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책을 읽고 싶거나 강의를 듣고 싶을 때 절대 내 카드로 결제하지 않는다. 언제나 '법카' 찬스를 쓴다. 우리 회사가 특별히 좋은 회사이기 때문일까? 물론 그것도 일부 동의하지만, 회사는 오직 나를 위해서 이 모든 걸 지원해 주는 게 아니다. 직원들이 성장하면 그건 회사의 성장에 직결된다. 회사는 나에게 '투자'를 하는 거다. 그럼 내가 지원받아 구독하고 있는 서비스 5개를 소개해 보겠다.
밀리의 서재
어릴 때는 모서리가 닳을 때까지 책을 여러 번 반복해서 읽었는데, 왜 어른이 되면 그게 쉽지 않을까? 책을 사서 읽어도 한 번 읽고 책장에 들어가고 나면 통 다시 나올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한국은 너무 고급용지와 색을 써서 책을 만들어 한 권만 사도 비용도 만만치 않은 데다 환경적으로도 좋지 않다. 도서관도 좋은 방법이지만 출퇴근하면서 부지런히 도서관에 들러 책을 빌리고 연체 없이 반납하기도 쉽지 않다. 게다가 내가 읽고 싶은 책은 대부분 남들도 읽고 싶어 한다. 지금 대기를 걸면 한 달 뒤에 읽을 수 있다니. 이런 상황 나만 겪은 건 아닐 거다.
그래서 환경과 나의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E-Book을 읽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이북이라는 서비스가 나와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서 한 권씩도 읽어보고 무료로 제공되는 여러 서비스를 이용해 봤다. 책을 구매하거나 대여하는데 드는 시간과 비용이 절약된다는 점, 휴대폰으로 다운로드하기 때문에 짐이 없어 홀가분하다는 점, 내가 읽던 곳이 체크되기 때문에 손쉽게 언제 어디서나 읽을 수 있다는 점, 나무를 베지 않아도 된다는 점. 종이책의 장점도 있지만 그걸 압도하는 전자책의 장점으로 나는 전자책을 구독하기로 결심했다.
우리 회사는 제한 없이 도서 구매를 지원한다. 그래서 나는 앞의 장점을 나열하며 도서구매 지원 대신 밀리의 서재 구독권을 구매하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리고 그날 저녁 나는 바로 밀리의 서재 1년 구독권을 회사 카드로 결제했다.
밀리의 서재에는 약 16만 권의 도서가 있다. 넷플릭스와 같은 구독 서비스처럼 책이 들어오기도 하고, 빠지기도 한다. 베스트셀러나 신간이 매우 많이 들어와 있다. 내가 찾는 모든 책이 다 있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특정 책을 읽어야 하는 게 아니라 꾸준히 독서를 하는 게 취미인 사람에게는 아주 좋다고 생각한다. 나는 한 달에 한 권 이상 꾸준히 책을 읽는 게 목표기 때문에 아주 만족하며 사용하고 있다.
밀리의 서재는 1년 구독을 하면 대략 10만 원 정도의 비용이 든다. 그렇다면 1년 간 한 달에 한 권만 읽어도 본전은 찾는 셈이다.
클래스 101
클래스 101은 애프터 이펙트 강의를 찾으면서 구독하게 되었다. 콜로소와 클래스 101 중에서 고민을 했는데 클래스 101의 작가님의 작업물이 더 마음에 들어 클래스 101을 구독했다. 콜로소에 있는 강의가 기본기는 더 충실하게 알려줄 것 같았지만 유튜브에서도 충분히 얻을 수 있는 정보 같은 느낌이었고, 레퍼런스의 퀄리티가 떨어졌다.
클래스 101로 선택하고 강의 한 개를 결제할지, 1년 구독을 할지를 두고 잠시 고민했다. 한 개의 강의를 구매하려면 태블릿을 함께 구매하는 옵션 밖에 선택할 수 없었다. 이미 와콤 프로 태블릿을 이용하고 있어서 강의를 위해 불필요한 물건을 사고 싶지 않았다. 겸사겸사 클래스 101의 다른 강의도 듣고 싶어 1년 구독을 결정했다. 대표님에게 결제를 요청하자 대표님은 그럼 그룹으로 결제해 더 많은 사람이 이용할 수 있게 하자고 하셔, 결국 4인이 이용할 수 있는 플랜을 결제했다.
그룹 이용권은 1년에 299,000원으로 4명이 동시에 이용 가능한 플랜이다. 나는 디자인 스킬 향상을 위해 애프터 이펙트 강의를 듣지만, 다른 팀원들은 개인적인 공부나 취미에 이용한다. 한 사람 당 75,000원 정도 비용에 1년 동안 모든 강의를 제한 없이 들을 수 있다. 한 사람 당 강의 하나만 제대로 완강해도 충분히 가치 있는 소비라고 생각된다. 나는 애프터 이펙트 강의의 8개 챕터 5번째 챕터의 강의를 듣고 있다. 한 챕터에 2개에서 많으면 7개 정도의 영상이 있고, 각 영상은 보통 20분 정도 된다. 나는 하루에 영상 1개, 일주일에 한 챕터를 듣는 걸 목표로 강의를 듣는다. 나의 집중력에는 한계가 있고, 업무와 병행해야 하기 때문에 하루에 긴 시간 강의를 듣는 것보다 짧게 짧게 나누어서 꾸준하게 듣는 것으로 방향을 잡았다.
클래스 101의 카테고리를 보면 디지털 드로잉, 음악, 드로잉, 운동, 공예, 라이프스타일, 요리, 베이킹, 사진, 영상, 금융, 재테크, 성공 마인드, 창업, 부업, 프로그래밍, 생산성, 데이터사이언스, 제품 기획, 비즈니스, 마케팅, 디자인, 영상, 3D, 영어, 제2 외국어, 외국어 시험, 아이 교육, 부모 교육이 있다. 이렇게 많은 분야에 대한 강의가 준비되어 있기 때문에 팀원들 모두 영어공부나 취미 분야에서 필요한 강의를 하나씩은 찾았다.
롱블랙
롱블랙은 하루에 하나씩 지식 콘텐츠를 발행하는 구독 서비스다. 질 좋은 뉴스레터를 무료로 제공하는 서비스가 많아졌다. 구독은 했지만 업무에 치여 메일함에 한 편 두 편 쌓이기 시작하고, 쌓이면 어디서부터 읽어야 할지 몰라 결국 방치하게 된 사람들이 많을 거다. 롱블랙은 24시간이 지나면 사라지는 글을 발행한다. 오늘이 아니면 읽을 수 없는 글이다. 롱블랙은 "언제든 읽을 수 있다는 건, 지금 읽지 않아도 된다는 것과 같습니다."라는 문구로 구독자를 유혹한다.
롱블랙은 매력적인 브랜드의 기획 비하인드, 빠르게 성장하는 브랜드를 재무제표로 읽는 콘텐츠, 브랜드를 성공시킨 사람들에게서 얻는 인사이트 등을 주제로 글을 발행한다.
구독료는 월 4,900원이다. 이 구독료의 기준은 커피 한 잔이다. 30일 간 하루에 하나씩의 글을 읽을 수 있는 비용이고, 놓친 글 중에서 읽고 싶은 게 있다면 추가권을 구입해서 읽을 수 있다.
공개 예정인 노트는 이렇게 제목만 먼저 보인다. 정말 흥미롭고 매력적인 마케팅이다. 구독 전에 롱블랙의 글을 한 번 읽어보고 싶은 사람은 국민은행의 KB pay 어플을 설치해 보시길. 평일에 하루 한 편의 글을 무료로 읽을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캐릿
캐릿은 트렌드를 읽는 뉴스레터다. 소위 말하는 MZ세대 사이에 뭐가 유행하고 있는지를 알려준다. 우리 회사에서는 캐릿으로 '어쩔 티비'를 배운 팀장님이 있어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매주 화요일 오전에 이메일로 뉴스레터를 보내주고, 캐릿 사이트에 접속하면 지난 트렌드 레터를 한눈에 볼 수 있다.
요즘 뜨는 밈, 요즘 뜨는 사람, 요즘 뜨는 브랜드, 요즘 뜨는 공간, 요즘 뜨는 아이템 등. 요즘 사람들은 대체 무엇에 열광하는지를 한눈에 볼 수 있다. 마케터, 기획자, 디자이너뿐만 아니라 유행에 민감한 업계라면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다.
MZ들의 유행을 콕 짚어주는 뉴스레터만큼 통통 튀는 색감과 디자인, 캐릭터를 가지고 있다.
갓 발행된 글에는 식상한 'NEW' 딱지 대신 '유행 예감' 또는 '유행 중' 딱지가 붙어있고, 발행된 지 시간이 지난 옛날 글에는 '유행 지남' 딱지가 붙는다. 이런 센스를 보는 즐거움도 캐릿을 구독하는 재미다. 구독료는 월 5,500원으로 제한 없이 모든 글을 읽을 수 있다.
퍼블리
퍼블리는 직장인을 위한 콘텐츠를 발행하는 구독 서비스다. 신입이라면 온라인 사수를 만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처음에 입사해서 용어조차도 헷갈리는데 물어보기는 어렵다면 바로 그때 이용할 수 있는 게 퍼블리다. 하지만 신입에게만 도움이 되는 건 아니다. 팀장도 처음부터 팀장이 아니다. 팀장은 처음이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하는 사람을 위한 글들도 있다. 일잘러가 되기 위한 노하우, 용어, 업무 템플릿까지 제공한다.
일잘러가 되고 싶은 욕심이 가득한 사람이라면 추천한다. 회사 생활만 해도 당연히 회사 생활은 늘기 마련이지만 이런 콘텐츠를 지름길을 알려준다.
나는 처음 1:1 미팅을 도입하면서 처음 퍼블리를 접했다. 1:1은 팀장과 팀원이 함께 만드는 미팅이다. 퍼블리에는 팀원 입장에서 쓰인 1:1 미팅에 대한 글과, 팀장 입장에서 쓰인 글이 모두 있었다. 당시의 팀장님과 함께 나란히 퍼블리를 구독해 글을 읽었다.
퍼블리의 구독료는 3개월 33,000원(월 11,000원), 12개월 119,000원(월 9,917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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