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워홀] D+25 5월 1일(수) 오늘도 시작된 미식 투어. 나 맨날 혼자서 맛집 부수고 다니는데 진짜 고독한 미식가 타이틀 붙여줘야 되는 거 아닐까. 친구들이랑은 미식한 고독가로 활동 중. 오늘은 고독한 미식가 시즌 8 9화에 나온 남인도 정식과 경식 산토샤라는 카레집과 사보리맨 칸타로(샐러리맨 칸타로의 달콤한 비밀)에 나온 곤돌라라는 파운드케이크집, 그리고 밀푀유가 맛있다는 프레데릭 카셀에 갔다.
그리고 고쿄 투어를 예약해두고 고쿄 투어에도 참가하고, 이중교도 구경하고, 킷테 마루노우치 - 다이마루 백화점 - 이토야 문구 긴자점도 구경했다. 다이마루 백화점에 앙리 샤르팡티에도 입점해 있었고, 나폴레옹 파이를 팔기에 그것도 사 먹었다. 시부야에 있는 지점에는 나폴레옹 파이는 안 팔았다고!
그리고 미스터 도넛에서 도넛 사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시부야에 들러서 마제소바도 먹었다. 긴자가 본점인 아부라 소바 시부야구미. 긴자가 본점인데 굳이 시부야에서 먹는 천덕꾸러기. 하지만 긴자에서는 배가 별로 안 고파서 자전거를 좀 타고 먹고 싶었기에 굳이 긴자에서 시부야로 이동해서 시부야에서 먹었다.
비가 종일 제법 많이 왔는데 출발할 때는 비가 별로 안 오길래 자전거를 타고 출발하는 바람에 종일 비를 처절하게 맞고 다녔다. 정말 나중에는 신발로 물을 퍼낼 수 있을 지경, 모자가 흠뻑 젖어서 물이 뚝뚝 떨어지고 속옷까지 다 젖을 지경이었다. 그래도... 자전거가 좋아...
곤돌라 GONDOLA
샐러리맨 칸타로의 달콤한 비밀에 나온 파운드케이크집! 칸타로가 간 곳은 아니고, 칸타로를 의심하는 여자 직원이 자기가 구운 파운드 케이크인 척 하고 이 가게의 파운드 케이크를 사서 직원들에게 돌린다. 바로 그 파운드 케이크를 사러 왔다.
파운드 케이크를 전문으로 하는 집인가 했는데 쇼케이스에 너무 다양한 케이크가 있어서 잠시 눈이 돌아갔지만 침착하게 목적인 파운드 케이크 하나만 잘 샀다. 아주 침착했다.
컷팅된 파운드케이크가 나의 목적. 왼쪽에 있는 기본 맛으로 샀다.
은박지에 싸인 파운드 케이크가 비닐에 꽁꽁 잘 싸여 있어서 비 한 방울 안 맞고 뽀송한 상태였다.
무척 퐁신하고 포근한 식감! 견과류가 들어있고, 럼향이 많이 났다. 럼향을 싫어하는 편인데도 거부감 없이 먹을 수 있었다. 파운드 케이크 하면 묵직하고 꾸덕한 식감을 예상하는데 이 파운드 케이크는 쉬폰 케이크처럼 가벼운 식감이었다. 럼향을 좋아하고, 쉬폰 케이크의 폭신한 식감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정말 만족할 것 같다. 나는 둘 다 불호임에도 불구하고 만족스럽게 먹었다. 물론 다시 찾아갈 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드라마에 나온 곳을 가봤다는 것, 궁금증 해소에는 좋았다.
남인도 정식과 경식 산토샤
오픈하기 10분 전에 도착했는데 계단을 따라서 줄이 늘어서 있었다. 앞에 5팀 정도가 더 있었는데 내 뒤로 온 사람들도 다 첫 타임에 들어갈 수 있었다. 계단에 설 수 있는 정도면 거의 다 수용이 가능할 것 같다.
혼자 온 사람이 나 말고도 여자분 2명, 남자분 1명으로 3명 정도 더 있었다. 일본은 정말 혼밥의 나라! 혼자 밥 먹으러 다니기 좋아서 너무 즐겁다. 물론 조금 고독하긴 하지만.
평일에만 런치 메뉴 주문이 가능한데, 한국은 공휴일이지만 일본은 평일이라 런치 메뉴를 고를 수 있었다. 한국만 쉬는 날 최고야... 나는 B세트 3가지 커리에 도사를 골랐다. 도사는 얇고 바삭한 크레이프 같은 빵이고, 바투라는 튀긴 빵이다. 바투라를 튀기는 냄새가 너무 좋았지만 도사도 정말 고소하고 버터리하니 맛있었다.
3가지 커리와 얇고 바삭하게 구워낸 도사가 나왔다. 도사 밑에는 밥이 있고, 밥은 무한리필이 가능하다. "고항 오카와리 쿠다사이" 하면 밥을 더 주시는데 더 달라고 안 해도 중간에 와서 밥이 더 필요한지 물어보며 확인하셨다. 카레가 간이 세서 밥 양이 조금 부족하긴 하지만 옆 테이블에 앉은 남자분이 밥을 리필받는 걸 보고 더 받기를 포기했다. 한 숟갈 이렇게 주시는 게 아니라 밥솥을 통째로 들고 와서 4-5 주걱을 퍽퍽 퍼주신다. 진짜... 그럴 거면 처음부터 밥을 조금만 더 주시면 안 되나요... 너무 많이 주시는 거 아니냐고요...
도사 밑에 동남아의 펄펄 나는 길쭉한 쌀이 가득 들어있다. 도사랑은 중간에 있는 로제 같은 카레가 가장 잘 어울렸다. 카레를 푹 찍어먹어도 맛있고, 밥이랑 도사, 카레를 동시에 먹어도 맛있었다.
그리고 노란 카레랑 빨간 카레는 카레 2개를 밥에 얹어서 섞어 먹는 게 맛있었다. 노란 카레는 게살 스프 비슷한 맛이 났고, 빨간 스프는 소고기가 들어간 매콤한 토마토 카레 같은 맛이었다. 일본에 여행으로 온 사람한테 추천할 정도는 아니지만 1000엔에 잘 만든 3가지 카레를 맛볼 수 있다는 점이 매우 만족스러워서 일본에 사는 사람이라면 추천하고 싶다.
프레드릭 카셀 Frédéric Cassel
긴자 미츠코시 지하 2층의 프레드릭 카셀은 10시에 오픈하지만 밀푀유만 12시부터 판매한다. 나는 지난주 토요일에 미리 예약을 해놓고 찾으러 왔다. 어느 정도 인기일지 예상이 안 돼서 미리 예약을 했는데 12시 반쯤에는 밀푀유가 가득 남아있었다. 사람들이 웨이팅 해가면서 사러 오는 정도는 아닌가 보다. 평일이라서 그럴 수도!
그리고 진짜 인생 밀푀유를 만났다... 다들 여기 웨이팅 안 하고 어디 가서 웨이팅을 하는 거야...? 정말 정말 너무너무 맛있었다. 밀푀유 파이지가 너무 바삭해서 포크로 도통 잘리지가 않아서 베어 먹어야 했다. 그리고 사이에 든 커스터드 크림은 어떻게 이렇게 맛있게 만들었을까... 바닐라 타르트에 들어간 맛있는 바닐라 크림보다도 맛있는 바닐라 크림이었다. 이것보다 맛있는 바닐라 크림을 먹어본 기억이 없을 정도였다.
바닐라 크림에 맛있는 파이지 조합이니 맛이 없을 수가 없지... 정말 기절하게 맛있었다. 여기도 꼭 엄마나 친구들 데려와서 먹이고 싶은 집.
고쿄 투어를 하러 가는 길. 비 오는 날 다리 밑에 있는 가게에서 우동이라니 너무 낭만이잖아... 정말 계획 없는 여행자나 주민만 즐길 수 있는 낭만. 나 같은 JJJJ 계획형 인간에게 낭만은 없다. 내게 있어 낭만이란 글로만 배운 단어에 불과.
고쿄 외원은 예약 없이도 입장이 가능하지만 고쿄 내부는 예약을 해야만 입장이 가능하다. 투어 시간은 하루에 2 타임이고, 현장 방문도 가능하지만 100명 정도만 수용이 가능해서 일찍 도착하지 않으면 어렵다. 나는 안전하게 미리 예약을 했다.
비가 처절하게 내리는데 늦을 것 같아서 정말 미친 듯이 달렸다. 집합 장소는 고쿄 기쿄몬 게이트다. 구글에는 '에도 성 길경문'이라고 검색하면 나온다. 그냥 고쿄로 검색하지 말고 꼭 에도 성 길경문으로 검색하고 출발하시길... 나는 고쿄로 검색하고 여유롭게 룰루랄라 가다가 에도 성 길경문으로 검색하니 갑자기 시간이 확 늘어서 식겁했다.
눈앞에 고쿄가 보여서 에도 성 길경문으로 위치를 검색하니 앞으로 25분 이상을 더 걸어야 한다고 구글맵에 나왔다. 그때 시간은 1시 18분. 투어 시작 시간은 1시 30분. 나에게 주어신 시간은 12분... 미친 듯이 달려서 딱 1시 30분에 목걸이를 나눠주는 곳에 도착할 수 있었다. 에도 성 길경문에 들어가기 전에 입구에서 막고 안내를 해주니 딱 거기까지만 1시 반 전에 도착하면 된다. 정말 아슬아슬하게 도착해서 들어갈 수 있었다.
도착하면 이런 홀에서 안내 책자와 간단한 설명을 해준다. 일본어, 중국어, 영어 나머지 하나가 스페인어인가...? 그렇게 4개 국어로 투어가 진행된다. 가장 먼저 일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출발한다. 일본어로 들을 사람은 제일 먼저 나가면 된다. 그리고 나머지 3개 국어는 팻말을 보고 가서 들으면 된다.
나는 일본어에 합류! 일본인이 제일 인원이 적었다. 그만큼 외국인들이 투어 신청을 많이 한다.
망루 역할을 했던 건물, 왕이 접객을 할 때 사용했던 궁궐, 전쟁 때문에 왕이 임시거처로 사용했던 곳. 대충 그런 설명들을 해준 것 같다. 설명이 정말... 대충이었다... ㅋㅋㅋㅋㅋ 내가 잘 못 알아듣는 걸 감안하더라도... 너무 내용이 없었다. 어떻게 쓰인 곳인지, 높이가 얼마인지, 언제 지어졌는지 그런 내용이 전부였다.
일본 오기 직전에 경복궁, 창덕궁 투어를 돌고 온 참이라 상대적으로 더 내용이 빈약하게 느껴진 것 같다. 다들 경복궁, 창덕궁 투어 들으세요~! 진짜 100배 재밌고, 100배 알차고, 100배 볼거리가 많다. 시간대도 훨씬 많고 현장에서 바로 들을 수 있고 너무 좋은데 왜 안 가.
진짜 부모님 모시고 가도 좋고, 애들 데리고 가도 좋다. 정말 정말 강추!!!
경복궁 무료해설(시간, 장소) 엄마와 함께한 관람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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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를 모시고 경복궁 무료해설을 들으며 관람을 하고 너무 의미 있고 뜻깊은 시간을 보내 바로 다음날에 창덕궁 무료해설에 참여했다. 창덕궁은 전각과 후원 해설이 따로 준비되어 있고, 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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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예뻤던 이중교. 꼭 투어를 안 하더라도 이중교는 정말 예쁘니 보고 가면 좋을 것 같다.
연못이랑 같이 있으니까 비가 와도 예쁘긴 예뻤다. 내 신발에는 눈물 대신 물이 가득 차오르고 있었지만...
도쿄역 옆에 있는 킷테 마루노우치로! 도쿄역 정말 예쁘게 잘 지어놨다.
킷테 마루노우치 2, 3층 무료 전시
옛날 우체국 건물을 활용해서 지어졌다고 하는 것 같은데, 건물 자체로 정말 예뻤던 킷테 마루노우치! 옆에는 여전히 우체국이 있었다.
2층과 3층에는 무료로 상설 전시를 하고 있다. 가방을 손에 들고, 우산은 가방에 넣어야 입장이 가능!
돌고래의 지느러미 뼈. 다섯 손가락의 흔적이 선명하다. 뼈를 보지 않으면 돌고래에게 손이 있었는지 알 수 없지만, 돌고래의 뼈를 보면 선명하게 다섯 손가락이 있었던 흔적을 볼 수 있다. 물고기와 다르게 돌고래가 물 위로 나와서 살았다는 증거. 베르나르 베르베르 소설을 읽고 돌고래의 뼈를 보면 돌고래의 손 뼈를 보는 게 너무 흥미로워진다.
그리고 아름답고 귀엽다는 이유로 박제된 동물들을 보면서 조금 괴로워짐... 저 장 앞에서 사람들이 카와이이~(귀여워)라고 하면서 멈춰서는 걸 보면서 너무나 기괴했다. 이게 왜.. 귀여운 거야...? 귀여운 동물들을 산채로 동물원에 가두거나, 죽여서 박제한 걸 보면서 귀여워하다니. 너무 뒤틀린 사랑 아닌가.
왜 예쁘고, 귀엽고, 잘생긴 사람은 죽여서 박제 안 해? 사람을 죽여서 박제한 걸 보고도 귀엽다고 느낄까? 끔찍하다고 느끼지 않을까? 왜 죽은 동물을 보고는 끔찍하다고 느끼지 않고 귀엽다고 느낄까? 모두 학습된 반응이 아닐까?
중세시대에는 남녀노소 할 거 없이 사형 장면을 재미 삼아 보러 갔는데 지금 아이들에게 사형 장면을 보여준다고 하면 어떻게 반응할까? 교육적으로 좋지 않다며 다들 미쳤냐고 하겠지. 내가 아이를 키운다면 동물원에 갇힌 동물을 보고 귀엽다고 느끼는 아이로는 키우지 않을 거다. 박제된 동물을 보고 귀엽다고 하는 아이로는 키우지 않을거다. 아마도, 이건 학습으로 개선할 수 있는 문제다.
3층에는 옛날식 스피커와, 옛날식 키보드, 옛날식 카메라가 전시되어 있었다.
이런 게 훨씬 흥미롭고 재밌지 않나? 왜 다들 이렇게 흥미롭고 재밌는 걸 두고 박제된 동물 같은 걸 보는 거야.
굿 디자인 스토어에 들러봤다. 그리고 여기서 끝판왕 포크를 만남. 이 디자인 포크만 지금 사이즈 별로 만나는 중이다. ㅋㅋㅋㅋㅋ 굿 디자인 스토어인데 그렇게 굿 디자인은 없었다. 아이디어 한 방울 첨가해 놓고 가격은 10배 20배 받는 느낌.
위에서 내려다본 건물도 예뻤다.
재밌고 귀여운 상품들이 많이 판매하고 있어서 둘러보는 재미가 있었다. 에스컬레이터 타고 천천히 올라가면서 둘러보고 싶은 매장들을 슬슬 훑어보면 좋을 듯. 비도 맞고 피곤했지만 어차피 집에 가서 쉬고 싶어도 자전거 타고 1시간 가야 하고... 아직 둘러볼 곳이 남았음에 체력을 끌어올려서 다음으로 이동했다.
다이마루 백화점
정말 어디부터 어디까지가 백화점이지 싶을 정도로 엄청난 규모였던 다이마루 백화점. 애기들은 안에서 길 잃을 수도 있겠다 싶었다. 가보고 싶었던 매장을 다시 찾아올 수 있을까 싶었는데 생각보다 잘 돌아다녔다. 일본에서 자전거 열심히 타고 다니면서 방향감각을 약간 기른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물론 착각일 확률 9230918%)
사람들이 발걸음을 멈춰서 구경하기에 뭐지 하고 봤더니 커다란 사탕을 길게 뽑아서 작은 사탕으로 만드는 중이었다. 냄새가 너무 향긋하니 좋았다.
그리고 도쿄역이라 오만가지 기념품 파는 매장이 가득했다. 거의 공항 면세점을 방불케 하는 수준이었고, 규모는 몇 배였다. 기념품 사고 싶은 사람은 여기로 오면 될 것 같다. 선물용 물건이 정말 한가득이었다. 정말 유명한 도쿄바나나부터 오만 종류가 다 있었는데 다 뒤로하고 피카츄 좋아하는 친구가 생각나서 찍어봤다.
도쿄 고구마 디저트 오이모 (OIMO 東京ギフトパレット店)
브륄레가 눈길을 잡아끌어서 딱 하나 사봤다. 모두 고구마로 만든 디저트고 바닥에는 파이지가 깔려있다. 그리고 밖에 나와있는 제품은 모두 모형이었다. 일본은 모형을 정말 많이 쓴다.
구매하면 냉동되어 있는 제품을 꺼내준다. 50분 정도면 해동되니 녹고 나면 빨리 먹는 게 좋다. 선물용으로 구매하면 보냉제에 아이스팩까지 꼼꼼히 싸서 주는데 나는 바로 먹을 거라 그냥 받았다. 냉동된 걸 주는데도 파이지가 무척 바삭했다. 위에 올라간 고구마 크림은 그냥 평범함 맛이었다. 오늘 프레드릭 카셀에서 너무 감동적인 밀푀유를 먹어서 뭘 먹어도 감흥이 없다.
앙리 샤르팡티에
앙리 샤르팡티에를 발견하고 이건 먹어야 돼! 하고 눈이 뒤집혀서 샀다. 시부야점에는 그냥 딸기 쇼트케이크만 있었는데 그냥 쇼트케이크는 아무리 생각해도 그리 궁금하지 않아서 고민하던 참이었는데 나폴레옹 파이라면 도전해 볼 만 하지.
저 손이 나의 나폴레옹 파이를 집고 있다. 금방 먹을 거니까 보냉제 빼고 달라고 했는데 또 보냉제를 넣어줬다. 일본 사람들 정말 은근히 남의 말 안 듣는다. 심지어 알겠다고 대답까지 다 해놓고도 그냥 넣어주는 경우가 수두룩 빽빽이다. 2명 중에 1명은 알겠다고 하고 그냥 넣어준다.
겉에 아몬드 파이가 가득 붙은 나폴레옹 파이. 나폴레옹 파이는 밀푀유랑 비슷해 보이지만 내용물 구성이 다르다. 밀푀유는 3단으로 위아래 외에도 중간에 파이지가 하나 더 들어가 있는데 나폴레옹 파이는 위아래에만 파이가 들어가고 파이지 사이에 쉬폰 케이크가 들어간다. 그리고 가장 중간에 커스터드 크림과 딸기가 들어간다.
앙리 샤르팡티에의 나폴레옹 파이는 파이지 - 쉬폰 케이크 - 딸기잼 - 커스터드 크림 - 딸기 - 쉬폰 케이크 - 파이지 순서로 구성되어 있었다.
맛은 생각보다 정말 실망스러웠다. 일단 파이지가 너무 눅눅했다. 그냥 바삭하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딸기와 생크림을 만나서 젖어있는 수준인 부분도 많았다. 딸기랑 생크림에 닿으면 당연한 거 아니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렇게 치자면 커스터드 크림이 위아래로 깔린 밀푀유는 어떻게 바삭함을 유지하지? 그게 기술인 건데...
이렇게 유명한 가게에서 이 정도 맛 밖에 못 내고, 바삭함도 이 정도밖에 유지를 못 시키다니 정말 실망이었다. 중간의 커스터드 크림이 맛있기는 했지만 이 정도 맛은 어느 가게를 가도 낼 수 있을 정도에 불과했다. 겉에 붙은 아몬드도 다 눅눅해지고 산화가 시작돼서 정말 맛이 없었고, 중간에 들어간 딸기잼은 그냥 마트 딸기잼 맛이 나서 맛을 더하기는커녕 떨어뜨렸다. 전반적으로 너무 엉망이고 실망스러웠던 앙리 샤르팡티에의 나폴레옹 파이.
이 나폴레옹 파이가 맛있으면 엄마를 데리고 긴자에 있는 앙리 샤르팡티에에 가서 2만 원짜리 크레페 세트를 주문해서 불쇼를 봐야지 싶었는데 그 돈으로 더 좋은 곳에 가야겠다.
이토야 문구 긴자점
멀리서 봐도 문구점이군 싶은 커다란 클립이 트레이트 마크인 이토야 문구 긴자점에 왔다. 무려 8층까지 문구점이다.
2층에서 엽서, 스티커, 마스킹 테이프를 구경했는데 친구 선물로 사주고 싶은 게 있어서 냉큼 하나를 잡았다. 나를 위해서는 마스킹 테이프 같은 거 도저히 못 사겠는데 친구 선물이라고 생각하면 왜 이렇게 선뜻 사게 되는 걸까...? 사람 마음이란 뭐지..?
그리고 계산하는데 정말 오래 걸렸다. 줄이 그렇게 긴 건 아닌데 계산하는데 한 세월이 걸린다. 진짜 너무 오래 걸린다. 그리고 앞사람 계산이 끝나면 바로바로 다음 사람을 안 부른다. 계산이 끝났길래 계산대로 가려고 하니까 캐셔가 손바닥을 보이면서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하고 못 오게 하고 자기 볼 일을 본다. 물론 사적인 볼 일은 아니지만 빨리빨리 계산 안 하고 대체 뭘 하는 거야...? 정말 +82의 나라 한국인은 숨 넘어간다.
8층까지 싹 둘러봤는데 2층 말고는 특별히 뭘 살만한 곳은 없었다. 미술 전공하는 사람들은 이런 곳 오면 눈 뒤집히겠다 싶어서 재밌었다. 만년필만 전문으로 판매하는 층도 있고 흥미로웠다. 나는 볼펜 한 자루면 1년 쓰는 사람이라... 노트북만 써서 소근육 다 퇴화되는 중.
미스터 도넛 긴자점
일본에 있으니까 당연하게 광고도 일본 광고가 나오는데, 미스도에서 새로 나온 호지차 도넛 광고를 보고 너무 먹어보고 싶었다. 안 그래도 폰데링이 맛있다고 유명하기에 한 번은 먹어봐야지 했는데 집 근처에는 매장이 없어서 굳이 굳이 긴자에서 집까지 사가기로.
6시가 넘은 시간이라 살 게 있을까 했는 데 생각보다 쇼케이스가 가득 차 있었다! 한국 던킨도넛 같은 곳은 저녁 시간대에 쇼케이스가 텅텅 비는 경우가 많아서 몇 개 도넛이 남아있더라도 내가 사고싶은 게 있을까 했는데 있었다. 여기서 처음으로 라쿠텐 포인트 써서 결제해 봤다.
아부라 소바 시부야 구미
한 시간 동안 비 맞으면서 자전거를 타고 흠뻑 젖은 채로 마제 소바를 먹으러 갔다. 긴자가 본점인데 굳이 시부야지점에 와서 먹는 나. 하지만 긴자에서는 너무 배가 안 고파서 자전거를 타고 시부야에 와서 먹고 싶었다. 한 시간 타고 오니까 술술 잘 들어갔다.
메뉴는 기본 아부라 소바와 매운 된장 아부라 소바가 있다. 그리고 토핑을 추가할 수 있다. 토핑은 하나씩 추가도 가능하고, A세트나 B세트로 추가도 가능하다. A세트는 파, 참깨, 반숙계란이 추가되고, B세트는 차슈 2장, 파, 참깨, 반숙 계란이 추가된다. 나는 배가 고픈 상태는 아니라서 토핑 없이 매운 된장 아부라 소바 나마모리(보통)을 선택했다.
사이즈는 나마모리, 오오모리, 더블 이렇게 세 가지 사이즈가 있고 한국어로는 소, 중, 대 라고 쓰여있다. 하지만 한국어로는 소라고 쓰여있지만 일본어로는 그게 기본 사이즈라는 걸 감안하고 시켜야 한다. 많이 못 먹는 사람들이나 토핑을 추가하는 사람들은 나마모리로도 충분한데, 어느 정도 먹는 사람들은 중간에 있는 오오모리나 더블을 시켜도 충분히 다 먹을 것 같다. 일단 맛있어서 술술 들어간다. 면에 약한 내가 한 그릇을 거뜬히 다 먹을 정도였으니.
앞에 보면 왼쪽부터 빨간 고추기름, 다진 양파, 라유, 식초가 있다.
구글 리뷰를 보면 어느정도 먹다가 라유와 식초를 추가해서 먹으라고 쓰여있던데, 벽에 붙어있는 맛있게 먹는 법을 보면 처음부터 라유를 추가하라고 되어있다. 라유를 따뜻할 때 넣어서 비벼야 면에 잘 스며들어서 받자마자 라유를 2바퀴 정도 넣고 잘 비벼서 먹으라고 되어 있었다.
매운 된장 아부라 소바 나마모리 등장! 대체 매운 소스는 어디 있지? 싶은데 안에 숨어있으니 잘 비벼서 먹으면 된다. 나는 라유와 식초를 3-4바퀴 둘러서 먹었다. 많이 둘러도 생각보다 강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그리고 다진 양파를 추가해서 먹으면 정말 맛있으니 강추! 전반적으로 간이 좀 센 데다 앞에 있는 양념까지 추가하면 간이 더 세지기 때문에 양파로 중화시키면서 먹으면 딱 좋다. 원래 짠 음식을 잘 견디는 편인데 일본에서 음식을 계속 먹다 보니 짠맛에 더 익숙해져서 나는 딱 맛있었다.
그리고 고추기름도 정말 추천한다. 고소~해지면서 너무 맛있었다.
집에 도착해서 개운하게 샤워를 마치고 미스도 도넛을 꺼냈다. 샤워하는데 친구한테 전화가 와있길래 냅다 영상통화를 걸었다. 친구가 "이렇게... 냅다 영상통화를 건다고요...?" 하면서 전화를 받았다. 그리고 "와 나 니가 뭐 먹고 있을 줄은 상상도 못 했어." 하면서 혀를 내둘렀다. 밤 9-10시에 뭘 먹고 있을 거라고 생각 못 할 수 있지.. 근데 나는 언제 전화를 걸어도 뭔가를 먹고 있을 자신이 있는 걸?
친구랑 영상통화 하면서 미스도 호지차 폰데링을 먹고 무인양품에서 사 온 과자도 다 부쉈다. 이 사진도 거의 다 먹고 찍은 거라 몇 개 없어 보이지만 정말 저 커다란 통에 바닥이 안 보일만큼 과자가 가득 차 있었다. 그 많은 과자를 쇼트 브레드 2개 빼고 다 먹었다.
왜 이렇게 잘 먹지? 자전거가 정말 유산소 운동이 되나 보다. 나는 운동이라고 생각 안 하고 그냥 교통수단으로 이용할 뿐인데 체력 좋아지는 것도 약간은 느껴지고, 무엇보다 먹는 양이 진짜 많이 늘었다.
밥도 많이 먹긴 하는데 디저트나 빵을 예전의 2배 이상 먹고 있다. 이 예전은 한국에 비해서가 아니라 일본 초기 생활의 두 배니까.. 한국의 4배 정도려나... 일본 생활 초기에는 오전에 빵을 3개 먹으면 오후에는 안 먹거나, 오전에 안 먹고 오후에만 먹었는데... 가면 갈수록 오전에 3개 오후에 2개 이런 식으로 먹는다. 그리고 초기에는 크게 아점, 저녁~야식 2끼 많으면 3끼를 먹는 느낌이었다면 지금은 아침, 점심, 저녁, 야식 4끼를 먹는다... 아침 먹고 나면 공허해져서 점심에 뭔가를 또 찾아 먹게 된다. 그리고 저녁에는 배가 고프지 않아도 그냥 시간 됐으면 먹어야지 하면서 먹고... 저녁 먹고 야식으로 먹을 걸 사들고 와서 넷플릭스 보면서 먹고 자고.
먹는 것 자체는 원래도 잘했는데 지금은 소화시키는 게 다르다고 느껴진다. 정말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소화시킨다. 그리고 먹는 양에 비해 살도 안 붙는다. 원래도 먹는 거에 비해서는 안 찐다는 소리를 들었지만 솔직히 일반인이 1을 먹고 1만큼 찐다면 나는 1.2를 먹고 1만큼 찌는 정도에 불과했다. 근데 나는 늘 2를 먹으니까. 8만큼 찌는거다. 과하게 먹으면 먹은만큼 정직하게 살이 찌는 타입이다. 그리고 나는 늘 과하게 먹지.
밥을 세끼 먹는 걸로는 살이 안 찌는데 과자, 빵, 아이스크림 같은 걸 추가하면 그건 전부 다 살로 가는 타입이다. 나는 나를 아주 잘 알고 있지. 밥, 나물, 고기 이런 걸 하루 세 끼 양껏 먹으면 그냥 건강한 사람이 되는데 거기다가 디저트를 더하는 순간 건강한 돼지가 된다. 아니지 디저트는 건강한 돼지도 못 돼지.
근데 일본에서 먹는 건 주력이 디저트라 살이 안 찔 수가 없는데 그에 비해서는 현상유지가 돼서 신기해 하는 중이다. 중간에 확 살이 찌는 때가 있었는데 그 구간을 넘어가니까 완전 안정기에 들어섰다. 하루에 빵을 1개 먹든 3개 먹든 5개를 먹든 똑같은 상태가 유지되고 있다.
한국에서 지금 먹는 만큼 먹었으면 분명 지금쯤 가지고 온 옷을 죄다 못 입게 될 정도로 살이 많이 쪘을 거다. 근데 지금은 아침에 야채+두부+빵 3개, 오후에 아이스크림, 푸딩, 과자, 빵, 케이크 같은 간식, 저녁에 외식, 야식으로 디저트 2-3개를 밤 10시까지 먹고 자는데도 불구하고 기적같이 느껴질 만큼 똑같은 상태가 유지되고 있다.
정말 스스로한테 제한을 안 걸고 먹고 싶은 만큼 먹어대고 있으니 먹는 양으로만 봐서는 10킬로도 넘게 쪄야 할 것 같은데 3~5키로 안에서 찌고 있다. 진심으로 10키로 넘게 쪄도 너무나 당연하다고 받아들일 수 있을 만큼 먹고 있는데... 나 한국에서부터 미리 마음의 준비도 다 하고 왔다고... 그래서 옷도 허리 넉넉한 것만 가져왔어... 잠만 그래서 아직 옷이 들어가는 건가? 아니 근데 그 넉넉한 바지의 허리도 터져나갈 정도로 먹을 마음의 준비를 하고 왔다고. 1년 동안 먹고 싶은 거 다 먹고 건강은 한국 돌아가서 챙기기로 나랑 약속했다고.
그래서 아마도 이건 자전거의 효과가 아닐까 추측 중. 그게 아니면 설명이 안 된다. 평일에도 퇴근하고 매일 시부야까지 왕복 1시간 자전거를 타고 오가고, 주말에는 왕복 3시간 정도 자전거를 타는 거 외에는 운동이라고는 숨쉬기 밖에 안 하고 있으니. 자전거가 이렇게 운동효과가 좋을 거라고 상상이나 했냐고. 그리고 내가 정말 힘이 들거나 운동이라고 느끼면 몰라도 일본은 길이 워낙 평지라 헐떡이면서 타는 것도 아닌데. 그냥 멍하니 아무 생각 없이 페달을 밟다 보면 집에 도착해 있는데.
아무튼 자전거 정말 재밌고, 빠르고 좋다. 스치는 바람도 즐겁고, 우연히 만나는 골목길도 좋고, 남들이 가꿔둔 정원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다른 것도 아니고 자전거가 주는 행복을 이렇게 크게 느낄 줄이야. 자전거 타는 행복을 1년 동안 만끽하다 돌아갈 것 같다. 자전거 덕분에 먹고 싶은 거 더 많이 먹을 수 있어서 좋아. ^_____^ 씨익.
살 안 찌는 건 사실 나한테 큰 의미 없어. 그냥 나에게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현상을 분석해 본 것 뿐. 소화가 잘 되고 더 많이 먹을 수 있어서 좋아. 이 운동량에 적응하고 나면 또 살이 찔 수도 있지 ^_____^ 하지만 동시에 먹는 양에도 적응하겠지? 나는 많이 먹고 많이 움직이는 사람이 되는게 꿈이었는데 정말 정확히 그 방향으로 가고 있다.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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