가 기반해 있기 때문에 피드백을 주고받으면서 감정적인 동요가 생기지 않는다.
하루는 대표님과 피드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 그 신뢰와 지지는 어떻게 느낄 수 있는 거냐는 질문을 들었다. 혼자 아무리 고민해 봐도 신뢰나 지지는 수치로 나타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상대방에게 직접 널 신뢰한다고 듣는다 해도 그게 백 퍼센트 진실인지 아닌지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그저 내가 그렇게 느낀다는 감각이 전부다.
하지만 사람은 직감적으로 느낀다. 보통 상대방이 나를 싫어하면 나도 저 사람이 나를 싫어하는구나 하고 느끼며 상대를 싫어하게 된다. 나는 신뢰도 비슷할 거라 믿는다. 내가 팀원들을 신뢰하는 만큼 팀원들도 나를 신뢰할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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