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날 쉐어하우스 멤버들이랑 새벽 4시까지 술을 마시고 노느라 월요일인 오늘. 과연 10시 전에 눈을 뜰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걱정이 무색하게 7시 반에 깼다. 정말 이쯤되면 어이가 없다. 차라리 계속 적당히 수면이 부족한 상태가 정신건강에 좋은 것 같다. 잠을 푹 자두면 잠이 너무 안 들고 잠이 들어도 중간 중간 깨면서 너무 설친다. 요즘 수면 질이 너무 떨어지는데 이 일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 그냥 내버려두면 긴장도가 떨어질까?
하지만 굴하지 않고 밥만 잘 먹는다. 아침에는 버섯과 피망, 물러지고 있는 마를 올리브유, 후추, 소금만 넣고 볶아먹었다. 진짜 올리브유, 후추, 소금만 있어도 워홀 생활을 버틸 수 있을 것 같다. 거기다 그때 그때 두부랑 낫또만 사서 챙겨먹으면 충분하다. 몰라. 나머지는 다 사먹어.
어제 지유가오카 코마토타마고에서 사온 스위트 포테이토와 푸딩. 저 스위트포테이토가 정말 충격적이게 맛있었다. 크림치즈도 아니고 고구마 식감도 아닌데 꾸덕하고 달달하니 너무 맛있었다. 바닥에는 고구마가 껍질 째 깔려있고, 안에도 고구마 조각들이 있다. 푸딩은 특별히 너무 맛있다는 정도는 아니어도 정말 맛있었다. 무척 흐물 흐물한 식감의 푸딩이었고, 카라멜 소스가 가득 들어있었다.
포크 빈달루 타베루 후쿠다이토리요(Pork Vindaloo Taberu Fukudaitoryo)
지난주 토요일 점심에 문이 닫겨 있어서 못 먹었던 빈달루 커리집에 왔다. 미슐랭 받은 커리집이라고 해서 궁금해서 와봤다. 1층에 유명한 카츠동집이 있어서 저번에 왔을 때는 1층에 줄이 늘어서 있었는데 오늘은 딱히 줄이 없었다. 그리고 못 보던 간판이 보였다. 영업중일때는 이 간판을 꺼내놓으시는 것 같다.
2층 계단을 올라보니 문이 활짝 열려있었다. 이 문이 잠겨 있으면 영업을 안 한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영업시간이 문 앞에 붙어있다. 안은 다찌석으로만 되어있고, 5-6명 정도 수용할 수 있는 공간이었다.
물은 셀프로 따라 마시면 된다. 메뉴는 빈달루 커리 단품 하나 밖에 없기 때문에 앉으면 따로 주문하지 않아도 바로 음식을 내어주신다. 삶은 계란(유데타마고)은 1인 당 한 개가 서비스로 주어진다. 껍질이 무척 딱딱하기 때문에 앞에 있는 비닐에 넣어서 깨서 먹으면 된다고 설명해 주신다. 가격은 1000엔이다.
계란을 까서 밥이랑 카레를 비벼서 맛있게 먹었다. 앞에 보면 소스도 3가지 정도 준비되어 있는데, 세가지 소스 다 맛있으니 꼭 넣어서 먹어보기를 바란다. 나는 하얀 소스와, 투명한 식초 소스가 맛있었다. 빨간 소스는 약간 참깨가 들어간 듯 고소한 맛이 너무 강해서 카레 맛을 방해했다.
무척 특별한 맛까지는 아닌 것 같으면서도 특별하게 맛있었다. 감칠맛이 끝내줬다. 그리고 밥이랑 카레의 양조절도 너무 완벽했다. 마지막까지 짜지도 않고, 싱겁지도 않게 먹었다.
사장님은 네팔 분이라고 했다 영어와 일본어를 무척 자유자재로 잘 쓰시고, 말도 잘 걸어주신다. 워킹 홀리데이로 왔다, 자전거 타고 왔다, 일본 와서 쌀은 처음 먹는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했다. 정말 생각해보니 일본에 와서 쌀을 먹는 건 처음이라 무척 에너지 충전이 되는 느낌이었다. 근데 사장님이 자전거 20분 타고 돌아가면 리셋되는 거 아니냐고 ㅋㅋㅋㅋㅋ 저는 자전거 안 타고 리셋되는 강한 위장을 가진 사람이라서요...
맛있고 재밌는 사장님이 계신 빈달루 커리집 강력 추천!
교토 우지 프리미엄 말차(Kyoto-Uji Premium Matcha)
카레를 맛있게 먹고 디저트로 도큐 플라자 시부야 6층에 있는 교토 우지 프리미엄 말차 가게에 왔다. 예약도 가능하지만 오늘은 자리가 제법 한산해서 바로 들어가 앉을 수 있었다. 가서 텐나이데(가게 안에서) 먹고 가겠다고 하니 원하는 자리에 앉으라고 했다.
파르페 종류도 맛있어 보였는데 나는 메뉴판 중간에 있는 말차 몽블랑을 주문했다. 가격은 2만원이 조금 넘는 가격에 몽블랑에 차를 한 종류 고를 수 있다. 저녁 시간이라 카페인이 가장 없는 차를 추천해달라고 했다. 호지차를 추천해 주셔서 호지차로 골랐다.
가게 안은 제법 고즈넉한 분위기~ 깔끔하고 정갈하게 꾸며져있다.
가장 먼저 물병을 가져다 주신다. 이건 물을 마시라고 가져다 주는 물병이 아니라 나중에 나오는 차를 마시고 나서 원하는 대로 더 우려 마실 수 있도록 주는 뜨거운 물이다. 왜 차보다 먼저 이것만 덩그러니 가져다 주는건지는 의문이다.
호지차는 첫 잔은 내려서 가져다 주신다. 다음 잔부터는 본인이 원하는 타이밍에 따뜻한 물을 넣어서 우려 마시면 된다. 한 잔 양은 받은 종이를 세로로 세워서 가늠할 수 있다. 선에 맞춰서 물을 따르면 적당한 한 잔이 나온다.
뚜껑은 쓴 맛을 날리기 위해서 일부러 열어둔 거라 두번째 찻물을 따를 때까지 열어두면 된다. 거름망 역할을 하기 때문에 두 번째 찻물을 따르고 나서는 뚜껑을 닫고 찻잔에 따라야 한다. 따뜻한 물을 부어서 우려내는 시간 없이 바로 따라서 마시면 된다고 쓰여있다. 물을 부어놓고 찬찬히 읽어보다가 그 구절에서 후다닥 찻잔에 물을 따라냈다.
다음으로 나온 말차 몽블랑. 사진으로는 거대함이 다 안 담길지도 모르지만 정말 거대했다. 보통 흔하게 보는 작은 몽블랑의 2-3배 양은 됐다. 괜히 2만원을 받는게 아니었다.
안에는 쉬폰 케이크, 생크림, 쌀 뻥튀기, 녹차 아이스크림이 들어있었다. 그리고 뭔가 바삭하게 재밌는 식감을 주는 게 씹혔다. 디저트 강국 아니랄까봐 맛있긴 정말 맛있었다. 하지만 너무 달아서 호지차를 정말 10잔 가까이 마신 것 같다. 처음 주신 따뜻한 물 한 병을 다 비우고 물을 더 받아서 마셨다.
혼자 앉아서 한 시간쯤 천천히 몽블랑을 다 먹었다. 저녁을 사먹고도 찻집에 앉아서 이렇게 여유롭게 차 마시고 있을 시간이 주어진다니 대체 나는 그동안 뭐 때문에 그렇게 바빴던걸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시부야 빅카메라
고데기를 살까 말까 고민하다가 결국 사기로 맘 먹었다. 어차피 살 거 여름 되기 전에 빨리 사버리는 게 낫겠다 싶었다. 하지만 여기는 내 맘에 쏙 드는 게 없어서 내일 다른 빅카메라에 가서 사기로 결정! 택배가 반송되면서 택배 도착이 미뤄지면서 옷을 좀 사러 가야하나 싶은데 대체 어디가서 옷을 사야하는지 모르겠다. 괜찮은 빈티지 샵을 찾고 싶다.
자전거 사기를 정말 잘한 것 같다. 자전거 타고 다니는 거 정말로 행복하다. 살아있는 걸 느끼고 기쁘다. 이 날 처음으로 집에서 시부야까지 가는데 길을 안 헤맸다. 물론 시부야에 도착해서 자전거 주차장까지 가는 길은 조금 헤맸지만. 이제 지도 보느라 허덕이면서 가지 않아도 된다.
SHOP R fot D. 지나가면서 궁금한 옷가게가 보여서 사진 찍어뒀다. 영업시간이 9시까지인 것 같아서 내일 가봐야겠다.
세미토 들러서 장봤다. 이 귀여운 장바구니 뭐야? 장난감 같다. 이번에는 당근이 먹고 싶어서 당근을 사러 갔다. 그런데 생리대를 세일하길래 생리대만 사고 나왔다. 날개 없는 작은 사이즈를 이 가격에 샀는데, 꼭 내가 사고 나면 할인하는 건 왜냐고.
이 지점에는 농부님들 얼굴이 걸린 코너가 없는데 우리 동네 세미토에는 농부님들 직거래로 보이는 코너가 있어서 야채는 되도록 거기서 사고 싶어서 그냥 나왔다.
역시 농부님 코너에 깨끗히 씻긴 당근이 진열되어 있었다. 옆에 있는 시이타케(표고버섯)도 맛있어 보여서 같이 골라담았다. 바나나랑 견과류까지 담아서 탄수화물과 지방까지 톡톡히 챙겨주기~ 건강하게 잘 먹고 잘 지내다가 가자! 오늘 거대한 말차 몽블랑 때려먹고 약간 반성타임... 이번주만 좀 건강식으로 챙겨먹어보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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