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가 고민된다면 퇴사를 선택하기 전에 반드시 점검해봐야 하는 세 가지가 있다. 내가 감정 혹은 주변에 휩쓸려서 결정하는 것인지 아닌지, 지금 겪는 스트레스가 당장 퇴사를 결정해야 하는 정도인지. 내가 언제 퇴사를 하는 게 맞는지, 아니면 몇 개월만 더 견디고 하면 될지 이 글을 읽고 다시 한번 찬찬히 고민해 보기를 바란다.
하루아침에 집단 퇴사에 해고를 더해, 50명이던 직원이 9명으로 줄어들었다. 나의 입사 동기는 12명이었는데 딱 한 명을 빼고는 모두 퇴사했다. 입사 동기 중에서 가장 친하게 지내던 동기들도 마지막까지 버티다 퇴사하게 되었다. 여전히 회사를 다니고 있지만 마음이 마냥 편하고 회사 생활이 즐거울 수는 없었다. 과연 내일 회사 분위기가 어떨까 걱정됐다.
남들이 퇴사를 한다고 나도 덩달아 퇴사를 하고 싶은 건 아니지만, 이 사람들이 왜 퇴사를 하는지 정확하게 파악할 필요도 있었다. 분명 퇴사하는 사람들은 자신에게 가장 좋은 방향을 찾아서 선택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나도 이 시점에서 나에게 가장 좋은 방향이 무엇인지 다시 정리할 필요가 있었다.
1. 내가 이 회사를 왜 입사했는지 생각해 보기
내가 처음 이 회사를 어떤 마음으로 지원했는지 고민해 보자. 특별한 이유 없이 돈을 목적으로 지원하고 입사했다면 더 많은 돈을 주는 곳만 있다면 이 회사에 계속 있을 이유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나의 경우에는 이 회사의 가치관이 좋았다. 내가 회사에서 열심히 일하면 자연스럽게 자연과 사회에 좋은 임팩트를 만들어낼 수 있는 환경이 좋고, 나를 그 구조 안에 넣고 싶었다. 지금 사람들이 대거 퇴사한다고 해서, 내가 열심히 일했을 때 환경과 사회에 긍정적인 임팩트를 만들어 낸다는 사실이 달라지느냐 하면 그렇지 않았다.
2. 주변에 물어보고 객관적인 조언을 받기
회사를 다닐 때면 회사 사람들과 가족보다도 많은 시간을 보내곤 한다. 그래서 회사 사람들끼리만 회사에 대해서 이야기하기보다는 객관적인 시선을 가진 사람들에게 물어보는 게 좋다. 특히 퇴사를 준비하는 사람들은 분명 회사에서 좋지 않은 일을 겪었거나, 장점보다 단점이 더 크게 느껴지기 때문에 퇴사하는 것이기에 회사에서 대해 좋은 말을 하기 어렵다. 이럴 때는 회사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기보다 객관적인 시선을 되찾고 나의 상황을 점검해 보기 위해 주변 사람들에게 의견을 구해보자.
나는 가장 먼저 가족들에게 물었다. 가족들은 100% 재택근무를 진행하는 나의 특수한 상황에 대해 아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너무나 오랜만에 가족들이 다 같이 지낼 수 있게 된 것도 좋고, 내가 어떤 환경에서 일할 때 보다도 몸과 마음이 건강해 보인다는 의견을 주었다.
다음으로는 내가 어떤 회사에서 어떻게 일하고 있는지 알고 있는 친구들에게 물었다. 친구들은 내가 회사 일로 전혀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것 같아 보이냐 하면 그건 아니지만 어느 회사에 가도 어차피 그만큼의 스트레스를 받을 것이고, 기왕이면 좋은 임팩트를 만들어내는 회사가 좋지 않겠냐는 의견을 주었다.
3. 퇴사를 하고 무엇을 할 것인가
퇴사를 하고 갈 더 나은 방향이 있다면 퇴사를 할 수 있다. 하지만 계획적인 결정이 아니라 감정적인 결정이라면 당장 퇴사를 선택하지 않는 것이 좋다. 사내에서 괴롭힘을 받는다거나 특수한 상황이라면 물론 자신을 위해 당장 그만두는 게 맞지만 늘 겪던 업무적인 스트레스라면 퇴사를 하고 내가 해야 하는 게 정해질 때까지 단 몇 개월이라도 더 상황을 지켜보자.
또 월급이 없을 때 내가 얼마나 버틸 수 있는지도 미리 꼼꼼하게 계산해봐야 한다. 직장인이 직장 생활을 할부로 버틴다는 건 많은 부분 사실이다.
주변에 휘둘리지 말고 자신의 결정을 내리자
갑자기 회사가 반의 반토막이 났고, 소중하고 아끼는 동료들도 여럿을 떠나보냈지만 나는 냉정하게 여러 상황을 고려해 계속 이 회사에서 근무하기로 결정했다. 내가 당장 퇴사해야 하는 이유가 없다는 것보다 내가 이 회사에서 더 근무해야 할 이유가 없다는 것에 초점을 맞출 수도 있다. 하지만 다니다 보면 또 이 회사에서 내가 계속 일해야 하는 이유가 생긴다.
지금의 나는 퇴사 고민을 하던 이때의 내가 퇴사하지 않고 버텨준 것에 대해 너무나 감사하게 생각한다. 이 때로부터 채 1년도 되지 않았는데 지금의 나는 디자인과 더불어 기획력도 인정받아 비주얼 디렉터라는 직함을 달고 업무의 전 과정에 뛰어들어 즐겁게 일하고 있다. 그리고 그걸 넘어서 일본에서 워킹 홀리데이를 하면서 회사와 일을 병행할 계획을 만들어가고 있다. 인생은 어떻게 흘러갈지 모른다. 버티면 승리한다는 건 진짜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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