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을 엄청나게 설쳤다. 잠에 잘 들지도 못하고, 중간에 계속 깨고, 한 번 깨면 계속 뒤척였다. 정말 아침에 알람이 울릴 때 쯤에야 겨우 잠에 든 느낌이었다. 하지만 알람 소리를 듣고 다시 잠들 수 있는 성격이 못 돼서 일어났다. 아직 긴장도가 너무 높은 것 같다. 겨우 일본에 온 지 10일 밖에 안 되었으니 아니라고 해도 몸은 긴장하고 있겠지. 긴장도 긴장이지만 기대되는 일들도 많아서 설레는 마음도 불면증에 한 몫 하는 것 같다. 잡생각이 머리를 떠나지를 않아서 잠들기가 힘들다. 적당히 수면이 부족한 상태를 유지시켜야겠다. 그래야 밤에 고통스럽지 않게 잠들 것 같다.
오늘의 식사는 토끼도 함께 먹을 수 있을 것 같은 토끼 정식. 소금 조차 없이 아무 양념을 치지 않고 그냥 먹었는데도 맛있었다. 특히 당근이 너무 달았다. 견과류는 또 왜 이렇게 맛있어. 야채만 먹어도 이렇게 맛있으니 뭘 먹든 맛이 없겠어. 일본에서 진짜 너무 잘 먹고 돌아다닐 것 같다.
빅 카메라 시부야점
고데기를 사러 좀 더 큰 빅카메라에 갔다. 확실히 큰 지점에 가니까 고데기가 훨씬 여러종류가 있었다. 큰 사이즈 고데기랑 미니 사이즈 중에 고민하다가 미니로 샀다. 사실 살 때는 큰 걸로 사고 싶었는데 딱 딱 쳐보니까 사용감이 미니가 더 좋았고 나중에 돌아와서 생각해보니 해외여행 다닐 때 들고 다니기도 좋을 것 같아서 만족스럽다.
드라이기는 보통 숙소에서 다 제공이 되니 여행 때 챙겨다닐 필요까지는 없지만 고데기는 없는 경우가 많을 것 같아서 기왕 산 거 한국까지 다 싸들고 가야지! 분명 도움이 될 것이니라.
쿰바 두 팔라펠(Kuumba du Falafel)
집 근처에 근사한 비건 팔라펠 레스토랑이 있길래 가봤다. 원래는 저녁에 어제 산 표고버섯이랑 야채들 듬뿍 넣고 볶아먹을 생각이었는데 저녁시간이 되니까 당장 밥 먹기에 배도 안 고프고, 너무 외식이 하고 싶었다. 큰일 났다. 아무래도 외식이 버릇이 되어버린 것 같다. 그래도 오늘 하루가 멋진 MEET FREE TUESDAY가 된 것 같아 기쁘다.
내가 주문한 팔라펠 샌드 하프. 이게 하프 사이즈라니! 주문하면 사장님이 바로 만들어서 주시고 음식을 손에서 손으로 건네 주신다. 하지만 나는 사진을 찍고 싶어서 굳이 굳이 접시에 내려놨다. 빨간 칠리 소스도 같이 주시는데 매운 걸 좋아하는 사람은 그걸 뿌려서 먹으면 된다. 나는 한 번 뿌려서 먹기 시작하니 없으면 허전해서 계속 추가해서 먹었다.
진짜 먹음직스러운 비주얼! 안에는 팔라펠이 가득 들어 있고, 토마토, 시소, 토마토, 구운가지, 상추 등 야채와 소스가 가득 올려져 있다. 튀긴 팔라펠의 바삭한 식감이 다 먹을때까지 계속 가서 너무 맛있게 먹었다. 속도 편하고 맛도 좋고, 아 좋아하는 가게가 너무 많이 생겨버리면 곤란한데- 가는 가게들 마다 다 다시 가고싶을 만큼 맛있고 좋다.
SHOP R for D
어제 슬쩍 지나가면서 들어가보고 싶었던 SHOP R for D에 들어왔다. 사장님은 친절하신 것 같은데 옷은 내 스타일이 하나도 없었다. 신진 디자이너 옷을 모아놓은 것 같은데 정말... 내 취향 옷이 하나도 없었다. 정말 물욕이 올라오는 시즌이 있고, 필요한데도 물욕이 차게 식은 시즌이 있는데 바로 지금이 물욕이 차게 식은 시즌이다.
자전거 타고 집에 가는 길! 너무 행복해서 찍었다. 자전거 타고 다니는 거 너무 좋다. 서울 가서도 자전거 살까봐. 한국은 교통비가 저렴하니까 자전거를 사야겠다는 생각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데 자전거 타고 다니는 게 이 정도로 기분 좋은 일일줄이야.
세븐일레븐 프린트 출력
집에서 두 장을 예약하고 왔는데, 막상 와서 큐알을 스캔해보니 한 장 밖에 안 떴다. 대체 왜지. A4 단면 컬러는 1장에 한화로 대략 600원이었다. 더럽게 비싸. 지갑에 있는 동전을 탈탈 터니까 120엔이 있었지만 파일이 안 나와서 1장 밖에 뽑지 못했다는 슬픈 이야기.
가는 길에 화단에 예쁘게 꽃을 심어놓았길래 자전거를 멈춰세워서 사진을 찍었다. 나 조금 행복한 것 같아. 사람들이 화단을 가꿔줘서 감사하다. 덕분에 오가는 길이 배로 즐거워요. 꽃은 뭘까. 왜 초록만 있는 것보다 예뻐.
자전거 타는 거 다 좋은데 이어폰을 꽂으면 안돼서 노래를 못 듣는다. 그래서 잠시 앉아서 노래를 듣고 싶어서 공원을 찾았다. 왼쪽 사진의 자리에 앉아서 오른쪽 풍경을 보면서 노래를 들었다. 요즘 꽂여있는 곡은 「なんでもないよ」 하루 종일 이 한 곡만 반복 재생해서 들을만큼 꽂혔다. 일본 노래들은 가사가 너무 좋다. 멜로디도 좋지만 이 가사를 음미하면서 들을 수 있다는 게 기쁘다.
가장 좋아하는 가사.
그 다음으로 좋아하는 가사. 네가 준 건 사랑이나 행복이 아니라 놀랄 정도의 평범함과 그에 어울리는 웃는 얼굴이라니.
1Q84년에 떨어진 것 같이 달이 2개로 찍힌다. 눈으로 볼 때는 한 개가 맞는데, 카메라만 가져다 대면 달이 2개로 나온다. 재밌네. 지금 나는 어디서 뭘 하고 있는걸까. 2024년의 도쿄가 아니라 2Q24년의 도쿄일지도 모르지. 도쿄 생활이 점점 더 즐거워진다. 기쁘고 즐거운 마음이 어디에서 오는지 점점 선명해진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정리를 해야 하는걸까 싶다가도 아직은 조금 더 미뤄도 될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그래 아직은 아무것도 몰라. 조금만 더 기다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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