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를 모시고 경복궁 무료해설을 들으며 관람을 하고 너무 의미 있고 뜻깊은 시간을 보내 바로 다음날에 창덕궁 무료해설에 참여했다. 창덕궁은 전각과 후원 해설이 따로 준비되어 있고, 해설 시간과 출발 장소가 따로다. 전각 해설의 경우 별도 예약이 필요 없으니 시간에 맞춰서 출발 장소에 모이기만 하면 된다. 그냥 둘러볼 때 보다 훨씬 많은 것을 얻어갈 수 있으니 꼭 해설 시간을 확인하고 맞춰서 관람하기를 바란다.
📍관람 시간 및 요금
내국인의 경우 만 25세~만 64세 이외에는 모두 무료 대상자라고 생각해도 무방하다. 신분증이 있는 만 19세~24세, 만 65세 이상은 티켓 발권도 하지 않고 주민등록증이나 운전면허증만 제시하고 입장이 가능하다. 하지만 그 외 할인 대상인 어린이나 청소년의 경우 주민등록증이 없기 때문에 학생증 등 증빙물을 제시해 매표소에서 티켓을 발권받아야 한다. 한복 착용자, 장애인, 군인 등도 매표소에서 티켓을 발권받아야 한다.
📍무료 해설시간
궁궐 전각은 한국어, 영어, 중국어, 일본어가 지원된다. 경복궁에 비해서는 한국어 해설도 하루에 그렇게 만은 시간 진행되지 않는다. 외국어는 하루에 1~2회만 진행되기에 반드시 시간을 미리 확인하고 맞춰서 도착해야 한다.
궁궐 전각은 예약이 필요하지 않다. 시간에 맞춰 돈화문 권역 종합 안내도 앞에 집합하면 된다. 소요시간은 50분이다.
📍관람 동선
전각 코스는 7곳을 둘러보는 코스다. 시간을 잘 맞추면 9시 반에 전각 해설과 함께 전각을 둘러보고 11시에 시작하는 후원 관람 무료해설에 참여할 수 있다. 봄가을에는 후원을 관람해도 좋을 것 같으나 2월에는 나무나 꽃이 피지 않아서 전각 관람을 선택했다.
📍창덕궁 궁궐 전각 무료해설 출발 장소
출발 장소는 입장하자마자 조금 나아가서 오른쪽에 보면 이렇게 안내판이 있다. 출발 시간이 되면 안내방송도 나오기 때문에 미리 도착해 있는다면 놓칠 일은 없다.
📍창덕궁 내 물품 보관함
나는 숙소에서 짐을 가지고 나와서 창덕궁을 둘러봐야 했기 때문에 짐을 맡길 곳이 필요했다. 창덕궁은 입장하고 내부에 물품보관함이 있다. 무료로 이용이 가능하다. 위치는 돈화문으로 입장하자마자 왼쪽에 있다. 돈화문을 등지고 왼쪽으로 가면 물품 보관함이 보인다. 찾기 어려울 경우 입장하면서 문의하면 된다. 잘못된 길로 갈 경우에 뒤에서 방향을 알려주신다. 덕분에 아주 수월하게 물품 보관함을 찾아 짐을 맡기고 편하게 관람할 수 있었다.
돈화문의 기와 추녀마루에 있는 잡상은 7개다. 잡상은 지붕마루를 장식하고 악귀를 물리치기 위해 있다. 서유기에 등장하는 등장인물로 추정된다. 잡상의 종류는 대당사부(삼장법사), 손행자(손오공), 저팔계, 사화상, 이귀박, 이구룡, 마화상, 삼살보살, 천산갑이 있다. 돈화문의 잡상은 마화상까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잡상이 가장 많이 올라간 건물은 경복궁의 경회루다. 경회루에는 무려 11개의 잡상이 올라가 있다.
우리는 돈화문을 지나 들어오면서 입장료를 지불했지만 이 창덕궁의 금천교를 지나지 않으면 아직 궁에 입궐한 것은 아니다. 예전에는 풍수지리를 아주 중요시 여겼는데 이 다리 아래에 금천을 흐르게 하면서 풍수지리를 완성시켰다고 한다.
창덕궁 금천교 아래에 있는 거북이 석상
금천교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해치로 추정되는 석상이 보인다.
반대쪽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거북이 석상이 보인다. 사람들이 돈을 던져놨지만 가이드 님께서 의미 없으니 던질 필요가 없다고 하셨다.
창덕궁에도 궁궐 여기저기에 새가 집을 짓지 못하게 하기 위한 그물망, 부시가 설치되어 있다. 이 부시는 조선시대 때부터 설치되어 있었던 그물망이다. 예전에는 실을 꼬아서 만들었지만 현재는 철조망으로 설치되어 있다. 새가 집을 지으면 구렁이가 새를 잡아먹기 위해서 기둥을 타고 올라가는데 왕이 사는 신성한 공간에서 살생이 일어나서는 안되기 때문에 방지하기 위해 설치했다. 또한 새가 살면서 똥과 같은 배설물로 단청을 훼손하고 부식시키기 때문에 이를 방지하는 역할도 하였다.
창덕궁에는 부시뿐만 아니라 뾰족 뾰족한 쇠꼬챙이인 오지창을 이용해 새가 둥지 짓는 것을 방지하기도 했다.
여기서도 3단으로 단차가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중간에 있는 임금이 걷는 길 '어도'로 걸을 경우 곤장 백대를 맞는 형에 처해졌다.
인정전으로 들어서는 길에 있는 인정문이다. 인정전은 '어진 정치를 펼치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왕의 즉위식, 신하들의 하례, 외국 사신들의 접견 등 중요한 의식과 공식적인 국가 행사가 치러지는 곳이었다.
인정전으로 들어서면 양쪽에 품계석이 늘어서있다. 이 품계석은 정1품부터 정 9품까지 있고, 총 12개가 늘어서 있다. 왼쪽은 무반, 오른쪽은 문반이 서는 곳이었고, 이를 합쳐서 '양반'이라고 부른다. 예전에는 무반보다 문반이 더 높은 신분으로 여겨졌기 때문에 동쪽에 문반이 섰다.
바닥에 깔린 돌은 6.25 전쟁 이후에 새로 깔린 돌이다. 위에 깔린 돌은 이전부터 깔려 있던 돌인데 위에서 올려다보면 새로 깐 돌의 부자연스러운 무늬가 느껴진다. 자연스러움을 연출하기 위해서 돌에 인위적으로 무늬를 냈는데, 그게 매우 부자연스러운 연출이 되어버렸다.
인정전 안에도 왕의 자리 뒤에 일월오봉도가 보인다. 이 일월오봉도는 만 원짜리 지폐에서도 볼 수 있다.
인정전 안에는 유리로 된 조명이 보인다. 순종이 거처를 옮기면서 현대식 전등과 커튼을 유리창을 새로 설치했다. 이 노란색 커튼은 오래되면서 낡아 최근에 새로 만들어져 아주 화려한 색감을 띄고 있다. 원래 커튼은 수장고에 들어가 있다.
비와 눈이 내리면서 안전을 위해 펜스가 쳐져 있다. 이 각도가 인정전이 가장 잘 나오는 위치라며 사진을 찍을 시간을 주셨다. 웅장한 인정전이 한눈에 들어온다.
날이 흐림에도 불구하고 알록달록하고 화려한 단청의 색감은 빛이 바래지 않았다.
이곳은 창덕궁의 희정당이다. 희정은 밝고 넓은 정치를 의미한다. 정치를 잘해서 만사가 순조로우면 백성들이 즐겁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원래는 왕의 침전이었으나 순조 이후로는 정무를 보는 편전으로 주로 사용되었다.
이 희정당에는 특이한 진입로가 하나 있다. 이 진입로는 순종의 자동차가 들어가기 위한 진입로다. 순종은 캐딜락을 타고 다녔는데 이 캐딜락이 진입로에 들어와 순종을 내려주고, 차고에 주차되었다고 한다.
캐딜락은 원래 창덕궁에 전시되어 있었지만 너무 낡으면서 현대차의 후원을 받아 고쳐서 현재는 국립고궁박물관에 들어가 있다.
희정당 내부를 들여다보면 서양식으로 장식된 것을 볼 수 있다. 천장에는 샹들리에 설치되어 있고, 바닥에는 카펫이 깔려있다.
이곳은 왕비의 침전인 대조전이다. 경복궁의 교태전을 해체해서 이 대조전을 지었다. 대조전 역시 용마루가 없는 것이 특징이다. 대조전뿐만 아니라 왕과 왕비의 침전은 용마루가 없다. 이 용마루가 없는 이유는 왕실의 후사인 새로운 용을 만드는 곳인 대조전에 용마루가 있으면 두 마리의 용이 충돌할 수도 있어 만들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대조전 안에 있는 자개로 만들어진 의자. 전날 국립공예박물관에 가서 자개가 어떤 과정을 거쳐서 만들어지는지 보고 온 터라 어떤 과정을 거쳐서 만들어졌을지 상상하면 그저 감탄만 나왔다.
대조전도 복도를 통해서 이동할 수 있게 만들어져 있다 이렇게 비가 오는 날에는 조금 돌아서 가더라도 비 한 방울 맞지 않고 편하게 이동할 수 있어 편했을 것 같다.
앞에 있는 항아리는 화재가 발생했을 때 불을 끄기 위해 있는 물항아리다. 총 4개가 놓여있다. 실제로 화재가 발생했을 때 이 정도의 물로 불을 진압할 수는 없지만 주술적인 의미가 있다. 당시에는 화마라고 하는 악귀가 불을 일으킨다고 생각해 이 화마를 막기 위해서 물항아리를 두었다.
화재가 발생하면 화재를 진압하는 건 너무 어려운 일이기 때문에 빠르게 화재가 발생한 건물을 보기하고 불이 옮겨 붙지 않도록 통로를 끊어버렸다고 한다.
이곳은 장락문의 현판은 흥선대원군의 친필을 새긴 것이다. 흥선대원군은 아주 명필을 자랑했다고 한다. 가이드님이 가장 좋아하는 현판이라며 보여주셨다. 이 현판도 배경색과 글자색에 따라 급이 나뉜다. 흰색 바탕에 검은 글씨, 검은 바탕에 흰색 글씨, 검은 바탕에 금색 글씨 이렇게 세 종류가 있다. 검은 바탕에 금색 글씨가 가장 귀한 곳으로 여겨진다.
창덕궁의 낙선재는 유일하게 단청이 칠해지지 않은 곳이다. 이는 검소한 생활을 했던 영조의 뜻을 따르고 존경하는 헌종의 뜻이 담겨있다. 되려 단청이 칠해지지 않아 편안함을 주는 공간이다. 이곳은 헌종이 서재 겸 휴식을 취하기 위해 지은 건물이다.
고종 황제와 순종 황제가 이곳에서 머무른 적이 있다. 또한 황족들이 마지막을 보낸 곳으로 유명한 곳이다. 마지막 황후인 순정효황후가 이곳에서 숨졌고, 덕혜옹주 역시 낙선재로 돌아와 여생을 보낸 곳이다.
낙선재의 누마루 아래를 보면 깨진 무늬 같은 벽이 보인다. 이 무늬는 얼음이 깨지는 무늬라 하여 '빙렬 무늬'라고 부른다. 벽의 너머에는 아궁이가 있는데 이 아궁이에서 불꽃이 튀어나와 누마루에 불이 붙는 것을 막기 위해 설치된 벽이다. 따라서 불이 번지지 않도록 이 얼음이 깨지는 빙렬무늬의 벽을 설치한 것이다. 벽 하나에도 의미가 없는 것이 없다.
단정한 조명이 들여다 보이는 둥근 창틀이 정말 아름답다. 경복궁과 창덕궁을 모두 통틀어 가장 마음이 편안해지는 공간이었다. 평생을 살아야 한다면 단청이 화려한 곳보다는 이렇게 단정하고 소박한 곳에서 살고 싶을 것 같다.
창덕궁 해설 역시 너무나 유의미한 시간이었다. 해설 없이 둘러봤다면 선조들이 남긴 지혜의 100분의 1도 이해하지 못하고 지나갔을 것들이 너무나 많았다. 또, 창덕궁 해설에서는 경복궁에 대한 이야기가 자주 등장해 경복궁 무료 해설 관람을 먼저 듣고 들어서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혹시 창덕궁을 방문한다면 꼭 무료 해설과 함께 관람하기를 바란다.
함께 모시고 간 엄마도 너무나 좋아하셨다. 아빠가 함께 들었다면 우리보다 더 좋아했을 것 같다며 아쉬워하셨다. 부모님을 모시고 간다면 특히 좋을 것 같다. 다음번에는 어떤 궁을 구경하면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알찬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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